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이 수소경제 패권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수소 굴기’를 천명하며 수소차와 연구개발 등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고, 유럽연합(EU)도 2050년까지 수소발전을 에너지 수급의 핵심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수조원대 오일머니를 수소에너지에 쏟아 붓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의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까지 민·관 합동 수소시장 참여를 시사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도 수소경제 경쟁의 선두권에 서 있다. 정부가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시작으로 각종 지원 정책을 쏟아내면서 한국 수소경제의 글로벌 위상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수소차는 일본 등 경쟁국을 제치고 2019∼2020년 글로벌 판매 1위를 유지했고, 연료전지는 세계 시장의 세계 보급량의 40%를 차지한다. 수소경제 활성화로 예상되는 사회 변화상과 정부의 관련 정책, 미래 전망 등을 정리했다.

글. 성수영(한국경제신문 기자)

“수소산업 경쟁은 지금 막 시작됐다. 미국의 석유·가스 업체들도 수소 생산·운송에 대한 ‘거대한 기회’를 받아들여야 한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한국, ‘잠재성 무궁무진’ 수소경제에 범정부 지원

수소경제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만들고 이를 유통·사용하는 산업을 뜻한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는 주위에도 물 분자(H2O) 등 다양한 결합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수소는 전기분해 등을 통해 분리되고 나면 강력한 무공해 에너지원으로 탈바꿈한다. 수소는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물과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데,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음이 적으며 온실가스 발생이 적다.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는 부피가 작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소경제의 잠재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수소경제 규모는 29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인 블룸버그NEF는 “현재 5% 미만인 수소에너지 소비 비중이 2025년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응용 분야는 자동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는 2040년이면 세계 자동차 4대 중 1대가 수소전기차(3500만 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수소경제 경쟁력은 다른 선진국들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다. 2019년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뒤 범정부적인 지원책을 연달아 쏟아낸 효과가 컸다. 당시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자동차를 누적 기준 620만 대 생산·판매하고 현재 14개뿐인 수소충전소를 1,2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를 총 15GW 생산하는 등 관련 산업 경쟁력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2.0’을 발표해 수소경제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수소 관련 산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세부 지원 계획을 추가로 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돼서다. 다만 수소차 보급 및 연료전지 생산 확대라는 큰 틀은 변함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 경쟁서 ‘두각’ …활발한 민간 투자 덕분현대 수소차 넥쏘 (이미지 출처 : 네이버)현대 수소차 넥쏘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한국이 수소경제 경쟁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수소차다. 현대자동차가 2018년 내놓은 수소차 ‘넥쏘’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 기준 1만2,000여대에 달한다. 세계 수소차 누적 판매량(2만4,000여대) 중 절반 수준이다. 이런 성과는 현대차가 20여 년 전부터 수소차 개발에 뛰어든 덕분이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전기차 개발을 시작한 뒤 15년만인 2013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용 수소전기차를 내놨고, 최근에는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를 각각 스위스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했다.

수소차 시스템 구동 원리(출처: 환경부)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한국의 약진은 눈부시다. 작년 말까지 한국의 수소연료전지 보급량은 605MW 규모로, 세계 보급량의 43%를 차지하는 최대 수소발전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충남 서산에 세운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연간 16만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SK그룹은 최근 미국의 글로벌 수소전지·설비회사인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 밖에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수소 생산·소비·유통 등 전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수소에너지로 가는 대형 선박 개발에 착수했다. 수소선박이 널리 보급되면 해운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각종 유해물질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기업들은 철강제품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수소원료(부생수소)를 이용해 수소경제 관련 산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보급 위해서는 기술적 한계 넘어야현대 수소차 넥쏘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수소경제가 일상화됐을 때 피부에 와닿는 가장 큰 변화는 공기 질 개선이다. 수소차는 공기 중 산소를 빨아들여 수소와 반응시켜 동력을 얻는데, 산소 흡입 과정에서 필터로 미세먼지를 걸러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넥쏘를 한 시간 운행하면 공기 26.9kg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발전·운송 분야에서도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게 된다면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가 혁신적으로 줄어들고,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다만 수소경제 확산을 위해서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많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해 만든다. 천연가스(CH4)에 고온의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와 탄소를 분리해 만드는 게 대표적인데, 이 방식으로는 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 5.5kg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 역시 환경오염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기를 만드는 데 화석연료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조차도 생산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갈 때 부담해야 하는 유지비는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두 배 더 많다.

유통 등 관리 비용도 많이 든다. 수소의 분자가 작아 운송 과정에서 쉽게 새고, 폭발 위험성도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종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수소차 충전소의 설치비용은 한 기당 30억원에 달한다. 현재 운영 중인 수소차 충전소가 50여 곳에 불과한 이유다.

정부는 민간 기업들과 함께 수소 관련 기술 R&D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이런 난관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SK, 현대차,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사는 2030년까지 42조1,000억 원 규모를 수소경제에 집중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들 민간기업의 투자가 성과를 낼 수 있게 제도적으로 적극 뒷받침하기로 했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