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야구를 하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은퇴하면서 이룬 이들이 있다.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단에서 신나는 인생 2막을 시작한 이들을 소개한다.

 

변호사에서 야구장 좌석 안내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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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스 야구장에서 좌석 안내인으로 일하는 브라이언 톰슨 

 

브라이언 톰슨(68)은 증권거래위원회의 뮤추얼 펀드 감독 부서에서 38년간 상근 변호사로 일했다. 하지만 은퇴하고 나서 현재는 워싱턴 D.C.에 있는 내셔널스 야구장에서 일한다.

 

뉴저지주, 필라델피아 인근 도시인 캠던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필라델피아를 연고지로 하는 필리스를 응원했다. 그러다 워싱턴의 직장에 다니면서, 워싱턴을 연고지로 하는 내셔널스의 경기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내셔널스는 뛰어난 팀은 아니었지만, 경기는 재미있었다. 그러다 톰슨 씨는 한 좌석 안내인과 가까워졌고, 그는 톰슨 씨에게 이 일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흥미를 느낀 그는 퇴직한 뒤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기 시작했고, 내셔널스 구장에서는 좌석 안내인이 단순히 팬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것 이상의 많은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단 측에서는 좌석 안내인이 야구장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했다.

 

2011년 그는 시간제 근무로 일을 시작해, 평일 저녁과 주말에 경기가 잘 보이지 않는 구역에서 일했다. 그러다 이듬해 홈 베이스 바로 뒤의 새 구역으로 배정되었고, 이후로 이 일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2013년 그는 증권거래위원회에서 퇴직해 내셔널스 구장의 상근 좌석 안내인이 되었다.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현재는 홈 베이스 뒤쪽을 담당해 매번 코앞에서 경기를 관람합니다.” 톰슨 씨가 말한다. 이 구역에는 시즌 정기권 구매자들이 많아 고객과 친분을 쌓기도 좋고, 선수 및 선수 가족들과도 가깝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순간은 2019년 월드 시리즈에 나갔을 때였다. 내셔널스는 초반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밀리다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월드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기뻤습니다. 월드 시리즈 우승팀의 일원이라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지난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메이저 리그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었고, 그 때문에 그는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며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아내와 자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내셔널스 구장이 개장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당장 갈 겁니다. 제가 제일 먼저 달려갈 거예요.”

 

교육청 홍보부장에서 야구장 투어 가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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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구장에서 투어 그룹을 안내하는 제임스 드루 

 

제임스 드루(58)는 아이오와주에서 성장했고, 아버지처럼 다저스 팬이었다.

콜로라도주의 한 교육청에서 홍보부장으로 일하던 그는 2012년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왕년의 다저스 유명 선수, 스티브 가비의 전화를 받고 이 일에 지원했다. 드루 씨의 절친한 친구가 골프장에서 스티브 가비를 만났고, 드루 씨가 그의 팬이라며 전화를 걸도록 설득한 것이다. 스티브 가비와 통화한 뒤에 그는 자신의 경제 사정을 따져 보았고, 51세에 이른 은퇴를 해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는 51세에 퇴직을 하고, 이듬해 봄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로 이사했다. 그리고 다저스 경기장에서 투어 가이드로 일하기 시작했다.

 

꿈만 같아요. 저는 매일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사방을 둘러보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믿어지지 않아.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는 경기장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좌석에서 투어를 시작해 맨 아래쪽 선수 대기석에서 투어를 마치며, 고객들이 다저스 선수들과 10분 동안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한다.

 

2017년과 2018년 다저스가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드루 씨는 모든 홈경기에 나갔다. “우리 팀은 29년 동안 월드 시리즈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때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경기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면서 경기장을 누비고 다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라고 드루 씨가 말한다. 2020년에는 다저스가 마침내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두는 위업을 이뤄냈고, 코로나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된 경기를 집에서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너무도 행복했다.

 

전 매번 경기장에 나갈 때마다, 다저스 로고를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다저스의 팬이었던 아버지를 추억하죠. 코로나 사태로 1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는 다저스 구장의 모든 이들이 그립습니다. 야구팬, 선수들, 좌석 안내인, 보안 요원, 그리고 투어 가이드 동료들. 우리가 모두 대단한 한 팀이거든요.” 올해는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고 해서, 그는 하루빨리 이들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출처 : 월 스트리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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