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극단인 국립극단이 창단 70년을 맞은 해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연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립극단은 거리두기 좌석제, 온라인 상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과 새롭게 만나는 방법을 모색했다.
한 해 내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파우스트>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오랜 역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 받은 작품을 온오프라인 무대에 올린 국립극단의 2020년 마지막 작품은 <햄릿>이다.
새 시대, 새 햄릿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국립극단이 무대에 올린 것은 70년 역사를 통틀어 이번이 세 번째다. 새로운 시대의 관객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원작의 뼈대 위에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
충격적이라고 할만큼 달라진 것은 주인공 ‘햄릿’이 왕자가 아닌 공주인 것. 성별은 바뀌었지만 왕위계승자이자 칼싸움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임에는 변화가 없다. 햄릿 공주로는 연극 무대는 물론 <82년생 김지영> <버닝> <생일> 등의 영화를 통해 존재감이 뚜렷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봉련이 나선다.
무대를 압도하는 광기 어린 연기를 통해 성별 이분법적 세계관을 지우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햄릿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남자냐 여자냐, 그건 문제가 아니다
상대역인 오필리아는 남성으로 바뀌었고, 감초 역할을 하는 햄릿의 측근들 중에도 여성을 적절히 배치해 익숙한 고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연출가 부새롬은 “햄릿이 여성이어도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왕권을 갖고 싶고, 복수하고 싶고, 남성과 같은 이유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성별을 넘어 단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작품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작에 등장하는 기독교적 세계관, 고대 유럽의 예법 등을 대거 현대화하고, 관객 공감을 얻지 못하는 여성 혐오적 표현도 과감하게 들어냈다.햄릿 공주가 내뱉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궁금하다면 12월 17일부터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을 찾을 것. 명동예술극장이 두 달 전 화재 피해를 본 후 보수 작업을 마치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더 의미가 크다.
<햄릿> 공연이 열리는 동안엔 국립극단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연극의 얼굴>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3월의 눈> <파우스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국립극단을 대표하는 작품에 출연한 배우의 생생한 사진과 이야기가 가득한 전시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