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요리 강사로 일해 온 이선진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점프업5060에 지원해 올해 창업에 성공했다사진=정혜선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창업한 신중년들을 만나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창업의 목적이다. 은퇴 후 인생 2막의 마중물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창업의 목적이 ‘성공’에 있지 않다. 젊어서 삶에 치여 하지 못하고 미뤄뒀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거나, ‘나만의 공간’ 혹은 ‘소통의 공간’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요리로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를 창업한 이선진 대표 역시 그렇다.
23년간 요리 강사로 일해오며 커리어를 쌓아오던 이 대표는 돌연 창업의 꿈을 꾸게 됐다. 그는 함께 모여 요리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간절함이 커져 이미 그 사업이 활성화된 서울로 시찰을 다녔다. 그리고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하는 점프업5060에 지원해 올해 드디어 그 공간을 만들어낸 이선진 대표를 만나러 인천 연수구를 찾았다.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저는 현재 요리 강의를 20년 넘게 하고 있는 이선진이라고 한다.”
-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만의 공간에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사업들을 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저도 이제 시니어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간절히 필요했다. 3년 전부터 추진해오다 지난해 좋은 기회가 생겨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게 됐다.”
- 사업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살면서 7년에 한 번씩 일을 벌이더라. 지금이 그때인듯하다(웃음). 불현듯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아니고, 항상 가슴에 품고 있던 게 있었다. 과거 강의를 하면서 인천 송도 부근에 식당을 3년간 운영한 적이 있다. 식당을 접으면서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특히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필요했다. 사업을 해 수익을 내는 것보다 함께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 요리뿐 아니라 플로리스트, 인테리어 등 다양한 강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다 지금의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로 확장됐다.”
-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건가.
“아니다. 내가 전라도 광양 사람인데, 대학교를 다니다 결혼을 하게 돼 남편과 같이 인천으로 오게 됐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키우다 29살 때부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요리를 오래 배우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고, 자원봉사를 다니면서 요리를 가르쳤다. 그러다 주변에서 요리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많아 요리 강의를 시작했다. 그 뒤 한 번도 강의를 쉬어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 요리를 배우다 요리 강사가 되다니 멋지다. 8년간 주부로 요리를 하고 있지만 늘지 않던데, 손맛이 좋은가 보다.
“아버지가 미식가셨다. 그래서 어머니는 힘드셨을 텐데, 저는 아버지 덕분에 한 번 먹어본 음식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재능이 있더라(웃음).”
-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에 대해 찾아보니 식문화 교육사업으로 되어있더라.
“요리 강의를 하면서, 몇 년 전부터 바른 먹거리에 관심을 두게 돼 공부를 시작했다. 내게 소비자이지만 결국 이웃이고 마을 주민인데 이왕 요리를 가르칠 거면 바른 먹거리, 건강한 것을 강의해보자는 마음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회사 이름도 많이 고민했다. 바른 먹거리라 하면 정직한 먹거리니까 어니스트가 떠오르더라. 또 사명에 어니스트가 들어가면 있어 보여서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로 지었다(웃음).”
- 그럼 바른 먹거리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건가.
“사실 먹거리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게 사업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다. 요리를 가르치면서 많은 사람을 배출했다. 그런데 이분들이 요리를 배우고 나면 끝이더라. 요리를 배워도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 외에 요리 할 곳이 없다. 지속적으로 만나 배운 요리를 실습하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는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음식으로 소통하는 곳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 음식을 매개로 한 사업이 다양해지는 듯하다.
“사람을 유혹하는데 음식만큼 좋은 게 없지 않나(웃음). 단순히 요리 수업을 하기 위함이라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이미 정규강좌를 오랜 기간 해왔고, 그걸 통해 먹고 살 정도로 수익이 나고 있었다. 우리만의 공간에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콘텐츠로 소통하고자 이 사업을 시작했고, 그 소통의 매개체가 요리인 셈이다.”
- 마을 부엌이란 개념을 사용하던데, 마을 부엌이 주변에 없어 그런지 낯설다.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마을 부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천에는 마을 부엌이 하나밖에 없어 서울로 시찰을 하러 많이 갔다. 가보면 대체로 마을 부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더라. 시설은 해놨는데, 관리하는 게 어려운 듯하다. 지속 가능한 마을 부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이선진 대표는 함께 요리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간절했다고 한다사진=이미지
- 인천 연수구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나.
“인천은 결혼 후 살게 돼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요리 강의도 인천 연수구에서 오랫동안 해 왔다. 그러면서 인천 연수구에 제가 하려는 식문화 관련 공간이 없어 이곳에 문을 열었다.”
- 오면서 보니까 주변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더라.
“맞다. 이곳 지형이 언덕이라 1층인데 1층이 아닌 것 같은 위치라, 멀리서 보면 커피숍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막상 올라와 들어와 보면 너무 예쁘고 좋다고들 하시는데 그게 아쉽다. 아쉽지만 만족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입지가 좋아 그만큼 임대료가 비싸다. 그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사업을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이 들어오기를 바라기보다, 일부러 찾아오거나 소문을 듣고 올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할 예정이다.”
