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30일

[2부] 혼자 떠난 520킬로의 여정

 

혼자 까미노를 오면서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막상 걷다보면 두려움은 쉽게 잊혀 진다. 산티아고 길은 눈 떠서 노란 화살표만 보고 걸으면 된다. 

낯선 곳에서 이 길이 맞을까 하는 불안감 없이 걷는다는 것. 오롯이 내게 집중해 잊었던 나를 찾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피레네 산맥을 넘는 것은 힘들었지만,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도 오르는 것을 보고 힘을 내 걸었다. 그렇게 론세스바레스(Roncesvalles)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이 곳 복도에는 바구니가 있는데 무거운 배낭에서 불필요한 짐들을 내려놓는 바구니다. 그곳에는 슬리퍼, 등산화, 약품, 양말, 속옷, 라면까지 없는 것이 없다.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는 가진 것이 너무 많다. 많이 준비할수록 부족함을 느꼈던 나도 가방 정리를 했다. 하나씩 꺼내어 내려놓고 가자.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다시 가볍게 걸어가자.

 

 

내게 가장 힘들었던 길은 28.4킬로가 되는 오세브레이로(O Cebreiro 고도1,284미터) 가는 길 이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여기가 끝일까하고 오르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지대가 높아 구름을 손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땀이 온몸을 적셨고 드디어 오세브레이로에 도착했다.

 

 

힘든 만큼 오른 그곳은 멋진 경치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씻고 식사를 했다. 그 날 먹은 샐러드와 고기 한점 그리고 와인한잔의 맛은 잊을 수 없을만큼 달콤했다. 걷고, 씻고, 먹고, 잔다. 이 단순한 생활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힘들지만, 끊임없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아~ 좋다! 그리고 감사하다!”였다.

 

 

마침내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해서 미사 전에 순례증명서를 받았다. 미사에 참석해서 함께 걸어온 친구들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프랑스 노부부와는 손짓 발짓으로 서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했다. 또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오빠와 결혼한 친구를 위해 기도하며 걸었던 일본인과는 2년 후 다시 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사리아부터 걸었던 75살 프랑스 할머니는 백발을 휘날리며 멋있는 80세의 미국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어 우리의 결혼하라는 농담에 손을 젓는다. 할아버지는 성모상이 새겨진 반지 200개를 만들어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반지를 받은 스페인 사람들은 고맙다며 음식을 알베르게로 가져오기도 했다.

 

아름다운 대 자연 앞에 스치듯 지나는 길동무에게 자신의 인생보따리를 풀어 놓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친구가 됐다.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함께 가는 이 길이 산티아고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살 아이도 부모와 걷는다. 80세의 할아버지도 이 길을 걷는다. 걷기를 좋아하지 않던 나도 이 길을 걷는다. 천천히 힘들면 쉬고, 이번에 다 못가면 남겨놓고 걷자. 많은 사람들이 40일씩 시간을 내지 못해 일부구간만 걷기도 한다. 남은 곳은 다음에 또 걸으면 된다.


일단 떠나라!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그곳, 산티아고로!

 

 

 

 산티아고를 준비 중인 50+를 위한Tip!

 

* 나의 소중한 발을 위한 Tip

오랜 시간 걷다 보니 발에 물집이 잡혀 고생을 하기도 한다. 일단, 양말은 두껍지 않은 것으로 두 개를 겹쳐 신는다. 먼저 발가락 양말을 신고 그 위에 하나 더 신는 것이 좋다. 발가락 모양에 따라 많은 조치를 해도 물집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밴드를 발가락 사이사이에 붙인다.

 

* 무릎이 아프면, 중단하고 쉬어라

발가락의 물집은 바늘로 터트려 소독하면 되고 심하면 병원에 가서 처치하고 걸으면 된다. 그러나 무릎은 무리해서 걸으면 손상의 정도가 심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의 몸을 살피며 걸어야 한다.

 

* 순례증명서 발급기준

발급기준은 산티아고 대성당으로부터 100km이상 떨어진 곳부터 산티아고 까지 걸어야 하며 어디서부터 걸었느냐는 상관없다.

Santiago 순례자 사무실에서 크리덴셜(Credencial)에 찍힌 Stamp로 확인한다. 생장 등 멀리서 걸어온 순례자의 크리덴셜은 별로 체크하지 않지만 사리아(Sarria)등에서 100km만 걸어온 순례자의 크리덴셜체크는 꼼꼼히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