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세이]
이야기가 있는 강화도 대룡시장으로 휘리릭 떠나요~
-
여름 휴가철인데 코로나 4단계 거리두기로 어디 가지도 못하고 일상이 조심스럽고 답답하다. 가까운 뒷산이나 북한산 둘레길도 걸으면 좋지만, 큰 맘 먹고 훌쩍 어딘가 떠나고 싶을 때 추천해드리고 싶은 곳이 바로 서울에서 가까운 강화도 대룡시장이다.
대룡시장이 있는 교동도는 2014년 7월 교동대교가 개통되기 전에는 배를 타고 석모도를 거쳐 강화도로 가야하는 외진 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동대교 개통과 함께 1970년경의 분위기가 마치 영화 세트장과 같아 (실제 영화촬영 장소로도 쓰였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아오면서 강화도의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고 하는데, 이 곳 교동도를 들어가려면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교동대교 검문소에서 출입증을 받고 들어가야 한다.
대룡시장이 생겨난 것은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이 있다. 6.25 때 연백군에서 교동도로 잠시 피난 온 주민들이 한강 하구가 분단선이 되어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실향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향에 있는 ‘연백시장’을 본 따서 만들었는데, 그 후 50여년간 교동도 경제 발전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의 실향민이 돌아가시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재래시장 규모역시 작아졌다고 하는데 실제 가보면 여느 시골마을의 작은 장터 같기도 하다.
지금처럼 상가가 형성된 곳이 아닌 골목시장이란 것이 색다르다.
추억의 먹거리들을 판매하는 뚱이 호떡
대룡시장에서 꼭 먹어봐야 할 추억의 먹거리, ‘뚱이 호떡’이다. 사진엔 핫도그만 보이지만 호떡이 유명하다고 해서 정작 사먹은건 호떡이었다. 진짜 맛있다.
‘영심이네 커피상점’이란 간판이 참 재미있었다. 추억의 옛날과자도 곁들여 팔고 커피도 파는데 커피상점이라는 간판 이름과는 달리 눈길을 확 끄는 풍경이 있었으니, 가게 앞에서 약탕기에 쌍화차와 대추차를 달여 팔고 있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시장 안에 다방에서 파는 쌍화차가 유명하다고 했지만 난 여기서 사먹었다.
실제 영화촬영지였을까? 청춘부라보는 물건 파는 가게는 아니었다.
시장 안 주변 곳곳이 다 이렇게 1970년~1980년으로 시계가 멈춘 듯한 풍경들이다.
대룡시장 안에는 해마다 제비가 찾아와 가게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가게 주인은 제비가 이제 막 새끼를 낳아 놀라게 하면 안 된다며 목소리 높여 구경하고 얘기하는 손님들에게 목소리를 살짝 낮춰달라고 했다.
시계방에 위치한 황세환 명장에 대한 설명
시장 골목을 걷다 눈에 들어온 ‘황세환 시계방’, 시계를 파는 것 같아보이지가 않아서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시장 상인회가 지정한 ‘대룡시장 명장’이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황세환' 명장(名匠)은 돌아가시고 지금은 그 자리가 비어있으나, 생전에 시계를 수리하던 가게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모습과 그의 일생이 자세히 곁들여 설명되어 있는 모습에 작품이라도 보는 것처럼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설명으로 본 황세환 명장은 이렇다.
1939년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삼천리에서 태어나 강화군 교동이라는 지방소 시장에서 시계 수리업과 도장업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시계 수리를 배우기 위해 외지로 나가 있었던 20대 후반에 5년을 제외하고 즐겁고 고향을 지켰다.
기술 습득 목적으로 취직하는 시계방에서 3년 동안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그는, 본거지인 교동으로 낙향하여 23년간 가방에 시계 수리 도구를 들고 다니며 주민들의 시계를 수리하면서 신용을 쌓았다. 1969년 황세환은 고향인 강화군 교동면 삼선리 대동시장 한 켠에 최장로가 문방구점을 했던 자리를 쌀 열 가마니 정도에 구입해 시계 수리 점포를 차렸다. 평생을 시계 작업을 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추위가 물러나고 싱그러운 봄내음과 함께 꽃들이 어우러진 2016년 4월 째각거리던 시계는 목도장에 붉은 불빛을 비추며 칼날을 대시던 방세환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자리를 비운 시계방에는 명장이 손을 타던 시계들이 대신 반겨주고 있다.
대룡시장하면 떠오르는 것은 분단상황, 70-80년대의 레트로 감성과 향수, 먹거리 등일 것 같다. 대단한 볼거리는 없지만 일반 다른 시장과는 달리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간 주민들의 삶의 역사가 탄탄하게 스토리텔링 되어 문화컨텐츠를 만들고, 이야기와 함께 물건과 문화를 파는 곳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차이점이었다. 사진 몇 장만으로 그 분위기를 설명하긴 한계가 있으니 직접 가서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한 바다도 보고 드라이브도 즐기고 또 대룡시장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더불어 석모도에 있는 보문사까지 다녀온다면 하루 당일치기 알찬 여름휴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4기 조계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