- 구체적으로 생각한 사업이 있나.
“제가 오랫동안 음식 봉사활동을 해왔다. 저한테 요리를 배운 분들과 함께 팀을 짜 반찬을 만든 후 인천 연수구의 서른 가구에 반찬을 지원해주는 거다. 코로나19로 지난해 1월까지만 하고 그 이후엔 못했다. 다시 봉사활동을 시작해야 하니까, 이곳에서 할까 한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뭔가 해 나가면 홍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점프업5060은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제가 인터넷 검색창에 공동체 마을, 마을 부엌, 건강한 먹거리 등을 항상 검색하니까 관련된 내용이 페이스북에 추천으로 뜨더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점프업5060도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알게 됐다. 사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조건이 있어서 지원을 고민했다.”
- 어떤 부분이 부담스러웠나.
“점프업5060 지원 조건에 ‘자부담 50%’가 있었다. 2,000만원 지원을 받기 위해 2,000만원이 필요한 셈이었다. 최소 비용의 창업을 생각하던 터라 이 조건이 큰 부담이 됐다. 다행히 과정이 진행되면서 이 조건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코로나19라는 상황이 크게 작용한듯하다. 저희는 너무 감사했다.”
- 경험해보니 점프업5060지원제도의 장점은 무엇인가.
“저희가 사업을 기획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여러 문제가 있더라. 일단 기획서만 해도 교육을 받으면서 보니 거의 소설을 써놨더라(웃음). 지원사업을 통해 컨설팅을 받으면서 기획서에 담아야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또 중언부언하지 않고 핵심만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실습이 너무 좋았다. 업체와 연계해 일정 기간 현장에 나가 직접 실습할 기회가 주어진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해보니 뭐가 필요한지 바로 알겠더라. 그 실습을 하면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 점프업5060 2020년도 우수 창업팀에 선정됐다. 기분이 어땠나.
“물론 너무 기쁘고 좋았다. 그런데 우수 창업팀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이 뜨거운 감자였다(웃음). 지원금을 받다 보니 사업 공간을 얻는 일을 미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욕심도 생기더라. 원래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임대 계약을 해 놓은 곳에 문제가 생겼다. 인천 동춘동에 있는 농원마을인데, 아주 작은 동네라 제가 하려는 마을 부엌과 공동체사업, 시니어 일자리 창출 등을 실현하기 딱 좋은 위치다. 그런데 그곳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 결국 이곳으로 오게 됐다.”
-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코로나19라 하던 사업도 접는 마당에 사업을 한다고 일을 벌이니 다들 걱정이 컸다. 강의하면서 선생님 소리 들으며 돈 벌고 여행 다니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굳이 왜 일을 벌이느냐는 의문을 많이 제기하더라. 저는 이렇게 일을 벌이는 데서 에너지를 얻더라(웃음). 물론 힘들기도 하다. 지금도 잠을 잘 못 잔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아쉬움과 사업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에서 한방건강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 관련 구상과 서류 작업도 해야 해서 하루가 너무 바쁘다.”
-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준비 기간은 얼마나 되나.
“사회적기업이나 마을 부엌 등에 관심이 있어 서울로 찾아다닌 것은 몇 년 됐지만, 사업을 구체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러니까 딱 1년 됐다.”
- 창업하는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
“사업하는데 크고 작게 들어가는 돈이 있더라. 임대료나 보증금을 제외하더라고 인테리어 비용 등이 그렇다. 그래서 2,000만원 정도 들었다.”
- 은퇴 후 창업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은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기대 수명이 길어져 우리가 살아 온만큼 살아가야 하니까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는 게 좋다.”
- 직접 창업해본 후 알게 된 창업에 있어 주의할 점 세 가지가 있다면.
“첫 번째는 도전은 하되 준비되지 않으면 하지 마라. 그 준비라는 게 결코 돈이 아니다. 저도 이 공간을 얻기 바로 직전까지도 이 사업을 왜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사업을 해서 나에게 돌아오는 게 뭐지’,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해야 할까’ 등에 대한 고민이 들더라. 그래서 나를 다스리고 마음에서부터 준비가 된다면 그다음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면 된다.”
- 두 번째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전문 분야가 아니라면 섣불리 시작하지 말고 다양하게 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창업 교육 관련 정부 지원사업이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이곳을 통해 교육을 받으면서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그다음이 돈이다. 마지막으로 잠재적 재능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 내 안에 숨어있는 재능 말인가.
“맞다. 라면을 끓일 때 정말 정석대로 끓이는 사람이 있다면,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먹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발전 가능성이 있고 요리사로서 잠재 능력이 있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이 뭔지 찾으려면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찾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주변을 보면 은퇴 후 기존에 했던 일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하더라도 성공이 쉽지 않더라. 절반 이상이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때 자신의 잠재 능력을 찾아내 그 분야로 가게 되면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사업을 하는데 아직 제약이 있다. 그래서 일단 버티는 게 목표다(웃음). 올해는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 그리고 사업이 다져지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이미지=최정문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라이프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