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항로변경을 앞둔 ‘5060’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
중장년 특화 일자리 창출 앞장서는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가 말하는 중장년 취업 길
시니어를 일컬어 흔히 변화를 싫어하는 부류라고 말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주류(또 다른 말로 기득권)’인 탓이다. 정치지향의 한 부류인 보수가 기존질서 수호를 갈망하듯 인생의 주류 시기(203040)을 거쳐온 시니어들은 평생 쌓아올린 자신만의 탑이 옳다고, 그리고 맞다고 믿기 마련이다.
하지만 앞서 가는 시니어는 다르다. 환경적 요소가 인생의 황금기 때와 판이해졌음을 진작에 인식한 그들은 변한 게임의 룰에 맞춰 옷(일자리)을 갈아 입고 헤어 스타일(라이프 스타일)을 바꾼다. 중장년 일자리 지원 소셜벤처기업을 표방하는 상상우리는 여기에 양념을 한 숟갈 더 얹는다. 변화가 두렵다고? 그렇다면 확장하라, 시니어여!
상상우리의 신철호 대표 스스로가 그 길을 연 케이스다. 오랜 시간 글로벌 제약사에서 마케팅 리서치 업무를 하다가 불현듯 찾아온 새로운 인생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 중장년의 경험가치가 사라지는 현실을 개탄해 그들이 사회 혁신의 새로운 자원이 되게끔 지원하겠다는 소망이 도달한 지점이 바로 상상우리다. 그를 광화문 라이프점프 사옥으로 초대해 궁금증을 풀어봤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자기 소개부터 부탁 드린다.
“안녕!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라고 한다. 상상우리는 중장년의 경험가치가 사회혁신의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2013년 상상우리를 창업했으니 올해로 8년차 창업가다. 그 전엔 헬스케어 관련 마케팅 리서치 업무를 했다.”
-중장년 대상의 사회적 기업 창업에 나선 계기는 무엇인가. 아, 그 전에 상상우리란 무슨 뜻인가. 상상하는 우리?
“상상을 ‘이매진(Imagine)’이라고 생각들 하시는데 그 의미는 아니고 ‘상부상조하는 우리’의 약자다. ‘우리’라는 단어가 ‘케이지(Cage)’라는 뜻도 있는데 우리 안에 모여 상부상조하는 시니어들, 이런 의미도 담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터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이 프랜차이즈 창업 등에 나서면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이 사회에서의 시니어라는 존재감, 또 그들이 지닌 경험가치는 그렇게 쉽게 사멸 돼서는 안 된다. 그들의 경험가치가 재사용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쓰임새가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일자리다. 상상우리는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에 집중한다.“
상상우리
-시니어들의 행동반경 중 특히 어느 지점에 주안점을 둔 것인가.
“쉽게 이야기하면 나는 중장년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2030 때 커리어와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시니어가 지닌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 역량으로 이어지긴 어렵다. 그 역량을 찾고 다듬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퇴직과정에는 그런 것들이 생략돼 있다.
막연하게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용하기 힘든 ‘무용지물’이 된다. 그런데 이것을 순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 상상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시니어가 지닌 경험이 계속 사용될 수 있도록 장점을 찾아 계발해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상상우리는 현대자동차, 고용노동부, 50플러스재단과 함께 ‘굿잡506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5주 기간 10회 코스로 운영되는 교육을 이수하면 사회적 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취업을 연계한다.
우리는 지식을 가르치거나 변화를 지향하지 않는다. 10회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나서 그 결과물을 토대로 본인의 역량을 재발견하고 이를 이력서에 반영하도록 유도한다. 교재도 아예 없다. 대신 매주 책을 한 권씩 읽고 독후감을 쓴다. 시니어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대신 우리는 확장하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가야 한다고 권한다.“
-결과적으로 교육사업을 영위하는 거네. 기존 교육 서비스랑 차별 포인트는 무엇인가.
“재밌고 흥미를 느낄만한 과정을 만들자, 란 지향을 갖고 있다. 이런 식이다. 인생이 익어감을 책이 아닌 액티비티, 가령 막걸리를 만들거나, 고추장, 된장을 만들면서 ‘익어감’을 깨닫는 거지. 막걸리를 만들려면 물, 쌀, 누룩이 필요하다. 인생 2막을 위해선 본인 경험, 역량, 교육이 한데 어울러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교육과정에는 커리어 피트니스라는 도우미가 투입된다. 운동을 통해 근력을 기르듯 커리어 피트니스의 도움을 받아 취업력, 즉 근력, 유연성, 지구력, 정신력 등을 기르는 것이다.“
-교육은 피교육생의 만족도가 중요한데, 타이트한 교육과정이라 만족도가 양 갈래로 나뉠 것 같다.
