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 커뮤니티에는 고양이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그러나 그에 반해 고양이가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람을 어떻게 다루려고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사람이 고양이의 행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듯 고양이도 사람의 행동을 관찰한다. 사람과 고양이는 서로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끊임없는 밀당을 주고 받는다. 못 믿겠다고?
말을 익힌 고양이
놀랍게도 베테랑 집사조차도 고양이가 인간에게 수시로 말을 건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고양이는 자신들끼리 그러니까 같은 고양이 사이에서 음성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점은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어미를 찾는 새끼고양이의 위급한 소리나 영역을 둘러싼 다툼에서의 위협적인 고성, 교미에 동반되는 울음 등 특정 상황이 아닌 한 고양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집고양이는 아주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말을 사용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자신도 음성적 신호로 말을 통해서 사람과 소통하고자 한다
놀랍지 않은가. 고양이는 사람을 다루기 위해 말을 하는 것이다. 즉, 말을 원래 안하고 살 수 있지만 사람과 지내다 보니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은 기본적인 요구사항(먹을 것을 달라, 놀아달라, 이것 좀 치워라, 지금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선은 고양이가 말하면 귀담아 듣도록 해야 한다. ‘고양이가 또 우네’라고 생각하며 흘려 듣지 말고 고양이를 한 번 더 쳐다보고 주위에 무슨 일이 있는지, 고양이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보자. 가끔은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을 수도 있다. 냐옹 냐냐옹~
먼저 찾아오게 만드는 법
고양이는 사람들이 자기가 보고 싶을 때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찾으러 다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을 찾을 때까지 기다린다. 자기가 제 발로 걸어서 가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고양이의 고자세, 시크한 태도는 고양이가 사람이 뭔가를 좋아하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습성을 잘 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람도 고양이의 습성을 이용해 고양이가 제 발로 나를 찾아오게끔 하는 치트키가 있지 않을까? 당연히 있다.
고양이가 곤히 잠들어 있을 경우에는 귀를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고양이가 누워 반수면의 상태에 있는 경우 사람이 말을 하거나 무슨 소리가 나면 고양이의 귀는 자동반사로 움직인다. 자는 척하지만 주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는 것이다. 집고양이들은 대체로 사람들이 자신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이름을 거론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사람 쪽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귀만 사람들 방향으로 돌려서 무슨 험담을 하는지, 어떤 찬사를 보내는지 알아내려고 염탐한다. 만약 고양이를 가까이 오게 하고 싶다면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것보다 옆사람과 소곤소곤 그 고양이 이름을 대화에 간간히 집어넣으며 하하호호 하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고양이는 분명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고양이는 태클의 천재
고양이는 친근감과 애정의 표시로 사람 다리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제 몸을 다리에 비비고 문지르는 행동을 자주 한다. 이런 부비부비는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아, 고양이가 날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끼는 게 다가 아니란 말이다.
자, 고양이가 당신에게 만약 부비부비 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이 질문에 핵심이 담겨 있다. 만약 고양이가 부비부비 했는데도 바쁘다는 이유로 볼 일을 보러 고양이를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고양이의 사랑을 배신한 당신의 무관심에는 후한이 따르는 법이다. 이제 당신은 걷다가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태클에 스텝이 꼬여 넘어지게 될 것이다. 운 좋게 넘어지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당신의 발에 가볍게 차이게 될 수밖에 없다.
고양이는 특히 가장 바쁜 때를 노려 태클을 건다. 나는 이런 행동을 ‘고양이 보험사기’라고 부른다. 고양이가 부비부비 행동을 할 때는 적절한 보상(스킨십, 놀아주기, 간식주기 등)을 바란다는 것이다. 보험사기는 보상이 없을 때 고양이가 당신 발에 가볍게 차이기를 의도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확실하게 당신이 잘못했으니 자신에게 보상을 줘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고양이의 이 뻔한 수작의 태클은 눈물 나게 귀엽다. 그렇기 때문에 사기인줄 알면서도 늘 걸려 들고, 기꺼이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래, 오늘도 네가 이겼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