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갔다. 그것도 쏜 살 같이! 너무 빠르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불러올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단 한번의 단발성이기에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라는 이야기도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이 말은 전 생애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유독 나의 푸르렀던 젊은 삶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최근 어느 모임에서 각자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자기의 삶을 그래프로 만들어 보고, 그 그래프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면 참석했던 사람들이 닉네임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나에게 돌아온 닉네임은 글로벌 풍운아가 뽑혔다. 아무래도 풍운아는 너무 무겁고 심적 부담이 되니 방랑자로 바꿔 달라며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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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Pixabay) 

 

 

그렇다. 나는 30여년 가까이 고국을 떠나 해외주재원으로 살았다. 인생의 삼분의 일을 해외에서 떠돌아 다니다가, 삶의 후반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생 2막을 살아 가고 있다. 내가 근무한 회사는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를 찾아서, 그곳에 제조 공장을 세우고, 텐트, 의자, 가제보 등 캠핑 제품을 만들어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곳곳에 수출하는 회사였다. 세계에서 최대의 캠핑 회사가 되었던 적도 있어서 자부심도 있다. 그 현지 나라들만 해도 도미니카 공화국을 시작해서 중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쉬, 러시아,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였다. 회사는 그곳에서 만든 캠핑 제품들을 주로 미국의 월마트, 타겟 등 리테일러에 수출하면서 운영되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중국에 거주하면서 미주 등 해외 세일즈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 나라, 저 나라로 출장을 다니는 일이 많았으며, 중국 복건성에서 오랜 기간 동안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40대를 인생의 허리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이야기였다. 나에게 40, 50대는 이미 지나가 버리고 벌써 60대에 들어섰다. 한 자연인의 이미 흘러가버린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40대로 돌아 간다면 어떤 점을 개선하여 보람 있게 한번 뿐인 인생을 살 것인가! 지금 40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며 이 글을 쓴다.  

 

첫번째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다. 얼마 전 동네 아파트의 공터에 있는 운동장을 찾았는데, 40대 아빠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상하게 농구 드리블을 가르쳐 주는 중이었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가르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너무 부러웠다. 왜 저런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을까! 저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게 인생에 있기나 하나! 현대 사회를 분초사회(分秒社會)라 한다. 그만큼 시간의 효율을 우선시하여 살아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함께 나누는 삶의 시간보다 더 중요한 시간이 있을까! 나의 주어진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행복일 것이다. 바쁜 40대들에게 꼭 시간을 내어서 가족과 나누는 사랑의 시간을 함께 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다행인 것은 지금의 30~40대들은 그래도 우리 세대의 부모상에 비하여 가족을 대하는 자세가 진보적이고 유연하게 바뀌어서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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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Pixabay)

 

 

두번째는 국내든 해외든 자주 여행을 다니라고 권유하고 싶다. 인생의 사유를 폭넓게 살아가게 만드는 혼자의 여행도 권유할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가족과 여행을 많이 다니길 추천하고 싶다. 40대와 함께하는 자녀들은 이제 추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살아가는 인생의 여정에서 여행의 추억만큼 가슴에 남는 게 있겠는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부모와 낯선 곳에서 하루 밤을 보냈던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자녀들은 어떤 고난이나 역경도 이겨낼 것이다.

 

셋째는 자신의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을 위하여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40대는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 신체의 건강을 도외시 하기 쉬운 나이다. 자기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기본 예의이기도 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40대의 건강을 계속 50대 그리고 60대에 유지하기 위해서 아령을 들고 근육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40대에 건장한 신체를 만들어 놔야 인생의 후반전에 다가오는 건강의 세찬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은 육체적인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마음)에도 건강이 있어야 한다. 정신(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공연이나, 독서, 영화 등을 통해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 40대는 지금까지 살아온 생만큼 더 곱절을 살아야 한다. 세상이 자기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의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그것은 바로 인문학적 소양을 얼마만큼 깊고 넓게 가졌느냐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마인드를 유지하고 세상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세상은 AI와 같은 산업의 진보와 인터넷 덕분에 나날이 이웃처럼 좁혀지고 있다. 머지않아 아프리카도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올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세계로 뻗어가는 K-culture와 같이 40대의 시야가 세계 속으로 뛰어들 때 우리의 국력은 성장한다. 흔히들 봉제 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말한다. 내가 30년 넘게 근무한 회사에 입사할 때에도 모두들 그렇게 얘기했다. 그러나, 봉제 산업은 우리나라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채로, 지금도 세계의 여러 나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사양(斜陽)산업이라고 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 가면 얼마든지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산업이 되기도 한다. 세계 속에서 글로벌 리더로 나가기 위해서는 세계사, IT, 어학 등의 필요한 준비를 미리 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너무 일반적인 얘기 같기도 하고, 개인의 경험에 치중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러가지로 부족한 한 자연인의 이야기다. 그러나 인생의 여정을 길게 가야 하는 40대들은, 위에 쓴 4가지 사항을 다시 한번 챙겨보고, 신발끈을 동여 맬 수 있는 계기를 줬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40대들이여! 부디 한 번 뿐인 인생을 정성껏 성실하게 살아가기 바란다.           




홍보서포터즈 이필열(pilyul11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