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의미 있는 도전을 한 사람과의 만남_2

사람책– 이순재(/앙코르커리어), 이재흥(IT/사회공헌)

 

 

책은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을 때보다 펼쳐지고 읽혀질 때 그 힘을 발휘한다. 여럿이 같이 읽고 느낀 바를 나누면 책이 주는 통찰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최근 휴먼라이브러리에 공유된 사람책 읽기에 관심이 높다. 한 사람의 삶과 일, 그 안에서 응집된 눈물과 땀이 오롯이 담긴 이야기는 그대로 한 권의 감동적인 책이다.

 

지난 10월 13일 서북50+캠퍼스에서 열린 50+인생학교 4회차 강의 <사람책 수업>은 공감과 소통의 장이자 즐거운 책읽기 축제와 같았다. 강의실을 꽉 채운 인생학교 수강생들은 그날 모신 사람책 강사 중 각 모둠별로 세 번의 선택 기회를 이용하여 함께 읽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책들이 제공하는 지식과 경험을 정독하고 집중해 토의하느라 한 책 당 할애된 50분의 시간이 부족한 듯했다. 정광필 학장, 구민정교수, 김미영교수 등 인생학교 학장단들도 독자로서 학생들과 함께 모둠 읽기에 참여했다.

 

 

사람책 3. 이순재(다가치포럼협동조합 이사장)

꿈을 향해 나의 인생을 경영하라

 

이순재 다가치포럼협동조합 이사장의 삶을 통해 나눌 이야기는 ‘100세 수명시대에 중장년층이 인생이모작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라는 주제다. 메뚜기라는 별명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를 좋아했던 그녀였지만 막상 시청 공무원직에서 퇴직한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그때 스스로를 다독였던 구절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이었다. 은퇴 이후 재취업 → 다시 퇴직 → 사업 시작 → 사업 접고 → 전문부동산사무실 재취업 후 → 다시 퇴직하기까지 앙코르커리어의 길을 찾는 와중에 느꼈던 구구절절한 에피소드들이 소탈한 입담으로 전해졌다.

 

이순재 강사

 

적극적 성격이어서 새로 찾은 일마다 재미를 느끼려 애썼지만 인생2막의 새로운 의미를 갖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답답했던 이순재 씨. 10개월 동안 26개의 교육을 듣고 다니면서 마침내 시니어 교육으로 새로운 방향을 찾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흥미진진한 책의 절정 부분을 읽을 때처럼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 자신을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스스로를 믿어라. JUST JUMP !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꾸리고 전문 강사로 우뚝 서기까지, 이순재 이사장이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겨내고 자신감을 갖게 된 비결은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부딪치고 실천하라’는 말로 요약된다.

 

사람책 강사의 이야기가 끝나자 독자들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사람책 강사와 다른 독자들의 의견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와 밖에서 일할 엄두가 안 난다. 하지만 이대로 100살까지 살게 되는 것이 더 두렵다”는 한 수강생의 말에, “우리 조합원 중 살림만 하던 분이 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강의를 많이 하고 다닌다. 그 분 별명이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라며 독려했다. “같이 끌어주면 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의 보람이다”라며.

 

“금융기관 30년 근무하다 퇴직했다, 내성적이어서 사회생활이 쉽지는 않았다. 남편이 벌어다준 돈으로 사는 게 꿈이었는데 막상 그 꿈이 이뤄지니 맘이 편치 않다, 길을 찾기 위해서 현재 열심히 교육 쇼핑 중이다.” 라는 독자의 말에 모두 공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순재 이사장은 자신도 길을 찾기 위해 교육을 열심히 듣고 다녔다며 다만 수동적으로 교육 수강 자체에만 머물러서는 교육 쇼퍼가 될 뿐이니 스스로 길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유료 강사가 되어야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자원봉사와 재능기부로 경험을 쌓다보면 어느새 일이 생기더라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협동조합 준비 중인데 막상 시작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우려된다. 교육은 많은데 멘토 찾기는 쉽지 않더라.”는 질문에는 “무엇 때문에 하려는지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구성만 해놓고 만나지도 않고 유명무실해진 조직들도 많다. 구성원 사이에 구심점을 갖고 서로 제일 잘하는 일들을 공유하며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실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제일 빨리 배우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을 정말 하고 싶지만 누구에게 부탁하고 다니기 싫더라는 의견에는 “그래도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많이 생긴 것 자체가 좋아지고 있는 거 아닌가. 50+캠퍼스 같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라. 그리고 외부에 일을 달라고 부탁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제안한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어낸 강의안들을 당당하게 제안하는 것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순재 이사장은 “일단 자신을 믿고 계속 시도해 봐라, 머물러 있지 말라. 계속 움직여라” 라는 것으로 마무리 발언을 마쳤다. 인생학교 수강자들은 모두들 박수치며 사람책 한 권을 같이 읽어낸 열기 속에서 다음 책을 읽기 위한 모둠으로 이동했다.

