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친구들과 대화 중에 자주 듣고, 나 또한 자주 쓰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을 의심한다기보다는 ‘정말 그런 일이 있어? 정말 그런 일이 있다니!’ 같이 의문과 감탄이 함께 들어간 이중적 의미일 테다. 실제로 물음표와 느낌표를 하나로 결합한 물음느낌표(interrobang)라는 기호가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쓰기 시작한 물음느낌표(‽)는 컴퓨터의 유니코드에도 등재된 당당한 하나의 기호이다.
이어령 선생은 저서 <젊음의 탄생>에서 ‘생각하는 물음표가 자동차의 브레이크라면 행동하는 느낌표는 액셀러레이터’라며, 물음느낌표 안에서 창의적인 삶이 나온다고 했다. 최근에 나는 나이에 브레이크를 걸어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물음표를 던지고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느낌표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새로운 경험을 얻었다.
내가 사는 마포구에는 작은 독립서점이 많다. SNS로 살펴본 독립서점은 개성이 넘치고 젊은이들이 주로 가는 듯했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이 가면 분위기를 흐릴까 막상 가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올해 초, 마포지역 독립서점이 연합해 각 서점으로 옮겨가며 5회 진행하는 독서 모임 ‘마포 북클럽 북킹어바웃’소식을 들었다. 젊은이 틈에 끼는 것이 주책스러워 보일까 걱정되었지만, ‘나이보다 열린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를 떠올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 특색 있는 서점을 방문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용기를 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아쉽게도 온라인으로 모였다. 참석자는 예상대로 대개 이삼십대로 보였다. 나는 ‘무조건 많이 듣기, 아는 척하지 않기. 모르면 질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와 가족을 넘어 타인과 연결, 함께 나아가는 연대에 중요한 가치를 두는 젊은이들의 시각은 미래지향적이고 다정했다. 내가 ‘50대의 관점으로 보는 세상’을 이야기할 때면, 젊은이들은 ‘그렇구나!’ 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물음느낌표’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 소감을 나눌 때, 한 젊은이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점이 좋았다며, '멋진 어른'을 만날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고 했다. 세상에, 나이 든 나와 자연스럽게 어울려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멋진 어른'이라니! 나야말로 이런 ‘멋진 칭찬’은 처음 받았다. 어떻게 하면 계속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갖게 되었지만 말이다.
온라인을 벗어나 직접 독립서점에 가보고 싶었다. 친구와 연남동에 있는 독립서점 <리스본& 포르투>에 갔다. 서점 한쪽 벽면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짜만 적혀있는 상자가 300개 넘게 꽂혀있었다. 상자 안에는 ‘생일 책’이 들어있는데, 태어난 날이 같은 작가의 책이나 그날 태어난 인물에 관한 책이 들어있다고 했다. 마침 4월이 생일인 친구와 나는 서로에게 생일 책을 선물했다.
내 생일 책은 지난 30년간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해온 세네갈 작가 마리아마 바의 <이토록 긴 편지>였다. 그녀는 1929년생. 나와는 42년의 차이가 있지만 같은 날 태어난 사실만으로도 친근감이 느껴졌다. 4월 초, 나의 첫 책 <나이 들면 즐거운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를 출간해 작가로서 첫발을 뗀 나에게 생일 책은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나는 ‘서점은 책 파는 가게’라는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고, 독립서점은 어떤 곳일까? 왜 사람들이 모일까? 하는 물음표를 던졌다. 독서 모임과 몸소 찾아가 본 경험을 통해, ‘독립서점은 고유한 큐레이션과 다양한 프로그램 등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곳, 사람의 온기가 흐르는 공간’이라는 느낌표를 찍을 수 있었다. 독립서점은 젊은이들만 가는 곳이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면, 나는 이렇게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당연하다고 생각한 세상 모든 것에 물음표를 던져야겠다.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깨달은 느낌표를 통해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중년의 삶을 모색하고 싶다. 물음느낌표를 품은 50살 이후의 삶에는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50+에세이작가단 전윤정(2unn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