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감축은 어느새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탄소 배출이 많은 나라의 상품에 세금을 더 매기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게 대표적이다. 각종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환경 보전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업들은 앞으로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사회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핵심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다. 강화된 환경기준을 맞추려는 노력만 해서는 언제까지나 EU 등 환경 선진국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투자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와 탄소배출 저감과 같은 환경 관련 신산업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게 그린뉴딜의 요체다. 정부의 올해 그린뉴딜 관련 예산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 등을 분석했다.

 

글. 성수영(한국경제신문 기자)

 

 

2021년 그린 뉴딜 핵심은 미래차·에너지

그린 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다른 축인 ‘디지털 뉴딜’보다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 신산업을 지원하고 데이터와 사회기반시설(SOC) 등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비교적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그린뉴딜은 단순한 환경 보전 및 복원사업부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를 모두 포괄한다. 그만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2021년 디지털 뉴딜 실행계획’은 지난 1월 발표됐지만 그린 뉴딜의 실행계획 발표는 2월을 넘긴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예산안과 정부가 공개한 계획 등을 토대로 살펴보면, 올해 그린 뉴딜 관련 사업에는 총 9조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관련 사업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에너지관리 효율화와 태양광·풍력 확산,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등 '녹색 에너지'에 4조2000억 원이 투입된다. 또 공공시설의 에너지 감축과 환경 보전·복원사업, 상수도 관리체계 구축 등 ‘녹색 인프라’에 2조5000억 원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녹색산단 조성과 연구개발(R&D), 금융 지원 등을 묶은 ‘녹색 산업’에 1조3000억 원이 쓰인다.

 

 

가장 규모가 큰 핵심 사업은 전기·수소차 보급 및 차량 오염 저감 사업이다. 전기차 10만1000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1조100억 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수소차 1만5000대에는 3655억 원의 보조금이, 전기이륜차 2만대에는 18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노후경유차 34만대 조기 폐차 지원(3264억 원), 전기차 충전기 추가 구축(923억 원), 수소충전소 추가 구축(745억 원) 등 예산도 만만찮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태양광 설비 융자 지원(4905억 원), 스마트전력망 구축(976억 원) 등이 눈에 띈다. 아파트 138만5000호에 지능형 전력계량기(AMI)를 구축해 국민들의 효율적인 전기 소비를 유도하자는 계획이다. 불필요한 전기 소비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전기를 만들기 위해 배출하는 탄소의 양도 감축할 수 있다.

 

 

공공·산업시설 에너지 저감에도 무게

정부가 그린 에너지 다음으로 중점 추진하는 그린뉴딜 관련 정책은 공공시설과 임대주택 등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은 공공임대주택 8만3000호(3645억 원)와 어린이집·보건소 등 생활밀접시설 1000여곳(2276억 원)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게 골자다. 창호나 지붕 등을 단열이 잘 되는 소재로 바꾸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초·중·고등학교의 단열재를 보강하는 등 학교를 대상으로도 '그린 스마트스쿨'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사업이 진행된다.

 

 

산업시설을 대상으로는 노후 미세먼지 저감시설을 교체하는 사업을 지원한다. 신청을 받아 3000여개의 소규모 사업장을 선정하고 1500억 원의 예산을 보조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 밖에도 그린뉴딜에는 지방 상수도의 물 관리를 강화하고(4676억 원) 도시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며(936억 원) 국립공원 훼손지를 복원(550억 원)하는 등 다양한 환경 관련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바다에 쌓인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444억 원을 투입하는 등 그린뉴딜 덕분에 꼭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했던 사업들이 빛을 보게 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각종 투자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대부분의 관련 기술이 아직 시범 단계라 지원 총액은 크지 않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존 기술과 달리 아예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기술(CCUS),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 등에 234억 원이 투입되는 게 대표적이다. 이 밖에 그린뉴딜 관련 유망기업 30개사를 선정해 712억 원을 지원하고, 그린 스타트업 400개사에 233억 원을 지원하는 등 각종 금융 지원 사업들도 있다.

 

관련 산업 전망은 밝지만 정책 전망은 글쎄

그린 뉴딜 관련 사업의 전망은 밝다. 각계 전문가들은 친환경 에너지와 미래차, 에너지 소비 저감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부분 동의한다. 친환경을 정책 기조로 내세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것도 호재다. 이를 반영하듯 관련 주식과 펀드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다만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만 놓고 보면 우려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먼저 단기적·경제적인 측면이다. 정부는 각종 지원을 통해 국내 태양광·풍력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일관되게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태양광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퍼붓는 중국, 풍력발전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유럽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그린뉴딜에 포함된 대부분의 사업이 관련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보다는 빨리 예산을 써 경기를 부양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한국의 그린뉴딜이 단기적 성과를 넘어 국제적 우위를 선점하려면 연구개발(R&D)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 신산업의 육성이 필요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논의가 없다”며 “R&D사업은 내년 전체 그린뉴딜 예산의 11.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환경단체 등은 그린뉴딜 관련 계획에 친환경 관련 목표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탄소배출 저감 계획 등 정량적인 목표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 주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그린뉴딜 정책 자체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처럼 다음 정부에서 정책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그린뉴딜 정책을 보완 중이며 우려를 반영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행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