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중 한국요리심리치료연구소 대표는 ‘심쿡’이라는 심리 쿠킹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사진=정혜선
“우리 아빠는 55점이었는데, 오늘 100점이 됐어요.” 심쿡(心’COOK)에서 진행하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는 요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이의 후기다. 한 달간의 요리 수업을 통해 아빠와 아이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알 수 있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 음식 재료를 씻고 다듬어 요리하며 웃고 떠들다 가슴에만 담아뒀던 말들을 조심스레 꺼내 아이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아이 마음 속에 100점짜리 아빠가 된 것이다.
서명중 한국요리심리치료연구소 대표는 요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요리하며 마음을 요리한다’는 심쿡은 서 대표가 운영하는 심리 쿠킹 프로젝트명이다. 원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해오다 상담을 지루해하는 학생들을 보며 좀 더 즐겁게 심리 상담할 방법을 찾았다는 서 대표는 요리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최근 서 대표가 집중하고 이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심리 쿠킹 프로젝트는 반응도 좋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멀어졌던 아이와 가까워졌다는 후기가 쌓일수록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더 강해진다는 서명중 대표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만났다.
-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서명중이다. 목표에 정확하게 명중한다는 뜻으로 명중, 그것도 서서 명중한다고 해서 ‘서명중’이다(웃음).”
- 자기소개가 이색적이다(웃음). 현재 ‘심쿡’을 운영 중인데 어떤 곳인가.
“심쿡은 한국요리심리치료연구소의 프로젝트명이다. 요리를 매개로 마음을 요리한다고 해서 ‘심쿡(心COOK)’이라고 지었다.”
- ‘심쿡’이라고 계속 말하다 보니 ‘심쿵’으로 들리는 듯하다.
“그래서 ‘심쿵한 심쿡’이라고 홍보하고 있다(웃음).”
- ‘요리하며 마음까지 요리한다’는 의도가 좋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원래 학교의 청소년 위클래스에서 심리 상담을 했다. 상담 프로그램이 좋은데도 지루하고 재미없다며 참석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더라. 그래서 재미있게 상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심리치료를 하는 분들이 모여 그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행복학회’라는 모임에 참석해 요리를 통한 심리치료에 대해 듣게 됐다. 그즈음 마침 상담할 때 말이 없는 학생을 데리러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말이 없던 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기 이야기를 술술 하더라. 그때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명중 대표가 진행하고 있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심리 쿠킹 프로젝트/이미지=서명중 대표
- 기존 푸드테라피나 푸드아트테라피 등과 다른 점이 있나.
“푸드테라피는 좋은 음식 재료를 찾아서 몸에 좋은 음식을 해먹는 것으로, 의학적 접근 측면이 더 강하다. 푸드아트테라피는 미술치료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미술로 심리를 치료하는데 있어 미술 도구가 불편한 아이에게 오이나 피망 등 음식 재료를 활용해 미술을 하도록 하는 게 푸드아트테라피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해 국내에 들어온 게 쿠킹액티비티가 있다. 햄버거를 만드는 액티비티를 하면서 빵이 몇 개, 패티가 몇 개, 오이가 몇 개 등 수나 어휘 등을 배우는 거다. 쿠킹액티비티는 주로 느린 학습자를 대상으로 행해지고 있다. 쿠킹테라피는 그야말로 요리를 해서 먹고 치우는 과정에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라 기존의 그것들과 차이가 있다.”
- 쿠킹테라피에 대한 연구를 직접 하신 건가.
“쿠킹테라피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이것과 관련된 이론을 2012년부터 2년 동안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니어 등 대상을 나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 번은 ‘강점 버거’를 한 적이 있다. 햄버거를 만들면서 자기 강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거다.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할 때는 강점이 없다고 했던 아이들이 햄버거를 다 만들고 먹을 때는 자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쁘다(웃음).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이제 햄버거만 보면 자기 강점이 떠오르게 된다.”
- 요리를 하면서 심리 코칭을 하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 원래 요리를 좀 했었나.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께서 요리를 잘하셔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다 보니, 한 번 먹어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더라. 요리를 좋아하다보니 더 쉽게 쿡킹테라피에 접근할 수 있었던 듯하다.”
- 들어보니 이미 사업을 운영 중이었는데, 점프업5060에 지원한 이유가 있나.
“2년 정도 이론을 정비하고 2014년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 처음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이일에 확신이 들면서 2018년 개인사업자를 내고 2020년 9월에는 법인을 설립했다. 그러다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에 지원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취약계층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도시재생 창업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알게 돼 ‘도시재생’이란 무엇인지 고민했다. 요즘 문화복합공간이 유행인데, 마을에 심리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지원했다.”
- 대부분 도시재생 공간으로 특정 지역을 선택하던데, 심쿡이 선택한 곳은 어느 지역인가.
