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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국립공원 하면 꽤 오래전 둘러봤던 채석강과 적벽강이 떠오른다. 가로로 켜켜이 쌓여 드러난 단층의 모습이 이 땅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한 곳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변산반도에서는 발길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군청에서 만난 김인숙 부안군 관광정책팀장으로부터 추천받은 수성당과 솔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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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당 앞 언덕에 만개한 유채꽃이 좋아 사진을 찍느라 한참을 지체했더니 어느덧 해가 수평선 위로 내려오고 있었다. 전국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바다 신을 모시는 수성당도 떨어지는 해를 받아 어두워진 뒷모습을 보이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성당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는데 아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듯했다.
수성당 아래 구릉에 만개한 유채꽃을 감안하면 일대의 상춘객은 많지 않았는데 아주머니들이 소싯적으로 돌아간 듯 웃음꽃을 피우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성당의 위치는 정확하게 변산반도 서쪽 격포리 죽막마을 해안가다. 지방유형문화재 58호로 등재돼 있는 수성당은 칠산바다의 풍어를 빌고 어부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민속신앙 장소로 매년 음력 정월 이곳에서 풍어를 비는 수성당제를 올린다. 안내 입간판에는 ‘이곳에서 바다 건너 위도 쪽으로 14.4㎞ 중간 지점에는 임수도라는 섬이 있다’고 적혀 있다. ‘효녀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고 뛰어든 임당수가 바로 임수도’라는 설이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지만 일각에서는 인당수가 백령도 근처라는 주장도 있어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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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는 동아시아 해상 교류의 길목이기도 해서 지난 1992년 발굴 조사 때는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에 사용됐던 것으로 보이는 제사용 토기, 금속 유물, 중국 도자기 등이 출토됐다. 이 유적을 바탕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해양제사 문화의 변천 과정을 추정할 수 있다. 출토 유물에서 중국·일본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제사에 참여한 흔적이 드러나 이곳이 일찍부터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해가 기울어 수평선으로 다가가는 순간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솔섬의 석양 풍광도 좋다’는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부지런히 차에 올라 수성당 남쪽 솔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수평선 위에 걸려 있었다. 다만 연무인지, 구름인지 희뿌연 대기층에 가려 섬 너머 수평선에 걸친 해는 볼 수 없었다.
만조 때는 바다에 가로막혀 갈 수 없는 솔섬은 바닷물이 빠지면 육지와 이어지지만 섬 환경과 식생 보호를 위해 출입은 금하고 있다. 변산반도 국가지질공원 중 전북 서해안 권역(부안~고창 지질명소)이 2017년 공원으로 지정됐는데 부안군 관내에서는 적벽강, 채석강과 솔섬, 모항, 위도, 직소폭포가 포함됐다. 이곳이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백악기 화산암류, 퇴적암류와 함께 화산 및 퇴적지형들을 한곳에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섬의 암석은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당시 화산 암체는 활발한 화산 활동에 따라 분출된 물질들이 쌓이고 굳어져 암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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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섬의 응회암은 화산 분출물 성분 안에 자갈 크기의 부석 암편이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 시루떡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 같은 구조는 화산 분출물이 쏟아져 나온 후 다시 굳어지면서 결착돼 퇴적됐기 때문이다.
이곳 변산반도 해안도로를 따라서 적벽강 위 북쪽으로는 고사포해수욕장·변산해수욕장·대항리갯벌체험장·새만금홍보관 등 둘러볼 곳이 많고 남쪽 해안선을 따라서는 솔섬·곰소젓갈단지·곰소염전·줄포만갯벌생태공원이 있어 하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라이프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