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그 집에 사십니까?
누구에게나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우리가 흔히 기대할 수 있는 답은 시설이 훌륭해서, 교통이 편리해서, 저렴해서, 투자 목적으로, 동네 환경이 좋아서 정도가 아닐까요. 저는 터무늬있는집 실무를 담당하며 매해 결과보고나 성과정리를 위해 청년들에게 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들이 하필 터무늬있는집에 사는 이유
청년들에게 ‘왜 터무늬있는집과 함께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답은 “내가 혹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서” 였습니다. 맞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사실 무엇인가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집입니다.
관악 터무늬있는집 6호 ‘봉천살롱’의 모습
그래서 터무늬있는집은 예외적인 집을 제외하고는 개인 입주자가 아닌 함께 꿈꾸는 청년들을 단체로 모집합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청년팀이 어느덧 8곳이 넘는데, 그 사연은 저마다 제각각입니다.
※ 지난 3년여간 경기 부천과 시흥, 서울 강북과 성북, 관악, 은평 등지에 조성되어 8호까지 계약을 체결해 이 중 6곳에 청년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2020년 11월 말 기준)
터무늬있는집 청년들이 함께 만들고 싶었던 무늬
’터무늬 있는 집' 1호에 모인 청년들이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한호 기자
<사진출처> 한국일보 터무늬있는집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2121388048227?did=NA&dtype=&dtypecode=&prnewsid=
경기 부천의 청년들은 경제적 여건, 처지에 상관없이 동네에서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우리의 집”을 만들자는 꿈을 꾸었습니다. 서울 강북 청년들은 지역의 무늬를 새긴다는 슬로건 아래 재능을 나누었고, 자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며 사업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청년들을 위한 마을의 한 공간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시흥에서는 청년들이 1인 가구를 위한 가정간편식 사업을 본격 시작해 꽃 피우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터무늬있는집이 든든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성북에서는 청년들이 스스로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는 꿈을 실현해 나갔으며, 관악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돌보며 더 나아가 지역 주민들과 여러 방면으로 더불어 사는 일을 위해 청년들이 뭉쳤습니다.
또, 보육원에서 함께 자라 만 18세가 되어 함께 독립해 서로 가족이 되어주며 살아오다 전세계약이 만료되어 목돈 마련의 어려움을 겪던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터무늬있는집이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생활해오던 지역에서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집”을 함께 지켜내는 것이었습니다.
터무늬제작소는 저마다의 달란트로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꿈을 아직도 듣고있고, 함께 만들며 응원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터무늬있는집 6호, 관악에 무려 10명의 청년들이 1, 2층에 입주해 소박한 집들이를 가졌습니다. 초겨울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다 결국 2단계로 격상된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한 봉천살롱의 오픈하우스였습니다.
관악 청년이 직접 전하는 고마움, 그리고 함께 새겨나갈 무늬
안녕하세요. 저희는 10월 5일 봉천동 집으로 이사한 봉천살롱 청년들입니다. 입주 후 매일매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삶 자체로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곧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의 문턱에 바람을 막아주는 튼튼한 집에 살 수 있음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요.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한 봉천살롱 청년들의 생활모습 (https://instagram.com/bongcheon.salon)
많은 분의 도움과 헌신으로 이렇게 멋진 집에 살 수 있게 된 것에 큰 감사를 느낍니다. 이 집은 청년들을 생각하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생겼다고 합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청년이 이러한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가슴에 따뜻함을 품고 그것을 나누며 살아가는 멋진 세상이 되길 염원해봅니다. 그런 세상의 따스함을 기억하며 봉천살롱과 도토리공작소 또한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향한 저희들의 비전을 펼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봉천살롱 집들이를 준비하며
지난 한 달은 나홀로 살이에서 공동살이로 전환하며, 짐도 정리하고, 공간 보수와 물품 구입을 위해 집을 구석구석 살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바쁜 시기였습니다. 처음엔 출자자, 지역 분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연다는 게 조금 부담이 됐지만 터무늬있는집과 SH, 그리고 이 집을 위해 정성을 모아주신 출자자분들 한분 한분을 떠올리자 감사의 마음을 잘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10명이 되는 사람들이 한 집에 모두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발빠른 소통을 위해 하루 수십건의 톡을 나누느라 단톡방은 쉴 틈이 없었고, 모두가 모이는 저녁에 틈나는대로 회의를 하다보면 자정을 훌쩍 넘겨 잠자리에 들 때도 많았습니다.
웹자보를 나누고, 선물을 포장하자 이제 곧 집들이를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초대자분들께 드리는 손편지를 쓸 때는 나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이라는 걸 또 한 번 느끼며, 흐뭇함과 감사가 물씬 올라왔고, 예상을 뒤엎고 많이 찾아와주신 초대자분들의 격려와 축하를 받으니 우리가 꾸는 꿈을 잘 실현하고, 받은 사랑도 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돌아보니 집들이를 준비하며, 음식 구입과 장소 섭외, 홍보물 제작까지 하나하나 소통하고 논의하고 결정하며 마음을 모아가는 시간이 더욱 친밀하고 돈독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록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담아 음식과 작은 선물을 담아 찾아주신 분들에게 포장해 드렸습니다.
전해주신 따뜻한 마음, 피어나는 희망을 한 아름 안고 세상과 나누겠습니다.
11월 진행된 ‘터무늬 있는 집’ 6호 봉천살롱 집들이 모습
터무늬있는집 6호팀 봉천살롱은 남성들로 구성된 1층 도토리공작소와 여성들로 구성된 2층 봉천살롱이 합쳐져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그전 수행터에서 숙식하며 함께 수행한 청년들이 계속해서 서로의 마음을 돌보고, 이웃들과 더불어 살기로 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던 공동체살이였지만 자신을 비롯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지요.
아직은 협동조합 예비단체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중이지만 함께 살며 겪게 될 모든 상황을 자신을 성장시켜줄 길잡이로 삼으며, 이러한 경험들을 다양하고 재미난 활동을 통해 나눌 예정입니다. 저희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바라며, 오픈하우스와 터무늬있는집에 정성어린 마음을 모아주신 모든 분께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출자자, 지역손님, 청년들과 함께한 봉천살롱 오픈하우스 컷팅식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는 원금이 보장되는 신협 예금상품 가입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 가입 후 예치금 전액이 청년들을 위한 주택 보증금으로 쓰인 후 만료 후 상환됩니다. (원금 및 소정의 이자포함 신협 예금자보호 5천만원)
이 일을 함께할 선배 시민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터무늬있는집 홈페이지 https://themuni.co.kr/ ‘출자’에서 ‘소셜예금 참여신청’
글 l 봉천살롱 티소 · 터무늬제작소 이영림
터무늬있는집은 도시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실태와 과다한 주거비 부담 등, 터무니없는 청년들의 주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빗대어 만든 세대 협력형 청년주택으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설립한 기금을 바탕으로 전세보증금을 조성하고 입주 청년들은 별도의 보증금 없이 저렴한 월 사용료를 내고 거주하는 청년주택입니다. 기존 임대주택·사회주택과 달리 입주자로 개인이 아닌 청년 단체를 선정하고,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창업, 공동체간 교류 등의 지역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