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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안대(眼帶)를 한 조선시대 인물 낙서 장만(洛西 張晩, 1566~1629)의 초상화(사진 1)를 보는 순간, 생생한 현대사의 한 장면이 영상처럼 겹쳐졌다. 바로 검은 안대를 한 이스라엘의 전쟁 영웅 모셰 다얀(Moshe Dayan, 1915~1981)의 이야기다.
2017-11-28
조선시대 초상화를 보면서 다양한 피부증상을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조선시대 후기의 걸출한 문신으로 영의정을 지낸 당헌 서매수(戇憲 徐邁修, 1731~1818)의 초상화[그림 1, 2]를 보노라면 심한 여드름 자국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피부과학을 전공한 뒤 그동안 수많은 여드름 환자를 진료해온 필자가 보기에도 서매수 초상화에 묘사된 여드름 자국은 생생하기 이를 데 없다.
2017-11-28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는 슬픔을 겪는다. 그런데 그 슬픔이 극에 달한 절절함은 이별(離別)할 때 나타난다.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시로는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강엄(江淹)의 ‘별부(別賦)’를 최고로 친다. 암담하여라… 혼(魂)이 다 녹아나는 건, 오직 이별 외에 또 다른 것이 또 있을까! … 고로, 이별이란 정서(情緖)는 하나이지만, 이별하는 사연은 만 가지라네… 봄풀이 푸르게 싹을 틔우고, 봄물이 맑은 물결 일으킬 때에, 사랑하는 임을 남포(南浦)로 보내면, 그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어떻게 하리오! … 이처럼 이별의 상황은 일정치
2017-11-28
포털 서비스의 기사 아래에는 하루에도 수천,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다. 상당수의 댓글은 자극적 표현의 비난이 주를 이룬다. 살다 보면 내가 남기게 되는 디지털 흔적은 생각보다 방대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내 정치적 성향이 바뀌어 특정 정치인을 감쌌던 댓글을 다 지우고 싶다면 혹은 죽기 전 정치적 성향이 다른 자손에게 내가 쓴 댓글들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좋은 기억, 좋은 흔적만 남기고 싶거나 애써 남겨놓은 글과 사진 등의 콘텐츠를 유지하고 싶을 때 보존하는 방법이 있을까.
2017-11-28
정유년인 올해는 정유재란(1597.1~1598.12) 발발 420주년이다. 임진왜란으로부터는 427주년. 임진왜란이 치욕의 역사였다면, 정유재란은 왜군이 충남 이북에 발도 못 붙인 구국승전의 역사다. 그 전적지는 진주, 남원, 직산 등 삼남지방 곳곳에 있지만 옛 자취는 찾기 어렵다. 뚜렷한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은 왜군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농성하던 성터들이다. 주로 경남 중동부 해안에 밀집한 왜성 터들도 오랜 세월 허물어지고 지워져 갈수록 희미해져간다. 왜성이라는 이유로 사적지 지정이 해제된 탓이다. 근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그 중요
2017-11-28
올해 정유년(丁酉年)은 열두 동물로 나타내는 12지신 중에서 ‘닭[酉]’띠 해가 된다. 예로부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는 새해마다 정해진 열두 동물이 윤회하며 한 해를 상징하는 풍습이 있는데 그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용(龍)을 빼고 열한 동물은 인간 주변에 있는 것들이고, 날개 있는 동물로는 닭이 있을 뿐이다.
2017-11-28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박물관 ‘스미스소니언’이 진행하는 최초의 해외 기획전이다. 매년 100국 이상 수십만 명이 참가하는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포토 콘테스트’의 역대 수상작들을 만날 수 있다. 1회부터 13회까지수상작 145점을 전시한다. ‘경이로운 혹은 흥미로운’이라는 테마로 전 세계 사람들이 포착한 ‘의미 있는 순간’을 담았다. 자연세계, 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 인물, 미국, 보정 사진, 모바일 등 본래 콘테스트의 7가지 카테고리를 ‘형언할 수 없는’, ‘익숙함을 벗어난’, ‘햇살처럼 빛나는’으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2017-11-28
고광애(高光愛•80) 작가는 1958년 대학 시절 한국일보에 공채 1호 여기자로 입사하는 동시에 이화여대 18대 메이퀸으로 선발되며 그녀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그로부터 1년 뒤, 회사를 그만둔 그녀는 영화평론가 임영의 아내로, 또 영화감독 임상수의 어머니로 불리며 살아왔다. 그렇게 자신의 명성은 잠시 내려놓고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살던 그녀가 50세가 되던 해, 우연히 읽게 된 폴 투르니에의 <노년의 의미>는 그녀의 인생에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2017-11-28
예술만큼 추한: Ugly as Art 미(美)와 대치되는 추(醜)의 감각에 주목하는 전시다. 낯설고 거북한 이미지들을 감상하며 거기서 오는 불편함과 혐오를 느껴보는 것, 그 자체가 이번 기획전의 콘셉트다. 구지윤, 서용선, 오치균 등 13명의 작가가 참여한 회화, 사진, 조각 작품 50점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정영목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추한 것’은 없다”며 “추함은 상대, 절대의 이분법 가치를 넘어 인간의 활동과 심리에 관한 깊고 함축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를 마련한다” 고 설명했다.
