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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유튜브 PD를 인생 두 번째 직업으로 삼고 살고 있는 지성현 PD를 만났다 / 사진=정혜선 

 

 

은퇴전문가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는 인생 2막을 활기차게 사는 비결로 ‘창직’을 든다. 살아보니 창직이야 말로 두 번째 일자리로써 가장 바람직하다며, 은퇴를 앞둔 후배들에게 창직할 것을 권했다.

 

라이프점프는 강창희 대표에 이어 창직으로 인생 2막을 꽃피운 신중년을 만났다. 유튜버를 한 번도 안 해본 시니어는 있어도, 한 번만 하고 안 하는 시니어는 없다는 요즘, 시니어 유튜버를 발굴해 유튜브를 제작하는 PD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지성현 시니어 유튜브 PD가 그 주인공이다. 30년 동안 광고 제작 생활을 한 덕분에 유튜브 시장의 생태를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는 지 PD는 지금까지 두 명의 유튜버를 발굴했다. 그중 대표 유튜버는 윤제린 갤러리다. 강원도 동해의 평범한 천연염색전문 린넨 의류 제작자를 구독자 7,000명, 조회수 1만 유튜버로 만들었다.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유튜버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알게 됐다는 지 PD는 이제 서울 안국동 인사동 거리에서 알게 된 화가를 세 번째 유튜버로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 시니어 유튜브 PD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어떤 분인지 더 궁금했다.

 

“나는 유명인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아저씨다(웃음).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1958년생이니까, 올해 63세다. 사실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서부터는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몰라 나이를 말할 때는 한참 생각하게 된다.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했으며, 졸업 후 광고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하다 은퇴했다.”

 

 

 

- 광고홍보가 아니라 연극영화를 전공하셨다. 원래 광고 제작이 꿈이었나.

 

“아니다. 사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뒤늦게 연극영화과 입학해 공부했다. 졸업 후 영화제작 현장에서 조감독 생활도 했다. 그러다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가 생겨 준비했는데 엎어졌다. 결혼하면서는 경제활동을 해야 했기에 영화감독의 꿈을 잠시 접고 광고업계에 취업하게 됐다. 잠시 일한다는 게 30년이나 있었다(웃음).”

 

 

 

- 광고업계는 은퇴 나이가 보통 몇 살인가.

 

“광고업계는 사실 은퇴 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일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되는 거다. 나 역시 그랬다.”

 

 

 

- 광고 제작을 했다고 하니, 혹시 우리가 알 만한 광고가 있나.

 

“나는 해태계열 광고기획사인 코레드에 있었다. 그래서 주로 1990년대 해태 제과 광고와 대우전자 광고를 만들었다. 혹시 대우전자의 ‘탱크주의’라는 말 들어봤나. 내가 광고를 만들었다. 드라마 형태로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나다.”

 

 

 

- 방금 뭔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셨다. 왠가.

 

“지금까지 광고 제작한 기업들에 대해 생각해보니 남아 있는 기업이 몇 개 없다. 만약 (내가) 대우전자가 아니라 삼성전자 광고를 만들었다면 좀 더 오래 광고 제작을 하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큰 애가 대학교에 입학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요식업을 했다. 처음에는 광고 제작일을 하면서 장사를 했는데, 장사도 그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잘 안 되더라. 어느 순간부터 광고 제작 의뢰가 잘 안 들어와 요식업에만 집중하다 너무 힘들어 2017년도에 정리했다. 이후 다시 광고 관련 일을 해보려 기웃거려봤는데 안되더라. 그때 앞으로는 할 수 있는 일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찾은 게 유튜브다.”

 

 

 

- 유튜브 관련 일을 한다고 해서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광고 제작을 그만두면서 경제 활동을 위한 일을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만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크고 아내도 일을 시작해 내가 당장 수익이 없어도 생계에 문제가 없었다.”

 

 

 

- 유튜브 관련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 유튜버가 되는데, 유튜버를 발굴하는 PD가 됐다.

 

“광고 제작을 했기 때문에 그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됐다. 그리고 광고 제작을 할 때, 한 기업에서 유튜브 제작을 의뢰해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 경험이 유튜브 PD가 되는 데 도움이 됐다.”

 

 

 

- 첫 번째 발굴한 유튜버는 누구인가.

 

“광고 제작할 때 만난 친구다. 당시에는 그래픽 디자이너였는데, 언젠가 꼭 화가가 될 거라고 했었다. 은퇴 후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전업 작가가 돼 있더라. 화실을 운영하면서 그림을 팔았는데 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기에 유튜버를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 첫 번째 영상을 촬영해 올렸을 때 반응은 어땠나.

 

“영상을 제작할 때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제작이 꿈이었던 남자와 배우가 꿈이었지만 화가가 된 남자의 이야기로 콘셉트를 잡고 촬영해 올렸다. 촬영하면서 친구는 배우의 꿈을 유튜버를 통해 이뤘다고 했고 나 역시 유튜브 촬영을 단편영화처럼 촬영할 거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말했다. 첫 영상을 올린 지 3일 만에 조회 수 1000회를 넘었으니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 수익이 나는 유튜버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구독자 1,000명, 시청시간 4,000시간이 넘어야 그때부터 조회수에 따라 수익이 발생한다. 화가 친구의 유튜브 방송이 구독자 1,000명을 돌파하는데 8개월이 걸렸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변화가 있었는지 11월에 구독자 1,000명이 넘어서고 1월 초 구독자가 하루에 200~300명씩 늘어나더니 1월 말엔 구독자 5,000명을 찍더라. 유튜버 활동으로 친구 화실에 매출 변화가 발생한 것은 구독자 500명이 조금 넘어서부터였다. 유튜브를 본 해외에 사는 교포가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연락해올 정도로, 회원 문의가 많았다. 그래서 온라인강좌도 시작했다. 결론적으론 성공했다.”

