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남자의 아름다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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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도시락」 자원봉사단은 밥과 반찬 이외 마음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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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우리 식의 진수성찬의 객관적 표기는 몇 첩 반상으로 가늠한다. 밥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반찬과 함께 차려내는 일상식 상차림을 반상이라 하고 종류에 따라 내용과 형식이 정해져 있다. 반찬의 가짓수에 따라 3첩, 5첩, 7첩, 12첩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첩’이란 밥, 국, 김치, 장류를 제외한 반찬 가짓수를 말한다.

 

 오늘의 반상은 밥, 국, 김치를 빼고 ‘불고기, 나물, 잡채, 메추리알 조림, 김치전, 단호박 셀러리’로 5첩이 넘는다. 이 정도 반찬 가지 수를 준비하려면 전업주부도 작정하고 만들어야지, 평소에는 엄두가 나지는 않는 반찬 가지다. 그런데 50+자원봉사단 일곱 남자는 이 엄두가 나지 않는 가짓수와 양의 반찬을 뚝딱 만들어냈다.

 

 

 

 

 사실 여기 일곱 남자는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요리 프로그램 ‘남자의 부엌(파티요리)’ 올해 수료생과 작년 ‘남자의 부엌(세계의 요리)’ 프로그램 수료생들이 의기투합한 커뮤니티 멤버들이다. 필자가 중부캠퍼스 1층 ‘모두의 부엌’에 들어 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광경은 식탁 위에 쫙 펼쳐진 빈 도시락들이었다.

 

 도대체 아마추어 요리사 일곱 남자가 이 많은 도시락을 뭐로 채울까 의아했다. 그런데 답은 있었다. 여섯 가지 반찬 중 불고기, 김치전 일부만 영양사의 지도로 조리하고, 이미 전문 조리사의 손길로 다 만들어져 있었다.

 

 

 

 

 

 먼저 영양사의 지시로 불고기에 들어가는 채소 썰기를 해보는데, 양파, 당근채썰기 모습이 어설프기만 하다. 양념장에 고기 재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우는 이유는 고기에 양념이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함인데 그 이유를 모르니 말이다. (한 봉사단에게 요리 봉사는 어떻게 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남자의 부엌에서 배운 다른 나라 요리를 활용할 기회를 찾다가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중에도 커뮤니티를 이끄는 회장 이광호는 전직 대기업 직원식당 조리장으로 한식. 양식 두 가지 요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실력자였다. 회장은 채썰기 시범도 보이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당근 채를 가늘게 썰어 당황하는 멤버한테 채소를 넣을 때 맨 나중에 넣으면 물러지지 않고 모양이 살아있을 거라고 안심시켰다.

 

 

 

 

 

 다음은 김치전 부치기 실습을 하는데 먼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불에 올린다. 다음은 식용유를 붓고 팬에 고루 묻도록 손잡이를 잡고 흔들어 놓고, 팬에 있는 기름(고온이 된)을 조금 덜 그릇에 부어 놓고 팬을 식혔다가 반죽을 부어 은근히 익혀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팬을 식히는 이유는 스테인리스 재질 상 높은 온도에서 부치면 눌어붙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팬에 부은 반죽 겉면이 반 이상 익었을 때 뒤집개로 뒤집어야 뭉그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두 가지 조리가 끝날 즈음부터 펼쳐 놓았던 빈 도시락에 반찬 담기가 시작됐다. 일곱 멤버는 물론이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김영대 대표이사, 중부캠퍼스 교육상담팀 방혜경 PM, ‘모두의 부엌’ 관계자와 한 공간에 있는 손이란 손은 모두 보태 150개의 도시락을 채우고, 쏟아질 것을 대비해 테이프로 붙이고, 비닐 봉지에 밥과 국 각각 1개 반찬 도시락 1개로 1인분 도시락을 담아 완성했다.

 

 

 

 

 

 

 운반을 위해 큰 상자에 넣어 다시 테이프로 포장하는 등 반찬 조리하는 과정만큼 운반을 위해 꾸리는 과정도 만만하지 않았지만 다들 자기 일인 양 열심히 움직여 한 시간 남짓 만에 운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도시락 150개를 세 개의 차량에 나눠 싣고, 관계자들, 팀원들이 타고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서울역 맞은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동자희망나눔센터’였다.

 

 

 

 

 

 

 사전에 연락받은 관계자들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자동차 문을 열자마자 알아서 척척 도시락 상자를 들고 계단을 단숨에 오르내리며 순식간에 올려다 놓았다. 전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입꼬리가 올라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에 센터 앞마당에는 도시락을 받으려 모여든 사람의 긴 줄이 생겨나고 있었다. 각 개인한테 전달하는 과정은 센터 관계가 직접 하는 것으로 해, 전달하기는 생각보다 쉬웠다. 전달 인증 사진을 찍고 나서 커뮤니티 회장한테 물었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너무 흐뭇하고 기쁘다고 했다. 조리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해서 멤버한테 사전 인터뷰를 요청할 수 없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오늘까지 2회차로 도시락 총 300개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냐고 물었더니, 재단에서 일절 준비해 주고 커뮤니티 멤버들은 마음과 손길을 보탠 것뿐이라고 했다. 비용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쳐도, 이 일곱 사람이 선뜻 나서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3-4시간에 일곱 사람이 할 수 있는 규모의 일은 분명 아니었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의견을 내고, 그 뜻에 공감하고 지원하니 무려 150명 이웃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도시락 하나로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을까만은 ‘비밀의 도시락’ 선물이 그들의 가슴에 아주 작은 온기가 되길 바라는 게 필자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취재 일정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바닥에 나뒹구는 빛바랜 낙엽들이 발목을 붙잡는 듯해 한동안 머뭇머뭇하다가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