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지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하는 사람의 순애보는 얼마나 간절하고 아플까.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두 주인공 예지와 서환의 애절함처럼 말이다.
글. 김효정 사진. 문정일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제주도 촬영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한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떨림과 설렘이란 감정을 겪으면서 행복을 느끼지만 그로인한 고통과 아픔까지 견뎌내야 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몫이다. 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못난 슬픔까지 껴안아야 사랑이라는 단어가 완성된다.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인공인 예지(임수향 분)의 삶이 행복해지기만을 바랐던 시청자들의 바람은 회를 거듭할수록 강해졌다. 서진(하석진 분)과의 결혼으로, 그동안의 삶을 보상받듯 평생 행복할 줄만 알았던 그녀의 인생은 더욱더 힘겨워졌기 때문이다. 서진이 사고를 당하면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자 그는 아내 예지를 두고 어디론가 잠적해버리고 만다. 서진을 찾으려 예지와 서환, 그리고 가족들은 백방으로 뛰었지만 찾지 못한다.
아들이 사라지자 그 화풀이를 예지에게 모두 쏟아붓는 시어머니. 예지가 혹여 다른 남자라도 만날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녀를 괴롭힌다. 예지는 말없이 집을 나와서 어디론가 떠난다. 그녀는 그리운 남편을 떠올리며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도에 간다. 그리고 서진과의 추억이 있는 방주교회에 들른다. 갑자기 예지가 사라지자 걱정이 된 시아버지는 서진의 동생인 서환(지수 분)에게 연락한다. 예지의 실종 소식을 들은 서환은 미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넘어와 예지를 찾아 나선다(사실 서환은 예지를 사랑하고 있었다. 형으로 인해 포기했던 첫사랑).
서환은 예전에 예지가 준 스케치북 안의 그림을 보고 예지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 제주도 방주교회에서 재회한 두 사람.
사진출처 : MBC, 드라마 속 장면
“우리 환이 맞지? 환이가 여기 왜 있어”라고 말하며 그의 허리를 잡는 예지. 서환은 복받치는 울음을 참으며 예지를 안아준다.
두 사람은 사제간으로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예고했었다. 서환은 언제나 예지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그저 멀리서 바라봐야만 했다. 형과 결혼을 했을 때 그녀가 행복하기만을 바랐지만, 신은 예지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형(남편)만을 기다리며 묵묵하게 슬픔을 참는 그녀를 바라보는 서환의 마음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네가 품은 참마음 너 혼자만의 것으로 간직해. 세월이 지나면 아픔도 추억이 될 때가 결국 온다.”“더 사랑하면... 그 사람 네 것 아니어도 전부를 가질 수 없어도 이 세상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감사한 그런 날이 와.”
이타미준이 지은 아름다운 ‘방주교회’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건축물. ‘어떻게 이런 공간이 교회일 수 있을까?’ 방주교회의 첫인상이었다. 푸르른 계절에 찾은 방주교회는 조용하고 강하게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방주교회는 이미 건축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공간이다. 일본 건축가 이타미준이 설계한 방주교회는 제주도에서 꼭 봐야 할 건축물로 손꼽는다. 이곳은 2010년 한국건축가협회 건축물 대상을 수상할 만큼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 재일 한국인인 이타미준의 아버지 고향이 제주도라 그는 제주도에서 많은 작업을 했다. 제주의 포도호텔, 비오토피아 주택단지, 수풍석박물관도 모두 이타미준이 설계한 공간이다.
방주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았다. ‘노아의 홍수 때에는 방주에만 구원이 있었다’라는 성경 내용이 있다. 그래서 교회는 물 위에 떠 있는 방주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교회의 외관은 아연 소재의 메탈, 그리고 유리, 나무의 단순한 소재로 아름다움을 표현해냈다.
드넓은 잔디밭과 파란 하늘, 그리고 인공 수조가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쉼의 시간을 갖고 사진 촬영을 한다. 교회 내부는 예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담하고 아름다우며,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공간이 가진 힘이 크다. 성스러운 공간이라 엄숙하게 예의를 잘 지켜 행동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제주 본연의 공간, 안돌오름 비밀의 숲
사진출처 : MBC, 드라마 속 장면
몇 년 전, 안돌오름 비밀의 숲이 제주 스냅사진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곳을 원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공간을 발견하면 나만 알고 있기를 바란다. 안돌오름 비밀의 숲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런 공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드라마나 영화 촬영의 배경이 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촬영지인 안돌오름 비밀의 숲은 이제 많은 이들이 오가는 명소가 되었다. 예지와 서진이 신혼여행을 와서 손을 잡고 거닐던 곳, 그러다 이마에 입맞춤하는 장면까지.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던 공간이 안돌오름 비밀의 숲이다.
안돌오름 비밀의 숲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꽤 험난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인 데다가 흙길 곳곳이 움푹 패 있어 승용차로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진땀을 흘릴 것이다.
제아무리 산길에 강한 SUV라도 빨리 달릴 수 없다. 울퉁불퉁한 흙길을 뚫고 자동차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써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비밀의 숲에 도착하기 전에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아, 잘 못 왔나. 다시는 오나 봐라.’ 하지만 안돌오름 비밀의 숲에 들어서고 나면 마음이 싹 바뀐다. ‘세상에 이런 공간이 있어?’
비밀의 숲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동화 속에 빠져드는 기분.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마냥 이국적인 느낌의 숲에서 특별한 감정에 빠져든다.
사실 이 드넓은 공간은 사유지다. 성인 입장료는 2천 원, 7세 이하는 1천 원을 지불해야 한다(3세 이하, 70세 이상 무료). 공간은 크게 7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편백나무숲, 목초지, 돌담사이 통로, 야자수 그네, 오두막, 나홀로 나무, 트레일러. 각 공간마다 포토스팟이라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처럼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을 섬세하게 들여다봐도 좋겠다.
이곳은 웨딩스냅사진 촬영지로도 사랑받는다. 그만큼 특별한 느낌을 주는 감성적인 공간이고 신비로운 제주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그런 비밀스러운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