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까.
50세에서 65세 세대(이하 50+세대)가 가장 관심을 갖는 물음이다.

『서울시 50+재단』 산하 『서북 50+캠퍼스』에서 그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지난 9월 21일, 캠퍼스 4층 대강당에서 「50+의 시간」 특강을 개강했다.
이날 진행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50+의 시간 제1강에 참여해보았다.

50대 이상의 연령대에게 <서북50+캠퍼스>가 미래를 위한 모색과 활동공간으로서 순기능을 하고 있다. 캠퍼스는 한마디로 50+세대를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하는데, 이날 김형석 교수의 특강도 그런 기반 위에서 진행됐다.
2016년 하반기에 진행되는 4회차 초대형 특강 "50+의 시간"을 시작하는 첫번째 강의인 이번 시간은 200여명이 수강 가능한 대강당을 가득 메울 정도로 50+세대의 관심이 집중됐다.
50+의 삶에 대하여 철학적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이 강좌는 이후 이어질 3번의 특강에도 좋은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리에 앉은 김형석 교수는 화이트 보드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 100세를 바라보는 교수가 두 시간 강의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서 화이트보드에 판서를 하면서 강의를 하겠다는 것이 놀랍다. 인문학에 목마른 50플러스 세대를 그는 단숨에 사로잡았다.

 

 

제2의 인생은 출발 가능한가


이날 강좌의 화두다.
김형석. 말이 필요 없는 1세대 철학자로 50대가 가장 만나고 싶은 롤 모델 중 한 사람이다. <백세를 살아보니>, <예수> 등의 저서를 출간하는 등 지금도 왕성하게 저술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서북 50+캠퍼스의 담당자는 김형석 교수를 특강 50+시간의 첫번째 명사로 모시게 된 이유에 대하여 “50+세대가 가장 본받을 만한 ‘제2의 인생’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며, 학문적으로나 인생 대선배로서나 꼭 한번 초빙하여 지혜를 구해볼 만한 최적임자였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이 철학자를 보라. 50대 같은 노 철학자의 강연은 이날 참석한 50대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몸은 20세면 늙기 시작한다.

기억력은 50세면 떨어진다. 그러나 사고력은 이때부터 발달한다. 인생은 60대부터 절정기에 이른다. 50+세대가 귀담아 듣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김형석, 인문학, 무료 그리고 서북50+캠퍼스


200석 규모의 강당이 가득찼다. 인터넷으로 참가신청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대성황이었다. 50+세대 앞에 펼쳐질 50+의 시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해주기 충분했다.
김형석, 인문학, 무료강의, 50+캠퍼스 등 4요소가 화학작용을 하기도 했다.
인문학은 몰라도 수필가 김형석을 좋아해서 오기도 하고 김형석 교수가 보수적 철학자(그는 스스로를 열린 보수라 했다)이지만 50+캠퍼스에서 진행하는 강의이기 때문에 들어본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인문학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무료이기 때문에 50+세대의 탐구심으로 강의에 참석해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강의신청을 받았는데도 일찍이 마감된 것은 인지도와 함께 기본 유동인구가 많은 50+캠퍼스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강의를 듣기 위해 온 시민 이강식(남/63)씨는 “김형석 교수가 제2의 인생에 대해 강의를 한다고 하는데 마침 직장이 바로 옆이라서 반가운 마음에 시간내서 왔다"고 말했다. 특히 “김형석 교수님이 최근에 어떻게 활동하는지 지인으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전달 받고 마침 서북 50+캠퍼스에서 강의를 한다 하여 바로 참여신청 하게 됐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나 비직장인을 구분하지 않고 50+세대에게는 김형석이라는 이름과 인문학(철학), 그리고 “제2의 인생은 출발 가능한가”는 놓치고 싶지 않은 주제였던 것이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60대로 돌아가겠다


노 철학자는 낮은 산 모양의 선을 그리고는 가장 높은 곳에 점을 찍은 뒤에 “사람의 신체는 20세부터 늙어요”라고 말하며 20대의 김연아가 소치에서 은메달을 따고 심경을 밝힌 일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그 위에 추가로 산 모양의 선을 한개 더 높게 겹쳐 그리고 오십이 되면 기억력이 감퇴하지만 사고력은 발달한다며 인생의 절정기는 60세부터 시작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60세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본인은 나이 70이 넘어서 중요한 저서를 쓰고 독자들로부터도 사랑을 받았다고 했다. 60세가 넘어서 시작한 수영을 30년 정도 하고 있으며, 그래서 지금도 건강하다고 말했다. 97세인 노 철학자는 지적인 면에서도 체력적인 면에서도 50대 못지않았다.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강의할 때도 이른바 ‘짝다리’ 한 번 짚지 않고 곧게 서서 연륜과 학식에서 우러나는 지혜를 나누어 주었다.

 

앉아서도 자세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노 철학자. 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젊은 강사들이 따라가지 못할만큼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다.

강의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철학,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적절히 구사하고 있는 것. 50+재단이 김교수를 초빙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명불허전 노 철학자, 강의에 공감하는 50+세대

“내가 평양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요” 라면서 일본 유학을 떠나던 얘기로 강의는 시작됐다. 번화한 신문물을 접하면서 가졌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은 노 철학자가 늘 도입부로 삼는 레퍼토리. 일본인은 부지런했고 한국인은 그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더란 이야기다. 윤동주, 안창호 등 근현대사에 이름이 굵직하게 올라 있는 인물들과의 일화도 빠지지 않는다. 외국 영화 “창문너머 달아난 100세 노인”에서 주인공인 100세 노인이 수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을 만나는 에피소드들처럼 노 철학자는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명인사들과 겪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서양철학을 함께 이끌어온 안병욱, 김태길 박사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세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가 쓴 저서 여러 권을 읽는 느낌까지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진행요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가는 김형석 교수. 대중교통으로 50+캠퍼스를 찾아왔고 같은 코스로 돌아간다.

강연장을 찾을 때 이렇게 늘 걷느냐는 질문에, 길을 아는 곳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50대 보다도 걸음걸이가 반듯한 모습이 보기 좋다.

 

 

어떤 강의 참석자는 70~80년대에 읽었던 잡지 <샘터>를 떠올리게 하는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종교에 대한 비판을 듣고 속 시원해 했을 수 있다. 또 누군가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그의 주장에 공감하고, 사드 배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워 보인다는 생각도 할 만 했다.
참석한 사람에 따라 다른 감정과 생각을 느낄 수는 있었겠지만 그들 모두를 2시간동안 홀로 상대한 노 철학자의 열정은 여전했다. 다음 세대를 위해 50+세대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지 역설하는 동안 약속된 질의응답 시간이 지났고, 강의는 여운을 남긴 채 끝이 났다.

강의를 듣고 난 시민 박경심(여/55세)는 "이번에 시작하는 서북50+캠퍼스 <인생학교 2기> 참가 신청을 하고 먼저 오늘 강의를 들으러 왔는데, 앞으로 듣게 될 강좌가 더 기대될만큼 오늘 교수님 강의가 정말 좋았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2의 인생은 출발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내고자 하는 50+세대에게
서북50+캠퍼스는 함께 모이는 플랫폼이 됐고,
거기서 진행된 강의는 시민들이 철학적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기회가 돼주었다.



글 | 홍보모더레이터 박병로
사진 | 모더레이터 김은실 / 바라봄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