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부동산’에 대한 한국 사회의 욕망은 그리 변한 것 같지 않다. 정부는 끊임없이 대책을 내놓지만 부작용이 속출하고, 급기야 정부가 호텔과 공장을 매입해 민간에 임대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삶의 공간을 경제적 가치로만 따질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을 만들어내는 건축과 그 공간을 심미적, 역사적, 공학적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는 세 권의 책을 소개한다.
아파트를 위한 변명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며, 향후 10명 중 7명은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다. (국도교통부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더 많은 사람이 살기를 원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시골이나 교외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보다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것.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설 엔지니어 양동신은 <아파트가 어때서>를 통해 이러한 통념과 선입견에 의문을 던진다. 공학자의 입체적이고 실용적 시선으로 바라본 아파트와 고속도로 등 우리 삶의 질을 높여온 인프라. 이러한 인공적인 기술과 시설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 수 있으리라고 역설하는 책. <아파트가 어때서> 양동신 지음, 사이드웨이
국가가 원한 건축
건축은 시대의 산물이다.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발전국가 시기 한국 현대 건축>은 건축이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편입된 1955년부터 “건축 바깥이 아닌 내부에서 건축의 의미를 사유하길 요청한 4.3그룹”이 등장해 한국 현대 건축의 새로운 장을 연 1990년대까지 한국 현대 건축이 남긴 발자취를 추적,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이상적인 ‘건축’을 상정하고 그간의 한국 건축을 비판하기보다 지난 세기 한국에서 건축이 ‘무엇을 했는지’를 묻고, 그 흔적을 통해 거꾸로 건축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는다. 이 책의 시작 시점을 건축이 국전에 편입된 1955년으로 잡은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국가가 건축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발시대, 국가가 건축가들의 최대 건축주였다는 대전제를 통해 우리가 살아온 20세기 건축을 새롭게 바라보는 책.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발전국가 시기 한국 현대 건축> 박정현 지음, 워크룸프레스
인간 중심의 공간
‘킨포크 스타일’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자연을 벗삼아 소박하지만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매거진 <킨포크>와 북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가 함께 ‘사람이 중심이 되고, 마음이 쉬어가며, 오래도록 그 안에 머물고 싶은’ 건축물 25곳을 찾았다.
<더 터치 - 머물고 싶은 디자인>. 빛, 자연, 물질성, 색, 공동체라는 다섯 가지 분류를 통해 건축물을 감각적 이미지로 보여주고, 각각 공간이 지닌 미학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한다. 누구나 아는 거장 건축가의 공간보다는 동시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는 건축물을 선정했고 그 중에는 서울 청담 아크네 스튜디오, 경복궁 옆 아름지기 재단 등 우리 곁의 건축도 포함되어 있다.
‘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라는 본질적이고 미학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책 답게 <더 터치> 자체의 물성도 무척 아름답다. <더 터치 - 머물고 싶은 디자인> 킨포크, 놈아키텍츠 지음, 윌북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