 

 

 

- 유튜브 제작을 시작할 때, 친구와 수익구조에 대해 계약을 했나.

 

“시작할 당시에는 성공할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무작정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막상 수익이 발생하자 사이가 서먹해지더라. 저처럼 유튜버를 발굴해 영상물을 제작하는 일을 하려면 미리 수익 배분에 대해 계약을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 첫 번째 유튜버 발굴로 스타성이 있는 사람을 찾는 안목이 생겼을 것 같다.

 

“그렇다. 세 가지가 중요하더라. 첫 번째는 콘텐츠다. 그 사람 자체 스토리가 있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더라. 두 번째는 대사 전달력이다. 사람들이 영상을 봤을 때, 대사가 잘 들려야 계속 찾아온다. 마지막으로 연기력이다. 유튜브도 영상이어서 어느 정도 연기를 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고려해 찾아낸 두 번째 유튜버가 ‘윤제린 갤러리’다.”

 

 


- 유튜버는 어떻게 찾아내나.

 

“이분도 10년 전부터 알던 사이다.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 우연히 소식을 접했는데, 아토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 동해에서 천연 염색한 린넨으로 옷을 만든다고 하더라. 이야기가 된다 싶어 유튜버를 제안했더니 승낙해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처음에는 주변에서 찾는 게 좋다. 그래야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를 알 수 있어서다. 지금 세 번째 유튜버로 찾아낸 분은 서울 안국동 인사동에서 우연히 만났다. 길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간데, 가만히 지켜보다 사연이 궁금해져 짧게 영상을 촬영해 올렸다. 그 영상에 대한 반응이 좋아 유튜버로 계속 촬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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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현 PD는 두 명의 시니어 유튜버를 발굴해 조회수 1만 유튜버로 만들었다 / 사진=정혜선


- ‘윤제린 갤러리’ 유튜버도 성공했나.
 

 

“유튜브를 시작했더니 옷 주문이 들어오더라. 전국을 넘어서 해외에서 옷을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매출이 웬만한 중소기업만큼 나온다.”

 

 

 

- 스토리가 있고 대사 전달력이 좋다고 해서 다 성공하지 않을 듯하다.

 

“연출이 중요하다. 유튜브 PD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제린 갤러리의 영상을 만들 때 단순히 천연 염색해 옷을 만든다는 데 주목하지 않았다. ‘윤제린’이라는 사람이 옷을 만들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내려고 했다. 예를 들면 ‘철길을 하염없이 걸어야 했던 어느 소녀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분이 어린 시절 철길을 걸어야 했던 기억이 있어 이걸 영상에 담아냈다. 이처럼 모든 영상이 단편영화처럼 주제를 가지고 제작됐다.”

 

 

 

- 유튜버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깃거리를 잡아내는 능력이 PD에게 필요할 듯하다.

 

“그렇다. 그냥 ‘옷이 예뻐서 살래’와 ‘이 스토리를 가진 저 사람이 만든 옷을 살래’는 다르다. 유튜브를 보면 ‘먹방’이 많은데, 단순히 먹는 방송보다는 스토리를 가진 방송이 더 경쟁력이 있다.”

 

 

 

-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유튜브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게 힘들었다. 지금 딸이 컴퓨터 그래픽 관련 일을 하고 있어 다행히 유튜브에 대해 알고 있어 딸한테 배웠다. (딸한테) 수모를 당해가면서 배웠다(웃음). 배우고 보니 마음만 먹으면 2~3일 안에 배울 수 있겠더라. 중요한 것은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거다.”

 

 


- ‘시니어 유튜브 PD’라는 직업은 스스로 만들어 낸 건가.

 

“은퇴하면서 모토로 삼은 게 ‘창의적인 삶을 살자’다. 지금 생각하면 인생 2막 테마로 잘 잡은 것 같다(웃음). 이 직업이 저의 인생 2막 모토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 즐겁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튜브PD’라고 직업을 소개했는데, 청년 중엔 이 직업을 가진 분들이 꽤 있더라. 그래서 차별화하기 위해 ‘시니어’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랬더니 ‘시니어 유튜브 PD’라는 훌륭한 직업이 만들어지더라.”

 

 


- 유튜브 PD를 꿈꾸는 시니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 유튜브의 매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연출부터 촬영, 편집까지 시니어 유튜브 PD 혼자 다 해야 해서 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영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므로 프로의식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수익구조에 대해 미리 계약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 혹시 제자를 키울 생각은 없나.

 

“제자요? (미소) 제자를 키울 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혹시 이 일을 배워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만나서 가르쳐줄 수는 있다. 안 그래도 기사가 한 번 나간 뒤 서울디지털재단에서 연락이 와 강연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기회가 된다면 유튜브 강좌를 열고 싶은 마음도 있다.”

 

 

 

- 올해 목표가 궁금하다.

 

“올해는 10만 유튜버를 만들고 싶다. 그걸 통해서 원래 하고 싶었던 영화제작을 할 거다. 유튜브에 채널이 있다는 것은 마치 방송국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얼마나 좋은 공간인가. 이 공간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여러 가지 구상이 있으니 지켜봐 달라.”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라이프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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