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재생하는
<아임스토리>의 남정인 대표를 소개합니다.
"누구나 이야기를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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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학 강사, 출판사 편집장 등 평생 글쓰기의 베테랑으로 살아온 남정인 대표는
사람들이 삶과 터전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무너지고 다시 지어지는 도시 속, 그 안에 사는 도시민의 ‘삶’을 먼저 재생하고 싶다는 그는
최근 <점프업 5060>을 통해 책쓰기 교육 컨설팅을 위한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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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점프업 5060>을 통해 ‘아임스토리’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한 남정인입니다. 오랜 시간, 잡지사 기자와 신문사 편집장, 시인이자 작가로 살면서 사이사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해왔어요.
Q. ‘아임스토리’는 어떤 회사인가요?
책을 기반으로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요. 크게 두 축으로 나누면 독서와 기초 글쓰기 등을 가르치는 ‘강의 프로그램’, 그리고 실제로 책을 쓰고 출판하는 전 과정을 컨설팅하는 ‘책쓰기 교육’이 있어요. 책쓰기 교육의 경우, 공통의 목적을 가진 모임 구성원들의 원고를 엮어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하고요. 자신의 삶과 업적을 정리하길 원하는 예술가나 은퇴세대의 자서전 출간도 준비하고 있어요.
Q. 책 쓰기 프로그램의 수강생 인터뷰를 보니 ‘하나뿐인 딸에게 책을 남겨주고 싶어서’ 참여하신 분도 있던데요.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요즘은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어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늘었고, 책을 낼 수 있는 접근성도 높아졌고요. 독립 출판물이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어 있잖아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오히려 완성이 더딘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묘하게도 글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글은 끝까지 이어져요.
Q. 그러고 보니 공동 저작물이 자주 눈에 띄는데요. 공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공저의 재미는 글을 쓰는 사람들 간의 교류와 교감이 일어난다는 점이죠. 일단 공동창작 수업에 들어가면 주제와 편집 방식을 참여자들과 함께 정해요. 그럼 참가자들의 개성에 따라 각기 다른 글쓰기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합평과 첨삭의 과정 안에서 함께 성장하고, 구성원들의 심리적 치유가 이루어지기도 해요.
공동집필은 주로 지자체나 공공도서관의 지원사업으로서 진행이 되는 편이에요. 학교밖청소년들과 함께 쓴 「비건 라이프」, 발달장애인들과의 문학기행, 주민이 직접 쓰는 지역 여행 에세이들이 있고. 유치원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과 공동창작 수업을 하고 있어요.
Q. 그중 <고양 골목 여행>이나 <시민이 쓰는 인천 이야기> 등은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을 탐색해보고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네요.
지역 여행기를 함께 쓰다 보면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과 호기심, 그동안의 삶이 글에 묻어나와요. 특정 지역에 찾아가 사진을 찍고, 거기 얽힌 역사와 인물을 연구하고, 글을 써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서요.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가치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도시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Q. 그럼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도시재생은 무엇이고, ‘책 쓰기’와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건물만 허물고 다시 짓는 걸 도시재생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공간만 바꾸면 뭐하나요? 사람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요. 근본적으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재생되어야 해요.
처음 <점프업 5060>에 지원할 당시에는 옛날 카메라 거리로 유명했던 남대문을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택했어요. 당시 사진을 배우고 있던 터라 사진 선생님의 공간을 활용해보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저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기도 하고, 단지 공간의 모양만 바꾸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평생 ‘책 쓰기’를 ‘삶 쓰기’라고 여겨왔으니, 제가 해왔던 책 쓰기를 바탕으로 도시민의 삶에 더 집중해보기로 했죠. 도시재생은 기존의 것을 허물어 버리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삶과 남은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철 지난 중고 필름 카메라를 다시 꺼내 드는 것처럼요. (웃음)
Q. 예술인과 은퇴세대의 자서전 만들기도 준비한다고 하셨는데요.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개인의 가치를 정리하고 재생한다는 측면에서 시작된 ‘자서전 만들기’의 모델링은 일차적으로 지역 예술인들을 통해서 진행해보고 싶었어요. 결과물의 형태도 다채로워질 것 같았거든요. 화가라면 자서전과 자화상을 엮어낼 수 있을 테고, 공연예술가라면 자서전과 모노드라마 같은 극 연출을 결합해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업 진행이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지역 예술가는 비용을 낼 여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민간 영역에서 사업아이템으로 진행하기에는 아직 더 고민이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공공기관의 지원사업을 통해 하나씩 샘플을 만들어가 보려고 해요. 은퇴세대의 경우, 지역 동호회를 조사해보니 수요가 있어서 조금은 더 수월할 듯해요.
Q. 특별히 신중년 은퇴세대에 관심을 두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신중년 당사자이기도 하고요. (웃음) 저를 비롯한 베이비붐 세대는 또 다른 두 세대의 사이에 있어요. 전쟁을 겪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우리의 ‘부모 세대’와 개성이 강하고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녀 세대’. 신중년이 이 두 세대의 가교가 될 수 있도록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나름 교육받은 세대고, 스스로 권리를 쟁취해 낸 세대고,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세대이기도 해요. 자신의 삶을 브랜딩하고, 역량을 발휘하는 신중년들이 각자가 사는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책 쓰기 강사로 양성하고 싶어요. 저의 최종 확장 모델이기도 하고요.
Q. 사업화 과정 중 <점프업 5060>을 통해서는 어떤 도움을 받으셨는지도 궁금하네요.
프로그램마다 각각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도움이 되었어요. 참신한 콘텐츠와 다채로운 접근 방식을 가진 청년 강사들의 강연을 통해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누는 일도 의미가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사업계획서 교육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강의를 듣는 순간에는 이론적으로만 받아들였는데, 지원사업 공모 등을 위해 실전에서 적어나가기 시작하면 배웠던 것들이 하나둘 기억이 나는 거예요. 강연마다 자료 공유도 해주시니까, 나중에 복기하면서 다시금 공부해 볼 수도 있었고요. 당시에는 하나하나 참여하기에 바빴는데, 교육과정을 모두 밟고 나서 되돌아보니 어떤 흐름으로 교육을 받아왔는지 그 커리큘럼이 모두 이해가 되더라고요.
Q. 끝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신중년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창업을 준비한다고요? <점프업 5060>에 지원하세요. (웃음)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면? 더더욱 <점프업 5060>에 지원하세요. 몰랐던 부분에 대해 교육을 받고, 알고 있던 점은 다시 점검해보고, 어려웠던 방향은 컨설팅을 받으면서 길을 찾아갈 수 있잖아요. ‘간절하면 보인다’고 하던데, 저는 당시 절실했기 때문에 <점프업 5060> 사업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세대가 자신이 누구인지 정리했으면 좋겠어요. 걸어온 길,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다시 2막을 준비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50플러스재단의 도움도 많이 받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