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 시린 계절이 지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따스한 계절이 찾아온 이 맘 때는 분갈이나 집 안에 꽃을 들이기에도 적절한 시기이다. 올봄에는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아 유리 화기 속 작은 실내 정원 ‘테라리움’을 만들어보자.
글. 김민주 사진. 고인순 장소. 로로플로르
혼자서도 쑥쑥 자라는 아이
식물을 좋아하지만 키우는 건 왠지 부담스럽다. 나는 그 유명한 ‘식물 똥손’, 내 손을 타는 식물은 금세 죽어버린다. 예쁘다는 이유로 하나 둘씩 사들인 식물이 죽어나간 뒤로, 잘 키워야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 식물을 쉽게 집에 들이지 못하곤 했다. 그런데 물을 아주 적게 주어도, 그저 바람이 통하는 공간에 두기만 해도 혼자서 쑥쑥 잘하는 식물 재배 방법이 있다고 한다. 바로 라틴어인 Terra(흙, 땅)와 Arium(용기, 방)의 합성어로 투명한 유리 화기 안의 작은 땅을 뜻하는 테라리움(Terrarium)이다.
테라리움은 19세기 중엽, 영국 런던의 의사 너새니얼 워드가 밀폐된 유리용기 안에서 식물이 별도의 수분과 양분, 공기의 공급 없이도 잘 자란다는 것을 발견한 후 전 세계에 전파됐다. 본래 테라리움은 종 모양의 유리 병 속에서 보관된 식물을 뜻하지만, 오늘날에는 편의를 위해 덮개가 없는 ‘개방식 테라리움’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보통 화분에 심은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선 배수가 잘 되어야 하는데 테라리움은 바닥에 배수구멍 없이 식물의 동화작용에 의해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테라리움은 보통 이끼를 베이스로 하지만 최근에는 선인장, 다육이로 꾸미며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테라리움, 어렵지 않아요
테라리움을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먼저, 유리 화기 안에 물을 흡수하고 순환을 도와줄 자갈, 흙, 마사토 등을 채워 배수층을 만든다. 진한 황토색의 흙을 쌓았다면, 그 위에는 흰 끼가 도는 하얀 자갈을 쌓아 색상이 겹치는 것을 피하면 좋다. 또 한쪽 구석에 흙을 더 쌓아 언덕을 만들면 단조롭지 않은 예쁜 구도로 만들 수 있다.
그다음 다육식물, 이끼, 피규어, 장식돌 등을 넣어 꾸민다. 다만, 다육식물을 심다 보면 고정이 되지 않아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럴 땐 장식돌을 얹어 지지대로 활용하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다육식물은 심어 자리만 잡아 놓고,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디테일을 다듬으면 어느새 완성도 높은 테라리움이 탄생된다.
흙냄새를 맡으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던 테라리움 원데이 클래스. 내 손으로 직접 이 작고 여린 생명을 심는다는 것이 이토록 가슴 벅차고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왜 미처 몰랐을까. 비록 드넓은 땅에서 자라게 해줄 순 없지만 우리 집 가장 햇살 좋은 공간에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컸으면 하는 마음. 이 기분 좋은 책임감이 식물 기르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테라리움 만들기
테라리움 준비물
다육식물, 스칸디아모스, 마사토 2종, 흙(배양토, 난석, 화산석), 피규어, 장식돌, 숟가락, 나무막대기
테라리움 만드는 법
1. 유리 화기 맨 아래에 흙을 원하는 두께로 깐다.
2. 그 위에는 수분의 양 조절에 도움이 되는 마사토를 깐다.
3. 그다음에 흙을 덮고 식물을 심은 다음 식물의 뿌리가 충분히 덮일 정도로 또 흙을 덮는다.
4. 3번까지의 과정을 반복한 후, 마지막으로 장식돌, 피규어, 이끼 등을 올려 마무리한다.
테라리움 관리법
1. 분기마다 한 번씩 습기를 주는 정도로만 물을 준다.
2. 통풍이 잘 되는 공간에서 기른다.
3. 햇빛이 잘 드는 밝은 곳에 두지만 직사광선은 피한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