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 미래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처럼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다. 대학교의 수강신청, 온라인 이벤트 참여, 열차표 예매, 음식 주문, 버스 도착정보 서비스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부분에서 꾸준히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들 중 일상을 바꾸어 버린 ‘과거화’된 경험에 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 용어들은 ‘아직 오지 않은, 어떻게 갈지 모르는 불안한 측면으로서의 미래 부분’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추상적 키워드일 뿐, 그 개념이 너무 과도하게 부여된 것은 아닐까 하는 비판적인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 현실 세계에 실현되었다. 초기 확산 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집단적 공포와 불안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과거의 경험으로 축적되면서, 국가는 국가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었다. 또한 사회적 기능 지속을 위한 문제 해결의 도구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시스템들을 ‘충분한 검토’없이 학교 교육, 재택근무 등 우리의 삶 곳곳에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혁신을 경험했다. 좋고 나쁨의 정도 논의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문제가 있거나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이슈 제기가 없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코로나19의 전염 차단을 위한 비대면 기술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 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이 용어들이 미래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다. “미래는 이미 와있고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다”는 미국의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우리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은 널리 퍼져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미국의 심장전문의 로버트 엘리엇의 저서에서 인용되었다. 경험하고 있는 혁신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통해 볼 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서 불안과 공포를 담기보다는 ‘할 일’과 ‘기회’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긍정적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나의 ‘기회’로 활용할지 얘기해 보자.
소통⋅공감⋅연결에 대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적 해석
대면: 인생세간(人生世間)에서 나온 말이라는 ‘인간(人間)’이라는 말은 본원적으로 소통⋅공감⋅연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준 비정상의 정상 상황은 ‘대면’과 ‘비대면’을 같은 급의 용어 혹은 선택의 형태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학교, 회사, 모임, 행사 등의 기회를 통해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나의 오감을 통해 대상을 느끼고 판단하고, 생각과 꿈, 희망을 얘기하고, 설득하고, 공감하고, 음식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 등 원하는 것들을 이루며 살아왔다.
전화 및 영상회의: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협업을 위한 방법으로 전화와 화상회의 기술이 발전했다. 이 방법은 사람의 눈과 귀를 물리적 거리 면에서 확장한 것으로, ‘대면’이라는 본질에 대한 ‘이미테이션(imitation)’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능적인 면에서 협력과 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 질 수는 있지만, 설득과 공감 등 정보와 지식을 넘어선 인간관계 구축에 있어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실감미디어: VR을 실감미디어라고 부르는 것은 화면을 바라보는 방식보다 ‘실감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술적으로나 용도 면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미래에 분명해질 용도의 기대감은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견인한다. 오락과 교육이 주요 활용 분야이며, 실시간 영상과 음성을 전하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구성하는 이미지와 합성음 등을 활용한다. 즉, 눈과 귀로 실제의 대상을 직접 보지 않는 VR내에서 소통이 이루어진다. IT와 통신기술의 발전은 지구 반대편이나 우주 공간의 대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3D 애니메이션이나 최신 게임에서 보는 우수한 그래픽 기술을 이용하여 가상의 형상과 연결해 준다.
산업적 관점에서 컴퓨터기술을 이용한 제품의 발전
전기밥솥,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은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좀 더 좋아진 자동기능’이 추가되는 형태로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인공지능’이라는 마케팅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대중화가 된 ‘인공지능 기술’의 관점에서 이러한 제품들은 편의기능을 위해 조금 더 복잡하고 정해진 논리적 규칙에 의해 작동하는 것일 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제품들의 기능이 더 복잡해지면서 제품과 사람의 소통 접점에 ‘인터페이스(interface)’라는 표현을 붙이고, ‘사람중심’, ‘경험디자인’ 등의 개념과 방법론을 동원하여 직관적으로 그것들의 사용을 높이려고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량생산 제품의 존재 이유는 그것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단순 기능 때문이다. 사람들은 몇 개의 버튼을 누르는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은 버튼 몇 개를 추가하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동원하여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그렇지만 그런 대상을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4차 산업 범주의 ‘제품’ 형태는?
센서(Sensor)-빅데이터(Big Data)-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이 동원된 커넥티드 디바이스(서비스) 형태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기존과 동일한 형태의 전기밥솥이나 세탁기에서 빅데이터가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과 달리 전기밥솥, 세탁기를 포함한 집안의 제품들이 모두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기능으로, 현재로서는 어떤 모습일지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 비유를 들자면, 집이든 사무실이든 공장이든 ‘지능을 가진 사람 수준의 로봇’ 같은 것이 있어서 내가 무얼 요구하기 전에(즉, 내가 전기밥솥 스위치를 누르기 전에) ‘알아서’ 해주는 상태가 아닐까 싶다.