2017-11-28
소녀들이 떼를 지어 노래하고 춤추는 이른바 걸그룹.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겼다 사라지는 이들에게도 조상은 있다. 바로 ‘김시스터즈’다. 한국전쟁 전후 미군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세 자매. 가수 싸이보다 훨씬 오래전 한국을 넘어 미국 전역을 흥분시킨 주인공들이다. 노래뿐만 아니라 춤, 악기에도 뛰어났던 한국 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 다큐멘터리 영화 <다방의 푸른 꿈>이 그들의 파란만장 이야기를 담았다.
2017-11-28
출판사들이 모여 있는 파주출판도시,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곡선 건물 한 채가 눈에 띈다. 연둣빛 잔디밭과 파란 하늘 사이, 마치 흰 종이가 펄럭이듯 살랑살랑 손짓을 한다. 다양한 전시품은 물론 건축물 그 자체로도 미적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곳, 바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다.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은 특유의 매력에 이끌려 햇살이 스미듯 자연스레 발걸음했다.
2017-11-28
‘굿’은 슬픔과 맞닿아 있다. 죽음 혹은 아픔이 전제하고, 한(恨)이 깔려 있으며 원한풀이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작년 말 30스튜디오(서울 종로구 창경궁로)의 개관 작품으로 선보인 <씻금>은 진도의 씻김굿을 연극무대로 옮긴 것이다. 개인의 슬픔을 넘어 한국의 역사, 풀리지 않는 현실 속 한국의 이야기가 한판 굿으로 관객과 어우러졌다.
2017-11-28
신도시 건설은 종종 자연과 문화재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한다. 수만 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의 등장은 늘 그래왔다. 그러나 지혜가 모아지고 제도가 보완되면서, 우리는 가끔 사랑할 만한 무엇을 남기기도 한다. 동탄 신도시 등장에 발맞춰 건설된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 그렇다.
2017-11-28
춘삼월(春三月)이라고는 하나, 산골짝의 계절은 아직 봄이라기보다는 겨울에 가깝습니다. 나뭇가지는 여전히 깡말랐고 산기슭과 계곡엔 갈색의 낙엽이 무성하게 쌓여있습니다. 낙엽 밑엔 미끌미끌한 얼음이 숨어 있어 함부로 내딛다가는 엉덩방아를 찧기 십상입니다. 저 멀리 남쪽에선 2월 하순부터 보춘화가 피었느니 변산바람꽃이 터졌느니 화신(花信)을 전해오지만, 높은 산 깊은 계곡에선 3월 초순 잘해야 너도바람꽃 한두 송이가 가냘픈 꽃송이를 치켜들 뿐입니다. 그렇듯 메마른 3월의 산중에서도 눈 밝은 동호인은 파릇파릇
2017-11-28
‘상실의 시대, 판타지와 정치 •현실 직시 콘텐츠에 위안받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7년 콘텐츠 산업 10대 트렌드의 하나로 전망한 것이다. 그렇다. 최근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와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판타지물과 현실을 소재로 한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현실을 소재로 했다 하더라도 상당수의 작품이 판타지를 가미한 것이다. 판타지는 요즘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강타하는 인기 키워드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도깨비>가 끝나 허전해요. 재방송이나 다시보기를 통해 <도깨비>를 또 봅니다. 몇 번이나 봐도 좋아요.”
2017-11-28
사극은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해 현재적 의미를 부여한 뒤 생명력을 불어넣고 오늘날의 사람들과 만나게 한다. 그동안 이순신, 정조, 사도세자, 장희빈, 이성계, 광해군, 연산군, 허준, 윤동주, 김원봉 등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수많은 역사적 인물이 새로운 시각에서 극화됐다. 또한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발굴해 역사적 의미와 존재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사극의 역사적 인물의 소환은 새로운 문화 트렌드와 시대의 아이콘을 창출하는 진원지 역할도 한다. 올해도 MBC 사극 <역적>의 홍
2017-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