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사람1 - 천리마택배 긍정의 달인, 최성규 어르신

 

그는 1942년 전북 남원의 외진 시골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가난한 농부였던 그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상경했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 온 후 그는 상가 점원과 이발소 등을 전전하며 혼자의 힘으로 야간 상업고등학교를 마치고 번듯한 회사에 취직했다.

 

십 년 넘게 열심히 일한 뒤 퇴직을 한 그는 퇴직금을 종자돈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가까운 지인에게 배신을 당하며 실패를 맛보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사업을 재개했고, 이후에도 몇 차례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그 와중에도 2남1녀의 자식들을 건실하게 키워냈다. 여기까지가 80년 가까이 살아온 최성규 어르신의 이력이다.

 

 

기자가 천리마택배의 여러 어르신들 중 최성규 어르신에게 첫 인터뷰를 제안한 것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유별나게 남달라서가 아니다. 그의 이력은 동년배의 다른 어르신들이 걸어온 궤적과도 상당히 비슷하다. 이농과 상경, 다부진 독립심과 열정적인 학구열, 쉼 없는 도전과 성취 등 한국전쟁 전후의 궁핍했던 시대를 이겨내고자 했던 민초들의 삶은 크게 보면 필연적으로 어떤 전형에 근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는 무엇보다 매사에 긍정적인 어르신의 태도에 주목했다. 택배 일은 주문에 따라 더러 지하철역에서 먼 거리를 걸어서 배달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덥거나 추운 날씨, 혹은 눈비 오는 궂은 날씨는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그는 택배 주문서를 들고 사무실을 나설 때도, 배달을 마치고 들어올 때도 늘 즐거워했다. 단 한 번도 찡그린 표정 없이 늘 웃는 얼굴로 나가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일처리 역시 누구보다 깔끔했다.

 

 

"뭐 지하철 역에서 좀 멀었지만 전 그럴 때 걸을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보니 어르신은 등산애호가로 매주 일요일이면 산에 오른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갈 때는 좀 쉬운 산으로 가고 혼자 갈 때는 난이도가 높은 산을 가지만 빼먹는 일은 없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 한라산도 아내와 함께 올랐다고 자랑도 섞어 넣었다.

 

 

"택배를 하면서 걷는 것이 등산에 도움이 되고, 등산을 하는 것이 또 택배에 도움이 되니 택배는 내겐 안성맞춤인 일입니다."

 

택배 일의 만족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어르신의 현답이다. 그러나 기자는 그가 다른 일을 했더라도 그 일의 장점과 만족하는 이유를 찾아냈을 거라고 믿는다. 냉철한 사람들은 근거 없는 낙관과 긍정은 퇴폐라고 평가절하하지만 그에게서 읽히는 삶에 대한 흥겨운 긍정은 기자가 배워 체득하고 싶은 소중하고 보배로운 철학이었다.

 

이어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특별히 강조한 어르신만의 어떤 가르침 같은 것이 있습니까?"

"글쎄요. 뭐 특별히 그런 게 있진 않았어요. 한 가지 말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살아있는 한 뭔가를 하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건 보여주었다고는 생각합니다."

 

근자에 50대 중반을 넘어선 아들이 어르신께 '이제 힘든 (택배)일은 그만 두고 쉬시라'고 요청하며 '아버지가 계속 일을 하시니 제가 마음 편히 쉬어 본 적이 없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했다고 한다. 저 말이 농담이든 진담이든 아버지를 가까이서 지켜본 아들의 마음에는 아버지의 근면함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맨주먹으로 서울에 와 아내를 만나고 자식들의 키워낸 어르신의 삶에서 근면함 이상의 가르침은 불필요하거나 없으리라 기자는 생각했다. 천리마택배나 일을 주관하는 도봉시니어클럽에 바라는 점을 묻자 "좀 더 건강해서 오래 다닐 수 있었으면 한다"는 어르신의 간단한 대답에서조차 근면함이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으로 진행 중인 “어르신일자리 지원단”에 관한 최성규 어르신의 의견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역시 긍정의 ‘달인’다웠다.

 

"고맙지요. 나는 사는데 바빠서 남 도와주는 일을 많이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어르신일자리 지원단 분들이 오셔서 이런저런 일을 도와주시니 보기도 좋고 든든하기도 합니다."

 

50+캠퍼스에 소속된 기자로서 같은 소속의 어르신일자리 지원단에 대한 칭찬의 글을 적는 건 자화자찬 같아 쑥스럽지만 그 또한 어르신의 말씀이 분명하므로 가감 없이 부기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