“(하하) 자신 있게 말하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다. 올 초에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과를 보고 놀랐다. 취업유지율이라는 지표가 있다. 무려 80% 이상이 나왔다. 무슨 말이냐면 재취업자도 만족하고 사용자도 만족해한다는 것이다.
우리 프로그램의 수료율이 95%가 넘는다. ‘이 프로그램 별로야’하고 나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출석부를 보면 지각, 조퇴한 분들도 거의 없다. 한 번이라도 빠질 분이라면 오지 마시라, 고 사전에 엄포를 놓은데다 우리가 한 번도 빠지지 않으시게끔 만든다. (하하)”
-사용자 관점에서 만족도는 어떤가. 이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들을 채용한 기업 관점에서 말이다.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운영해보니깐 중장년 인력은 초기 기업보다는 성장기업에 더 맞다는 결론을 얻었다. 초기기업은 저렴한 임금에 매력을 느껴서 채용하지만 기업의 생존기간 자체가 낮다. 대신 성장기업은 오래 일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재취업 희망자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교육이 분명 필요한 부분이긴 한데, 시니어 일자리 문제는 사실 일할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 중장년을 채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청소업체나 경비업체, 구청 노인일자리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일자리들이 전부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틈새를 찾았다.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는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것이다. 여기엔 좋은 인력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 상상우리의 취업율은 65% 가량 되는데 우리가 사회적 경제 틀 안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놨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교육, 특히 시니어 교육은 흥미와 재미, 이런 요소들을 넣어야 효과가 높다는 지적이 있는데.
“창업 초기 시장조사를 통해 상상우리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봤다. 많은 시니어들이 기존 교육을 낮게 평가했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나.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재미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서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재밌는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또 다시 떨어졌던 것인데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취업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상상우리만의 교육 원칙을 수립했다. 첫째, 재밌어야 한다. 둘째, 직접 참여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셋째, 목적(취업)을 달성해야 한다.“
-최근에 스터디위즈라는 교육 플랫폼을 본격 론칭했는데 설명 부탁 드린다.
“중장년 대상 온오프라인 교육플랫폼이다. 작년 우연찮은 기회에 시작하게 됐다.
우리가 취업 시킨 한 시니어 인력이 사내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법인통장 개설을 요청했는데 ‘할 줄 모른다’고 내빼시더라. 그때 충격을 받았다. 우리한테 물어보면 상세히 설명 드렸을 텐데. 고민 끝에 취업만 시켜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취업 이후에도 역량발휘를 위해 교육을 제공해야겠더라. 이 플랫폼은 ‘오늘 배워 내일 쓸 수 있는 교육을 하자’를 지향한다. 마케팅, 재무, 이런 류의 교육이 아니라 ‘통장 만드는 법’, ‘문서작업 잘하기’, ‘협업툴 활용하기’ 등처럼 자질구레해 보이지만 실제 업무에 유용한 것들 위주로 교육이 구성됐다.“
-상상우리에는 시니어 인력이 얼마나 포진해 있는지.
“우리 회사 직원이 총 37명인데 절반이 50대 이상이시다. 가장 연세가 많은 분은 올해 68세이신데, 사업운영 파트를 맡고 계시다. 이분이 입사하셨을 때가 2016년이다. 이후 지상파 방송에도 소개가 될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는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다.”
-창업주의 선한 인상처럼 상상우리가 하는 일도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 보인다. 좋은 일 하시는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회사자랑 할 기회를 드리겠다.
“상상우리는 성장하고 싶은 분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물론 중장년들에게 성장이라는 단어는 긍정반, 부정반의 뉘앙스로 다가선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중장년이 지닌 경험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소진되고 있다. 중장년 재취업 가능성의 반감기는 1년도 안 된다. 퇴직 후 1년이 지나면 재취업 가능성은 50%고 2년이 줄면 25%로 주저 앉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성장이다. 본인이 성장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믿는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상상우리로 오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