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경험이 가득한 인사동 골동품점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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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전통에 관심이 커진다. 고미술협회에서 진행하는 고미술품 감정교육 일반과정을 수강한 적이 있다. 계속하지는 못했지만 아직 골동품 감정에 대한 관심이 있다. 인사동에는 골동품점을 취급하는 곳이 많다. 미리 작품을 전시해 놓고 파는 곳도 있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나타나면 거래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이번에 방문한 ‘가야제’는 후자이다. 위치는 수도약국 건너편 골목에 위치하고 이전에 소개했던 칼 박물관과 마주하고 있어 날씨가 좋은 6월 어느 날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 가야제 외부
Q. 가야제가 가야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다. 대뜸 가게 이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 가야는 산스크리트어로 법이나 ‘바르다’는 뜻이고, 제는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굳이 풀이한다면 ‘바른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골동품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 평소에 골동품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회사 다니고 공장을 운영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골동품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90년에 옥탑방에서 시작하여 벌써 32년째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세월 가는 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배경이 없어 다시 대학에 가 사학이나 미술사학을 공부하려고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바로 영업을 시작했지요. 멘토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영업을 하면서 혼자 몰두하고 밤새워 공부한 덕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Q. 골동품 분야는 어떻게 분류하는지요?
- 골동품은 크게 4대 분야인 ‘도자기, 그림, 글씨, 민속품과 금속’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개 자기 전문분야가 있고 다 잘하지는 못합니다. 다 잘하는 분으로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쓰고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던 ‘최순우 선생’이 기억납니다. 부딪치며 경험하다 보니 모든 분야를 다 감정합니다. 프로는 잘못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며 최선의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Q.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 많이 있지만, 보안을 지켜야 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람을 느낀 순간도 많았습니다. 좋은 물건을 정확하게 감정하여 매매를 성사시켰을 때 너무 기쁩니다.
Q. TV 진품명품 프로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프로에 출연하는 전문가가 너무 잘 설명해주셔서 감정을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여야 감정을 잘할 수 있나요?
▲ 가야제 내부
Q. 시니어가 골동품 감정전문가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요?
- 3~4년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하기는 하겠지만, 시니어가 전문가가 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골동품 감정은 배우기도 쉽지 않고 가르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관심도 있어야 하고 재능도 있어야 합니다. 저도 후계자를 키우려고 시도하다 지금은 포기했습니다. 제 자식은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고 힘든 길이라 강요할 수도 없었습니다. 감정을 잘하면 감상을 잘할 가능성은 높지만, 감정은 못 해도 감상은 가능합니다.
Q. 전통에 관심이 많은 50+세대가 많습니다. 골동품 감상법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관련 분야의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어 참고해서 보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도자기에 관심이 있으면 그 분야의 책을 사서 보면 됩니다. 또 많이 보아야 합니다. 무한반복이 필요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결을 알려 드리면 먼저 최상급을 감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상품은 국립박물관, 간송미술관, 호암아트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다음 등급은 자연히 감상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어느 시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되었는지 배경을 알면 도움이 되겠지요. 아는 만큼 볼 수 있습니다.
전통은 뿌리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아니 움직인다. 절화는 아름답지만, 수명이 짧다. 전통을 바탕으로 창조가 가능하다. 골동품을 통해 역사와 전통을 살펴볼 수 있다. 골동품 감상을 어떻게 시작해볼까 생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50+시민기자단 최원국 기자 (hev5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