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네마] 그녀들의 위대한 여정, 「학교 가는 길」
독립영화 「학교 가는 길」 김정인 감독과의 만남(GV)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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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조용했다. 앞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의 뒷모습이 미동도 없다. 이 감정을 어찌할까. 복잡했다. 감동적이라고만 하기에는 아픔으로 찌릿찌릿했고, ‘우리가 저랬구나’ 부끄러워 화끈거렸다. 그럼에도 갈 길이 멀다 한들,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달라지겠구나 안도했다. 자녀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힘은 세상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 함께 산다는 것에는 고단한 여정을 품고 있다. 차별이라는 게 도사리고 있는 한 결코 해결되기가 쉽지 않아서 투쟁과 눈물이 함께 하기도 한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앞에 가로막힌 그 험난한 길을 위해 나선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처한 현실에 적극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 가슴을 마구 찌른다.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이들 앞에 무릎을 꿇은 부모님의 모습을 뉴스로 본 적이 있었다. ‘학교 가는 길’ 영화 속 사실을 따라가면서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몸 둘 바를 몰랐다. 감히 할 말은 없지만, 그분들을 무릎 꿇리는 사람이 누구일까. 우리 모두의 민낯을 들켜버리는 순간이었다.
“귀하게 키운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더불어 살고 싶은 게, 이게 욕심입니까?” 장애 학생의 부모는 세상을 향해 물어봐야 하고, “엄마가 목숨 걸고 지켜줄게” 목놓아 외쳐야 하는 부모의 장면에서는 미안함에 눈물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화요시네마’는 평소 접하기 힘든 다양한 독립 영화를 소개한다. 장애 인권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조명한 영화, 이날은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현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지난한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을 상영했다.
영화를 본 후 감독과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 김정인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시작점을 이렇게 말했다.
“2017년 그해 7월의 어느 날,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짧은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장애인 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는데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무산이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기사인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로서 그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었죠. 아무리 그래도 학교 보내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니 생각했고, 그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1차 토론이 무산되고, 9월에 2차 토론이 예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대체 어떤 일이기에?’ 하며 카메라 하나 들고 찾은 토론 현장은 예상치 못한, 지금 생각해도 초현실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에 담긴 건 그때 실제 상황의 십 분의 일도 안 담겼습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어머니들이 너무나 담대하고 용감하게 말씀을 잘해서 촬영하다가, 쉽게 말해서 ‘반했습니다.’ 앞으로 서진학교라는 특수학교가 설립이 될 수도 있고, 좌초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부모님들의 행보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찾아가 허락을 구했고 오늘에 이르렀죠.”
“처음부터 5년 걸릴 줄 알았으면 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동안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많았죠. 그렇지만 그래도 무엇보다도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고 부모님들과 아이들과 저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너무 좋고 소중한 관객들과도 만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영화에 출연하신 어머니 장민희 님
영화 속 어머니 장민희 님도 이 날의 대화에 참여해서 그때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해 9월 이후에 언론에서 주목해 주었어요. 그 와중에 당시 대학원생이던 감독님이 발달장애인들과 가족을 찾아온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감동이었죠. 발달장애인들의 실제 이야기가 영화로 나올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 이후로 언제 어디서든 가족처럼 그림자처럼 나타나시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결실을 맺게 되었죠.”
그러면서 말하기를 “대부분의 아이들이 근거리 학교를 다니는 게 당연한데 우리에게는 찬반논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릎을 꿇었고, 무릎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 모습이 쇼라고도 했고, 짰냐고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도 울컥한다고 말한다.
또한 영화를 흑백논리로 마무리 짓지 않고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이야기도 들어갔다. 김 감독은 공진초등학교 폐교를 살펴보면서 장애를 향한 차별과 가난을 향한 차별이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특수학교 문제 이전에 지역사회가 어떤 관행을 거쳐서 형성되었고 어떤 특수성이 있었는지를 균형감있게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현명한 관객들이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장민희님은 함께 했던 어머니 동지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우리들에게 부탁을 한다.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요. 우리끼리는 동병상련이라는 공감대가 커서 선후배 간의 노하우를 나누고, 단체 행동에 이르기도 하고, 지금도 장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을 굳이 피하거나 혐오만 안 해주어도 참 좋겠습니다. 발달 장애인들과 차이와 다름을 인정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엄마는 강했다. 그랬기에 삭발도 감행했고, 삼보일배도 하며 자식을 위한 투쟁을 하는 단단함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학교 대신 한방병원을 세워야 한다는 주민들과의 투쟁 끝에 지난 3월, 서진학교가 개교 했다. 너무 멋진 교실과 밝고 환한 복도, ‘어서 와, 서진학교는 처음이지~’
영화 속에는 아이들을 향해서 엄마가 전하는 코끝 찡한 말이 나온다.
너 때문에 행복했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newtree14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