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업 사람책③] '요리로 마음과 마을을 재생합니다'
서명중 창업가 이야기
"요리로 마음과 마을을 재생합니다'
요리를 매개로 사회적 소통을 꿈꾸는
‘심쿡(心Cook)’ 서명중 대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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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교감하는 매일매일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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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중 창업가
서명중 대표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코칭 심리’에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요리’라는 방식을 더해
사람들에게 편안히 다가가는 ‘요리 심리 치료’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도시재생 또한 지역이 본래 가진 자원에 다른 무언가를 더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그가 마을의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방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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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요리를 활용해 심리 상담 코칭을 하는 “마인드 쉐프(mind chef)” 서명중입니다. 요리를 매개로 사람과 사회의 관계 회복을 돕고 있어요.
Q. ‘요리’와 ‘심리’의 연결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요. 왜 요리를 매개로 하시나요?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내담자들의 참여도를 끌어올리는 데 음식이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는 걸 알았어요. 특히 ‘비자발적’으로 참여한 청소년은 본인 의사가 아니다 보니 프로그램 내내 잠을 자는 경우도 태반인데요. 어느 날 유독 관심이 없던 한 친구에게 “짜장면 먹으러 가자” 했더니 잘 따라오는 거예요. ‘어라?’ 싶어 식사 자리를 만들고 청소년 눈높이로 대화를 해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거구나 싶었죠.
청소년들과 요리 심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서명중 대표(사진: 한국요리심리치료연구소)
요리는 관계를 관찰하기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한 학부모님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 자신이 평소 이렇게 자녀를 윽박지르는 줄 몰랐다고 반성을 하시더라고요. 음식이라는 게 365일,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잖아요? 식사 자리에서는 무의식적인 대화 패턴이나 관계의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드러나거든요.
부자가 함께 음식을 만들며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활동을 한다(사진: 한국요리심리치료연구소)
Q. 그럼 주로 청소년이나 가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나요?
부모와 자녀, 부부, 선생과 제자, 직장 상사와 직원, 청소년, 노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여자들의 정체성은 다양해요. 특정 대상이라기보다는, 주로 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이전 10년간 복지관과 학교 등에서 상담을 해왔던 경험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Q. 창업 이전에도 심리 상담 일을 해오셨군요?
원래는 무역학을 전공해서 오랜 기간 유통업계의 일을 했었고요. 심리를 공부한 계기는 ‘딸’이었어요. 저는 아빠로서 잘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딸과의 관계가 좋지 않더라고요. 놀아주는 게 다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관찰’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대학에 들어가 심리 상담을 공부했어요. 그게 대학원까지 이어져 코칭 심리를 전공하고… 어느새 강의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이후로 미술, 음악, 숲 치료 등 여러 방법으로 심리 상담을 해왔습니다.
Q. 상담 전문가로 살아오시다가, 요리를 결합하면서 생긴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창업과정에서 특별히 노력하신 포인트가 있나요?
아직 요리 심리 치료 분야는 논문 등 연구된 과정이 별로 없어요. 해외에서 심리 치료에 요리를 이용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립된 시스템은 없죠. 그래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가 선생님들과 2014년 비영리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라고 하는데, 순수하게 재능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됐고요.
사단법인 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의 이사진
하지만 비영리의 특성상 정부나 기업의 지원에 의존하게 되는 아쉬움도 있었어요. 수익모델을 가진 비즈니스가 필요하겠다 싶어 협의 지점을 찾은 것이 사회적 기업이고요. ‘요리 재활사’와 같은 민간자격증을 등록하기도 했고, 실습 바탕의 강사 양성도 하고 있습니다. 전문성과 자생력을 갖춘 영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Q. “점프업 5060”은 도시재생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심리 치료가 도시재생과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요?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보통 물리적이거나 환경적인 변화를 떠올리잖아요? 저는 지역과 마을을 ‘심리적으로’ 엮는 일이 함께 가야 한다고 봐요. 그동안의 도시재생이 보이는 것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삶과 관계를 함께 조명하는 거죠.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같이 지내면 보이지 않아도 어떤 벽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원주민과 새로운 유입된 사람들, 농촌과 도시민,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른과 어린이. 저는 사람들 사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심리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심리식당 버스 ‘심쿡(心COOK)’도 그 일환입니다.
마을과 학교를 찾아가는 심리식당 버스 "심쿡(心COOK)"(사진: 한국요리심리치료연구소)
Q. 요즘은 코로나 위기로 버스 운영이 쉽지는 않으시겠어요.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 최소 단위 인원으로 운영을 하고요. 현재 비대면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밀키트를 배송해두고, 온라인 화상회의로 함께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을 시도해봤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비대면으로 진행된 "다다름 부리또" 만들기 프로그램
Q. 정말 다행이네요 :) 현재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 공유사무실에 입주해 계시는데, 재단은 원래 알고 계셨나요?
SNS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굿잡5060”을 먼저 알고 참여했어요. 신중년의 사회적 기업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2019년도 당시에는 잠시 창업 파트도 있어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모든 걸 자부담으로 해결하려니 엄청 고생을 하게 되는데, 저는 50플러스재단의 지원사업과 교육과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어요. 중부캠퍼스의 ‘공유공간 힘나’에 입주신청을 해서 현재 사무공간도 도움을 받고 있고요.
서명중 대표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의 "공유공간 힘나"에 입주하여 활발히 활동 중이다.
Q. 사업을 진행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참여자들과의 대화와 교감, 수많은 에피소드를 먹고 자라는 것 같아요.
한번은 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치즈스틱을 요리한 적이 있는데, 한 분이 눈물을 보이시는 거예요. 왜 그러시냐 했더니 치즈스틱을 처음 먹어봐서 기쁘고, 너무 맛있어서 그랬다고 하시더군요. 우리에겐 흔한 간식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인 거죠. 치매나 우울증을 겪는 어르신들이 음식을 만지고, 맛보고, 또 결과물을 만들어내서 손주에게 선물도 하고. 요리가 어르신들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높이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Q.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청소년들 개인의 체질과 성향에 맞추어 ‘나만의 식단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저는 모든 참여자에게 같은 상담과 솔루션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고유한 특질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유년기와 청소년기부터 자신을 위한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보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키워갔으면 해요.
Q. 같은 신중년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100세 시대잖아요. 지금까지 구축해 온 통찰력으로 자신의 제2의 정체성을 찾고,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영위해갈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을 “점프업 5060”을 통해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저는 도시재생이 지역의 자원, 뿌리, 본래 지역이 가지고 있던 것에 몇 가지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 몸과 마음에 밴 삶의 기억을 하루아침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를 더해서 조금씩 마음을 재생해나가는 거예요.
관계와 마음의 재생, 마음을 요리하는 “심쿡”이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