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년 전, 에도 시대에 일본 최초의 실측 지도를 만든 이노 다다타카(伊能忠敬)는 인생 전반기에는 사업가로 돈을 벌고, 후반기에는 돈과는 상관없는 측량가로 지도를 제작하는, 두 가지 삶을 살았다. 사후 200년이 지난 뒤 그의 이러한 삶은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측량을 하러 떠나는 이노의 동상 

사업가로 성공한 인생 전반

1745년에 태어난 그는 수학과 의학에 흥미를 느끼는 소년이었다. 17세 때, 고향에서 50km 떨어진 ‘사와라’라는 곳에서 주조업을 영위하고 있던 이노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다.

그는 젊어서부터 상인으로서 재능을 발휘했다. 29세부터 20년 동안, 이노 집안의 연간 수입을 약 3.6배까지 늘렸다. 1782~88년 기근 때는, 관서 지방에서 쌀을 사서 관동 지방의 에도에 팔아 돈을 벌기도 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에게는 쌀을 나눠 주기도 했다.

49세에 은퇴할 때 총자산은 3만 냥(현재 우리 돈으로 450억 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 당시의 평균수명이 40세 전후로 추정되니까 은퇴하여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도 충분한 나이였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은퇴 후 측량가로

그는 편안한 여생을 마다하고, 50세의 나이에 에도로 와서, 19세나 아래인 천문학자 다카하시 요시토키(高橋至時)의 제자가 되었다. 왜 천문학을 배우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돈벌이와는 다른 뭔가를 업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자금이 풍부했던 그는 망원경을 비롯한 천체관측 기기를 자택에 설치하고, 밤낮으로 천체관측을 하고, 일식이나 월식의 예보 계산을 했다. 그러던 중에, 위도 1분 거리를 측량해 지구의 크기를 계산해 보자고 생각했다. 홋카이도 지도 제작을 명목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고, 사재를 들여 측량팀을 만들어 길을 떠난 것이 1800년 6월, 그의 나이 55세 때였다. 홋카이도의 동남해안을 왕복 3,200㎞ 거리를 180일 동안 걸어서 측량했다.

이 1차 측량을 토대로 제작된 지도에는 홋카이도의 동남해안이 오늘날의 지도에 버금갈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지도는 정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그는 측량팀과 함께 10차에 걸쳐 17년간 전국을 돌아다녔고, 총거리는 지구 한 바퀴가 넘는 약 4만 3,707km에 이르렀다.

71세부터는 측량의 집대성인 「대일본연해여지전도(大日本沿海輿地全図)」의 제작에 착수했지만, 완성을 보지 못하고 1818년, 73세로 사망했다.

이노의 지도에 감동해 이노 연구회 조직

최근 이노에 대한 연구회를 끌어가고 있는 와타나베 씨(92)도 이노처럼 인생 1, 2막의 길을 걸어왔다. 1929년에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 후 일본 전신전화공사(현 NTT)에서 근무했다.

그가 이노에게 흥미를 갖게 된 것은 40대 후반, 데이터 통신 본부의 프로젝트·매니저로서 우편 저축 온라인 시스템의 기본 설계에 전념하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그 시대는 55세가 정년이어서, 40대 후반부터 “무엇을 하며 여생을 보낼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노에 관한 책을 읽어봐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럼 이노가 만든 지도를 보러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찾아간 곳은 국립 국회도서관 4층 지도실이다. 지도를 본 순간, 그 정교함과 치밀함, 그리고 화려함을 보고는 “이런 지도를, 180여 전에 터벅터벅 걸어서 만들었구나”하고 감명을 받았다. 「대일본연해여지전도」의 정본은 황궁에 있는 도쿠가와 쇼군의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1873년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모사 지도가 남아 있긴 해도,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문헌이 1970년대에는 없었다. “그럼, 내가 그 문헌을 만들자”라며 이노 연구에 발을 디뎠다.

그는 51세에 일본전신전화공사를 퇴직하고, 친구 회사에서 사장을 역임한 후, 65세에 제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노 연구회를 조직해, 해외에 흩어진 이노 지도에 대한 조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모사 지도 207장을 발견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에게, 제2의 인생의 본보기로 떠오르는 사람이 이노 다다타카이다. 노후에 대한 기존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인생 2막에 첫발을 내딛는 용기에 사람들은 감동한다”고 와타나베 씨는 말한다. 그는 90이 넘은 지금도 이노 연구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출처 : 마이니치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