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덕분에 갖게 된 인생 2막의 새 직업
프랑스 북동부의 보주(Vosges)에는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농장이 있다. 2.5 헥타르 규모의 이 농장에는 붉은색, 분홍색, 오렌지색 꽃을 피운, 150그루도 넘는 장미 나무가 수평선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과일과 채소, 사프란도 보인다. 농장의 풀을 뜯고 비료로 쓸 분뇨를 제공하는 말 두 마리도 있다. 이 멋진 농장의 주인은 모녀 사이인 아니타와 단자이다.
열정이 불타오르는 일을 찾아서
아니타는 젊었을 때 사무실에서 일했다. 하지만 아무런 열정도 느끼지 못했다. “전 농촌에서 자랐고 비서로 일했지만, 꿈꾸던 일은 아니었어요. 60대 초반인 지금 다시 할 수 있는 직종도 아니고요. 전 부모들이 자식에게 뭘 공부하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지 않던 시대에 태어났어요.”라고 아니타가 말한다. 다행히 아니타는 인생 전반부에 다른 분야에서 만족을 찾았다. “아이들을 낳았을 때, 건강과 영양 분야에 강한 흥미를 느꼈어요. 늘 더 자연적인 식재료와 식품 그리고 의약품을 찾곤 했죠.”
자녀 교육에 더 헌신하기 위해 그녀는 산악 지대가 많은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보주(Vosges)의 작은 농장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야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심하던 아니타는 영양사가 될 작정으로 5년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그리고 약용 식물 등에 관해서도 공부했다. “전 오래전부터 이런 분야에 흥미를 느껴왔어요. 하지만 이러한 모든 지식을 직업으로 연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죠.” 하지만 늦은 나이에 경력도 없이 새로운 직업을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딸이 그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뜻밖의 제안
“엄마는 우리를 잘 키워 주셨고, 그래서 이제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할 권리가 있었어요.” 아니타의 딸 단자가 활기찬 목소리로 입을 연다. “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인테리어 디자인 학위를 받았어요. 하지만 전원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점점 강해질 뿐이었죠.” 단자는 고민 끝에 자연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재교육을 받기로 했다. 식물과 그 효능에 열정을 갖고 있던 그녀는 약용 식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 위해 허브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사실 엄마와 전 같은 시기에 같은 과제를 안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지금 사는 농촌 마을에서 함께 일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엄마한테 제안했죠. 집 주변 자연에서 꽃을 직접 길러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 팔아볼 계획이었어요.” 단자가 말한다. 그녀는 6년 전 엄마와 나눈 대화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대화로 인해 두 사람의 삶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니타는 딸의 제안에 마음이 끌렸다. “엄마한테 새로운 직업을 제안하는 딸이 얼마나 있겠어요?” 아니타가 감동받은 목소리로 말한다. 장미를 활용할 생각을 한 것은 딸 단자였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붉은 꽃잎’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우린 이곳에서 재배한 장미 꽃잎을 말려 만든 허브 차, 100% 자연산 장미 꽃잎 조각이 든 유기농 설탕, 작은 장미꽃이 든 딸기 잼, 장미를 넣은 구스베리 젤리, 구스베리와 장미로 만든 향신료 가루 같은 제품을 팔아요. 요즘은 백 가지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죠.”
그러나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가족과 일이 뒤섞이는 게 늘 좋을 수만은 없어요. 다투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알고 보면 대개는 힘들고 피곤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화난 상태를 절대 오래 끌고 가지는 않아요.” 아니타가 웃으며 말한다. 아니타에 의하면, 비결은 늘 겸손한 마음을 갖고,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며,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한다. “단자가 저보다 아는 게 훨씬 더 많아요. 우린 매일 서로에게서 조금씩 배우죠. 고객들이 장미 정원 앞에서 식사할 수 있게 탁자를 비치하고, 투어 방문객을 받으며, 농장 옆에 작은 오두막까지 빌릴 수 있었던 건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랍니다.”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과 연대감
아니타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넘어 두 사람 사이에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깊은 우정과 같은 여성이라는 강한 연대감이 생겨났다고 털어놓는다. “우린 전에는 꿈도 꾸어보지 못한 수많은 주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또한 제 딸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됐어요. 일도 잘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게 정말이지 감탄스럽습니다!”
이들은 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나중에는 당연히 회사의 모든 명의를 딸 아이 이름으로 해주려고 합니다. 전 60살이니 딸애보다 일찍 은퇴하지 않겠어요? 언젠가는 딸아이가 이 모든 일을 혼자서,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하게 될 거예요. 그 또한 아주 좋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출처 : 누 드(Nous De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