이런 상태까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이외에 새로운 차원의 문제 해결, 연결된 기기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업적 이해관계의 개입과 해결, 새로운 사업 모델과 기회 수립 등의 어려운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1990년대 후반의 ‘닷컴혁명’ 때는 복잡한 외부적 이해관계의 개입 없이 인터넷 기술을 가지고 인터넷상의 정보를 수집⋅가공⋅제공하는 검색서비스를 만들거나, ‘내 맘대로의’ 게임 서비스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러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본을 대주는 형태로 서비스 개발과 사업 전개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품의 경우 여러 기술을 적용한 최종 결과물을 일반 소비자는 1회성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형태로, 복잡한 이해관계의 개입은 없다.
지금도 가정이나 공장, 사무실 등 소유자가 있는 ‘현장(장소)’과 ‘대상’이라면 이해관계가 비교적 단순하다. 게다가 공공 영역의 새로운 영역인 사물인터넷과 4차 산업혁명의 범주는 ‘현장’과 ‘대상’에 이런저런 센서를 붙여야 한다. 또한 공공 영역의 대상이 되는 ‘스마트시티’의 경우는 정부⋅지자체⋅주민 등 이해관계가 본질적으로 복잡한 영역으로, 자원(예산)의 배분 등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까지 개입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50+세대의 4차 산업혁명 참여하기, 즐기기
기존의 개별 단위(unit)로 개발되고 발전한 기능 단위들이 더 큰 단위로 연결하여 새롭게 발생되는 것이 빅데이터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빅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오랜 시간 축적하고, 축적된 데이터 패턴을 머신러닝(ML)과 인공지능(AI) 방법을 통해 분석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한다. 실제로 내가 원하지 않는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그 일의 발생을 억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해주는 종합적 서비스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본질이다. 여기에 50+세대가 참여하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자.
도메인 발굴: ‘스마트팩토리’1와 같은 담론을 넘어,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발굴과 이해관계의 조정, 신뢰구축 과정은 현장 경험과 신뢰 관계를 가진 50+세대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융합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구체적 예의 하나이다.
데이터 분석 기술응용: 머신러닝(ML)이 중심이 되는 데이터 분석 기술은 파이썬(Python)2을 이용해 다차원 데이터를 다루는 등 높은 수준의 프로그래밍이 개입되는 부분이다. 젊은 세대가 가치를 발휘할 영역지만, 데이터 분석에 밝은 50+세대가 참여할 기회가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데이터 발굴과 수집: 도메인 발굴과 밀접한 부분으로 실제로 머신러닝으로 분석할 데이터를 수집하는 부분이다. 전통적으로는 엑셀 형태의 데이터가 중심이었겠지만, 사물인터넷과 4차 산업혁명에서 말하는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범위를 확장하여 센서를 통한 수집과 축적의 데이터가 중심이 된다.
50플러스재단의 다른 강좌나 기고문 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메이커운동(Maker Movement)3, 아두이노(Arduino)4를 찾아볼 수 있다. 이것들은 대중화된 기술과 진동, 온도, 미세먼지, 밝기 등 실용성 있는 저렴한 센서를 이용하여 도메인 상태를 데이터화하는 간단한 장치로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숫자의 인식, 컨베이어벨트를 통과하는 부품의 개수, 세기 등은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여 기술적 난이도가 있다. 하지만 필요한 사항이 명확하면 쉽게 해당 기술 확보가 가능한 영역으로, 기술 자체보다는 적용 도메인의 종합적인 이해와 창의적 발상이 더 중요하다.
‘데이터 댐’5이라는 데이터의 발굴과 축적은 2020년부터 정부 지원 사업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영역이다. 도메인 전문가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이미 많은 시도가 이루어진 도메인 전문가 고령화에 따른 ‘노하우의 데이터화’ 사업 등은 50+세대의 도메인 경험자들의 활동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1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2 컴퓨터 언어의 일종으로 간결하고 생산성 높은 프로그래밍 언어. 머신러닝, 그래픽, 웹 개발 등 여러 업계에서 선호하는 언어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3오픈소스 제조업 운동.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 ‘메이커’(Maker)가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통칭하는 말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4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오픈 소스 하드웨어로 다양한 웨어러블 컴퓨터 프로토타입 개발 및 차세대 디지털 기기 발명에 활용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5 정부가 2020년 7월 14일 확정·발표한 정책인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 10대 대표과제는 디지털 뉴딜(3개), 그린 뉴딜(3개), 융합과제(4개)로 구성돼 있는데, 데이터 댐은 디지털 뉴딜 분야에 속함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