“처음에 생각한 지역은 서울 구로구였다. 구로구에 적합한 공간을 찾아다니는데 임대료가 너무 비싸더라.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고속버스 한 대를 사서 내부 구조를 변경해 주방을 만들어 찾아가는 ‘쿠킹토킹버스’를 만들었다. 이 버스를 운전하려고 1종 대형 운전면허도 취득했다. 이제 지역에 상관없이 쿠킹토킹버스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이 버스를 만들고 초등학생을 둔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심리 쿠킹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아빠와 아이만 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라니 기획 의도는 좋은데, 참석률은 저조할 것 같다.
”맞다(웃음).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었다. 프로그램신청도 엄마가 하더라. 신청하고 안오는 경우도 많아 돈이 아까워 오게 하려고 참가비를 조금씩 올렸다. 그런데 한 번 와서 체험한 분들의 후기가 좋으니까 이젠 아빠가 직접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 기업에서 직원들을 위해 강연 요청이 오기도 한다던데.
“맞다. 기업에서 복지 측면에서 아빠와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요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버스를 몰고 가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없었나.
“말도 마라. 코로나19로 모든 강연이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바뀌어 너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쿠킹토킹버스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코로나19로 일정이 다 취소된거다. 수익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1년 계획이 다 무산돼 우울감이 몰려오더라.”
- 지금 얼굴이 밝은 것을 보니 위기를 잘 극복하신 듯하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더라. 그렇게 힘들어하다 떠오른 게 키트 배송 아이디어다. 요리 재료를 집으로 배송해주고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줌으로 진행하다 보니 최대 일곱 가족 정도 할 수 있더라. 실제로 비대면 요리 수업을 해보니 반응이 좋았다. 요리 재료와 배송비 등이 있어 키트당 금액을 받고 수업을 하거나 연회비를 받고 하는 식으로 비대면 수업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 그럼 이제 코로나19에 대한 적응은 끝난 건가.
“아니다. 지금도 침체기이긴 하다. 그런데 침체기라고 계속 침체돼 있으면 안 되지 않나. 특히 마음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위기를 더 잘 극복해 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헤쳐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길이 조금씩 보이긴 하더라.”
- 그럼 지금 주로 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앞서 말한 초등학생 아빠와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만 운영 중이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서명중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강연이 취소되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으나, 키트 배송을 통한 비대면 요리수업에서 활로를 찾았다고 한다/사진=정혜선
- 이 사업으로 2020년도 점프업5060우수창업팀에 선정됐다. 그 소감이 궁금하다.
“우수창업팀 심사가 비대면으로 이뤄졌는데, 당시 굉장히 불안했다. 다른 팀의 발표를 볼 수 있었는데, 우수창업팀에 선정되겠다고 생각했던 팀들이 다 호명되더라. 44개팀 중에서 13개 팀을 뽑는데, 내가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불안해지더라. 그래도 자신은 있었다(웃음). 우수창업팀에 선정돼 사업을 하는데 있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거 같아 너무 좋았다. 이 비즈니스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 지금 창업을 고민 중인 신중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창업을 결정하고 뚝딱 해내서는 안 된다.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관련 교육을 받고 시장조사를 하는 등 2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실패 가능성도 낮아진다. 중요한 것은 창업과 관련해 친구에게 묻지 말라는 거다. 내 옆에 있는 친구는 객관적이지 않을뿐더러 관련 시장의 전문가도 아니다. 따라서 친구의 말이 정답일 수 없다. 2년 정도의 기간을 갖고 창업을 하더라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때 ‘혹시 실패한 게 아닐까’란 생각에 섣불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은퇴 이후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은 자본금에 대한 궁금증이 큰데, 대략 어느 정도의 자본으로 시작했나.
“심리상담과 관련된 기업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3년간의 강사비를 받지 못하고 그만두게 됐다. 당시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데 투입할 돈도 마땅치 않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처음에는 지원하는 족족 떨어졌다. 한 10번쯤 떨어지고 나니까 전화해서 떨어진 이유를 묻게 되더라. 전문가 상담도 받고 해서 사업의 문제점을 고쳐나가자 지원사업에 붙기 시작했다. 제 경험을 토대로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너무 큰 돈을 투입해 사업을 시작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야 한다. 나는 사업을 시작할 때 한 달에 20만원밖에 안썼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자전거 타고 다니니 돈 들어갈 데가 없었다.”
-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
“올 한 해 동안 심리 쿠킹 프로젝트를 열심히 수행해 적어도 초?중?고등학생 학부모들은 ‘심쿡’하면 뭔지 알게 하고 싶다. 올해는 돈보다는 브랜딩에 집중하고 돈은 내년에 벌려고 한다(웃음).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라이프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