 

 

사람책 4. 이재흥(()비영리IT지원센터장)

“IT를 통한 세대 간 협력하기

 

IT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청년활동가 이재흥 사단법인 비영리IT지원센터장이 사람책의 네 번째 강사로 참여했다. IT 분야에서 일하는 30대 젊은이의 이야기답게 이 모둠의 책읽기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잠시 기지개부터 켜자고 제안한 후 “사실 책은 대충 읽어야 제 맛 아니냐”며 웃음을 끌어낸다. “오늘 여기 오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대를 살아가려면 IT를 알아야 하지 않냐, 우리들도 IT로 젊은이들과 협력하면 좋겠다”라는 수강자들의 화답도 이어졌다.

 

이재흥 센터장이 활동하는 (사)비영리IT지원센터는 비영리조직과 사회적 경제조직의 가치와 활동이 온라인에서도 시민들에게 효과적이고 널리 알려지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비영리단체이다. IT기기와 소프트웨어 구축을 연결하고, 필요한 사람과 IT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재흥 센터장은 희망제작소에서 근무할 당시 청년소셜벤처 인큐베이팅,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희망제작소 협동조합창업아카데미와 NPO 소셜마케팅아카데미 등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수의 강의활동을 해왔다.

 

이날 주제는 ‘IT를 통한 세대 간 협력하기’였다. 디지털에이징(digital aging), 즉 디지털시대에 어떻게 하면 정보통신기술(ICT)을 잘 사용하면서 건강하게 나이들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면서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유도하고 세대 간 협력을 통한 시민활동 사례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ICT 시대는 스킬이 아니라 소통이 중요해

이재흥 센터장은 요즘은 IT가 아니라 ICT의 시대라고 말한다. IT 기술, IT 전문가, 이렇게 스킬이 강조되는 시대는 지났다. ICT를 정보통신기술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C는 콘텐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사방 천지에 인터넷이 깔려 있는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서 내가 함께 할 대상과 원활한 소통을 잘 해내는 것, 이것이 중요한 시대이다. 다시 말해 스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학간 아들과 이야기 나누기. 단톡방에서 아재소리 듣지 않고 신세대들과 소통하는 법 알기, 뭐 이런 것들이 더 필요해지는 시점이란다. 그도 “제가 인생학교 학생 분들보다 어린 35세인데 저 또한 아래 세대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면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늘 서로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터넷 언어, 이모티콘의 예를 들기도 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ㅋ와 ㅋㅋ, 그리고 ㅋㅋㅋ의 차이를 아느냐”는 질문에 다들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농담 섞인 질문에도 재차 묻고 받아 적기까지 하는 수강생들의 진지함에 모둠에서는 박장대소가 일었다.

 

직책이나 이름 말고 ‘늘보’라고 부르라는 강사의 제안 덕분인지, 모듬 안의 질문들은 격의 없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인생학교 학생들 같은 50+세대들은 아무래도 젊은이들보다 IT 쪽에 능력이 부족한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강사는 시니어IT 전문가 아카데미 ‘모두랑’에 대해 소개하며, 전문성이 없어도 동년배 동기들과 함께 배우고 커뮤니티를 유지하며 ICT 협동조합을 설립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니어들의 사례를 들었다.

 

 

 

 

디지털 디톡스 시대과잉보다는 미니멀리즘이 대세

이재흥센터장은 요즘은 디지털에서도 과잉이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라면서 매사에 덜어낼 것을 강조했다. 명절 등에 단체로 연하장 보내기 등, 개개인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에게 한꺼번에 보내는 메시지는 오히려 상대에게, 특히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온라인상에서 상대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전달하는 법 등에 관한 팁들도 전해주었다.

 

50+세대에게 필요한 인큐베이팅 과정의 질문에서는 공익성이 분명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겠다고 판단이 되면 지원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수월해지더라고 답했다. 더 궁금한 것은 지원센터나 사이트로 와서 언제든지 문을 두드리라면서 강의를 마쳤다.

 

같은 고민을 미리 했던 사람책의 경험과 조언을 하나씩 나누면서, 인생 전환기의 자기탐색과 도전을 계획하는 인생학교 학생들은 조금씩 용기도 나누어갖는 듯 보였다. 새로운 삶을 모색하며 조금 더 성장하려는 그들의 꿈에도 구체성이 보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글과 사진_박정하(50+홍보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