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어르신이 손주와 카톡을…'디지털 세대이음단' 역할 톡톡!


코로나 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등을 사용하는 비대면 서비스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음식을 주문하고 쇼핑도 하며 기차표도 예약한다. 또한 패스트푸드점, 카페, 영화관, 병원,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는 직원 창구보다 무인 단말기인 키오스크를 이용해 신속하게 주문과 결제를 마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꼭 코로나가 아니어도 디지털 산업의 발달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작 스마트폰, 키오스크 하나 모른다고 할 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이 멈추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대이음단은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협력 사업이다.
디지털 세대이음단은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협력 사업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2020년 NIA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대비 고령층(60~70대)의 디지털 역량은 절반 수준에 미쳤다. 특히 70대는 디지털 접근과 활용 역량 모두 매우 낮았다. 디지털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강사 한 명이 다수의 어르신을 기능 위주로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르신 개개인의 수준과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고령층 대상 맞춤형 눈높이 교육사업 ‘디지털 세대이음단’ 운영을 시작했다. 

디지털 세대이음단 100명 선발, 역량강화교육 실시

디지털 세대이음단은 일상에서 디지털 소외로 불편을 겪고 있는 고령층을 돕기 위해 조직된 50+세대(만 50~64세) 디지털 강사단이다. 지난 6월 4일 서류심사와 대면심사를 거쳐 100명이 선발됐다. 디지털 역량뿐 아니라 고령층 학습자에 대한 이해,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 사회공헌에 뜻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역량강화교육은 4개조로 나누어 진행됐다.
역량강화교육은 4개조로 나누어 진행됐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들은 서울시 소재 노인복지시설에서 1:2 소규모 강의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에 앞서 25명씩 4개 조로 나뉘어 비대면 OT와 16시간의 역량강화교육이 실시됐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강의 활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령층 맞춤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고 학습자용 교재(워크북)와 키오스크 교구도 제작했다. 
학습자용 워크북은 한 장의 카드에 하나의 스마트폰 화면이 들어가도록 제작됐다.
학습자용 워크북은 한 장의 카드에 하나의 스마트폰 화면이 들어가도록 제작됐다. ⓒ협동조합두플러스
단계별 철저한 학습을 위해 해당 스티커를 찾아 붙이는 활동이 들어있다.
단계별 철저한 학습을 위해 해당 스티커를 찾아 붙이는 활동이 들어있다. ⓒ협동조합두플러스

​학습자용 워크북인 ‘시니어 스마트기기 활용서’에는 ▲스마트폰 설정 기초학습,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활용학습, ▲학습용 스티커, ▲과제 체크 카드가 들어있다. 특히 과제 체크 카드는 카드 링 형태로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주제만을 골라 링에 끼워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한 학습 단계별로 확실하게 익히기 위해 손끝 감각을 활용해 스티커를 떼어 붙이도록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키오스크 모형을 그대로 축소한 키오스크 교구다. 네모난 틀 안에 스마트폰을 넣고 키오스크 활용 앱을 실행해 실습한다. 카드 넣는 곳과 영수증 나오는 곳도 있어 이 교구를 가지고 실습을 하면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고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사 1명당 1개씩 배부된 키오스크 교구의 정면과 측면 모습
강사 1명당 1개씩 배부된 키오스크 교구의 정면과 측면 모습 ⓒ협동조합두플러스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한 협동조합두플러스의 김지연 대표는 “어르신이 일상생활에서 언제 불편한가를 연구하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어르신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업 주제를 정하기 전에 불편했던 상황과 대처 방법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량강화교육을 마친 수료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역량강화교육을 마친 수료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협동조합두플러스

디지털 세대이음단, 67개 노인복지시설서 교육 활동

디지털 세대이음단은 지난 7월 19일부터 서울시 소재 67개 노인복지시설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학습 대상자는 스마트기기는 보유했으나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으로 70대 어르신이 많다. 

강사는 어르신과 협의해 학습주제 영역(설정, 문화, 생활, 관계, 건강)을 정한 뒤 워크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배운 내용을 직접 스마트폰에 적용하도록 돕는다. 상세한 설명이 들어간 그림 카드 모양의 워크북 덕분에 어르신은 집에 가서도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다.
강사 한 명이 최대 2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강사 한 명이 최대 2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어르신은 한 달 동안 2시간씩 4회에 걸쳐 8시간 교육을 받고, 강사는 한 달 동안 8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최대 40시간 활동을 한다. 시간당 활동비는 10,702원이다.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황이라 강사들은 주로 네이버 카페를 통해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에피소드를 나누면서 소통해오고 있다.

디지털 세대이음단 간담회,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기회!

디지털 세대이음단 활동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다. 한 장소에 모여 활동하면서 느낀 점과 애로사항을 나눌 기회가 필요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엄중했다. 이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지난 8월 31일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디지털 세대이음단 전원이 최초로 얼굴을 마주하며 중간점검을 하는 첫 회의로, 필자도 초대돼 참여했다. 
지난 8월31일 디지털 세대이음단 온라인 간담회가 실시간 화상회의로 열렸다.
지난 8월31일 디지털 세대이음단 온라인 간담회가 실시간 화상회의로 열렸다. ⓒ추미양

간담회는 사업 담당자의 공지사항 전달에 이어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릉실버복지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수현 강사는 “수업 전에 사회복지사를 통해 학습자의 성향과 스마트기기 사용 수준을 미리 파악했더니 수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에는 종이접기를 하면서 어르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손가락 운동과 목운동으로 긴장된 몸을 풀어드리니 어르신의 만족도가 높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하계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하는 김영묵 강사는 “워크북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지만 학습자 수준이 높은 경우는 별도로 준비한 중상급 지도안으로 강의했다. 어르신들이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의 활용법을 알고자 목말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슴 뭉클했다”라며 그동안의 수업을 회상했다.
강사들은 재미있었던 활동 사례와 아쉬웠던 점 등을 공유했다.
강사들은 재미있었던 활동 사례와 아쉬웠던 점 등을 공유했다. ⓒ추미양

재미있었던 활동 사례도 공유됐다. 어르신의 보청기 밧데리가 방전돼 종이에 수업 내용을 써드리고 목청 터지도록 큰소리로 강의한 이야기, 키오스크 모형과 동영상으로 실습 후 함께 서울역 맥도날드 매장으로 가 햄버거를 주문한 뿌듯한 사례들이 오갔다. 아쉬운 점도 공유됐다. 수준차가 큰 학습자, 기종이 다른 스마트폰, 병원 진료로 인한 학습자 결석, 4회 8시간 수업으로는 부족하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디지털 세상, 어르신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소통할 수 있길!

원래 1시간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1시간 반이 훌쩍 넘어 끝났다. 활동 사례 중 특히 필자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 스마트폰 자판 치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 전화 기능만 사용하시던 80대 후반 어르신이 교육을 통해 집중적으로 자판 연습을 해 카카오톡을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아주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어르신에게는 큰 변화가 아니었을까. 이젠 자식, 손주들과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사진도 보내신다고 한다. 디지털 기기인 스마트폰이 세대를 이어주는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정릉실버복지센터 김수현 강사가 부부 학습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교육을 하고 있다.
정릉실버복지센터 김수현 강사가 부부 학습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교육을 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무엇보다 강사들은 11월 19일 종료되는 디지털 세대이음단 활동에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내년에도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했다. 누구보다 어르신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정성껏 할 수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르신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소통하고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병원에 갈 때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고, 키오스크로 접수하고 처방전을 받으며, 귀가해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작성자: 시민기자 추미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