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핀은 밤에 근무하기 때문에 할 일을 마친 이른 아침에 잠자리에 든다. 프랑스 여성 열 명 중 한 명은 밤에 일한다. ‘에파드’라는 노인 요양 시설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델핀도 그러하다. 에파드라는 요양 시설은 일상 활동에 장애를 겪거나, 노환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거주하는 노인 거주 시설이다. 그녀는 여러 가지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본 뒤에 이 직업을 선택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거의 매일 밤 노인 분들이 악몽을 꾸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곤 합니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거죠. 늘 있는 일입니다.” 델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럴 때면 복도에 있던 델핀은 그 어르신의 방으로 가서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아니면 다시 잠이 들 때까지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
“제가 밤에 일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밤에는 다른 리듬이 있어요. 그래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중요한 일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죠. 그런데 낮에는 다른 일로 바빠서 한 분 한 분에게 관심을 쏟기 힘듭니다. 어쨌거나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순간들 때문입니다.”라고 델핀은 말한다.
저녁 8시 45분부터 아침 7시까지
프랑스 국립안전연구원(INRS)의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에서는 임금 노동자의 15.2%가 밤에 일하며, 밤에 일하는 인원은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정도 많다고 한다. 델핀은 보통 저녁 8시 45분에 출근해 아침 7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대개 정오까지 잠을 잡니다. 그리고 오후 중에 낮잠을 꼭 한번 자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냅니다. 저녁 식사는 항상 온 가족이 함께합니다. 가족의 유대를 지키는 비결은 바로 이런 습관을 실천하는 데 있죠.”
델핀은 적지 않은 수의 가족과 함께 산다. 세 아이의 엄마이며, 식당에서 일하는 남편의 아내이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가 오기를 기다려 이 길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델핀이 지난날을 회상한다.
하지만 큰딸이 집을 떠나 간호학교에 들어갔고, 따라서 학비와 기숙사비를 보조해줘야 했다. 당시 막내아들은 열세 살이었다. “돈을 내야 할 날이 다가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제가 남편에게 방법이 있다고 말했어요. 제가 밤에 일하면 충분히 댈 수 있을 거라고요.” 처음에는 남편이 몹시 망설였다고 한다. “남편이 제 빈자리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델핀은 남편에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 일은 직업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며, 희생과는 거리가 멀다고. 게다가 더 나은 보수와 더 긴 휴가의 혜택도 누리게 될 거라고.
다른 이들에 대한 애정
델핀이 간호조무사가 되기로 한 것은 조부모 때문이다.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양로원에 계셨고, 두 분을 돌봐주시던 직원들의 헌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그래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연로하신 분들을 돕고 곁에 있어 드릴 수 있는 일을 찾게 된 거죠.” 그녀는 직업 교육을 받는 동안, 야간 근무를 여러 번 체험해 보았다. “밤의 리듬, 밤의 분위기가 곧 너무 좋아졌고, 그래서 언젠가 이 자리로 돌아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밤시간에 아이들을 돌보고 공부도 봐줘야 했죠.”
델핀은 작고 정겨운 해변 마을인 플레뇌프-발-앙드레(코트다르모르 주)에서 20년 전 하고 싶던 일을 시작했다. “입소자가 스물다섯 명 있는 에파드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제 모두 일흔다섯 분이 계시죠.” 그녀는 모든 이들의 이름을 알고 지낸다. “최고령자는 107세이시고 독실한 신자세요. 저처럼 20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신 분도 많아요.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 잘 알게 되었고 정도 들었죠. 어르신들이 대부분 잠들고 나면,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시간을 조금 더 낼 수 있게 돼요. 밤에는 더 차분하게 사람들을 돌볼 수 있어요. 한 분 한 분에게 일정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낮보다 시간에 덜 쫓기니까요.” 그녀는 이 직업 역시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부수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점점 더 많아지는 성황리예요. 이게 제가 밤 근무를 원한 이유이기도 해요. 밤에는 여러 가지 할 일에 덜 쫓겨 제가 하는 일의 본질을 재발견하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남을 돕는 데서 오는 행복감
“마지막으로, 낮에 근무하는 사람보다 저는 더 긴 낮시간을 더 융통성 있게 쓸 수 있어요. 그뿐 아니라 한 주는 길게 한 주는 짧게 일하는데, 짧게 일하는 주에는 긴 주말을 가족과 함께 제대로 보낼 수 있죠.”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잠시 후 생활 리듬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피로와 힘겨움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일을 택했고 또 좋아하는 저는 운이 좋아요. 하지만 이 모든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금방 지칠 수 있습니다. 비결은 자신의 몸 상태에 귀 기울이고 잘 관리하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소명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델핀은 지금 너무도 잘하고 있어 이 일을 그만둘 계획이 전혀 없다. “일하는 마지막 날까지 밤에 일하고 싶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요!”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델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녀는 밤에 일하는 가장 대표적인 다섯 개 분야 중 하나인 의료 분야에서 일한다. 이 외에 경찰, 군인, 차량 운전자 및 야간 근로자가 있다. “밤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곳에 우리를 위해 누군가 깨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들 모두 사회에 필요한, 감사한 분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조무사는 자격증 취득과 근무에 나이 제한이 없어, 50대 60대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체력만 되면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출처 : 누 드(Nous De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