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로 떠나는 역사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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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우리나라 역사가 응축된 집약체이자 생생한 삶의 공간이다. TV는 물론 각종 SNS나 인터넷 개인방송에서도 관광, 축제, 특산물과 먹거리 등의 정보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강화군에서도 지역 경제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당일 코스, 1박 2일 코스 등 다양하고 풍부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이 개발된 관광지나 맛집, 특히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보고, 먹고, 즐기는 강화도는 차고 넘쳐도 ‘역사문화’ 탐방은 인기도 그렇지만 별로 찾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강화도 ‘역사문화’ 탐방을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강화도는 인구 약 7만에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석모도, 교동도 등 1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육지로부터는 강화대교, 초지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하여 과거 삼남 지방에서 거둬들인 세곡(세금)을 바닷길을 통해 서울로 운반하는 중요한 길목이었으며, 역사적 사건의 중심 무대로서 침략과 응전의 땅이었다. 구한말에는 일본 및 서구열강의 침입을 막는 최전방이었다.
흔히 ‘지붕 없는 역사관’으로 불리는 강화도는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마니산 강화 참성단에서부터 선사시대 유물, 크고 작은 사찰과 항몽 유적지 그리고 호란 이후 구축한 국방 관련 시설 등 근대 유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 모든 것을 하루 만에 둘러보기는 불가능하지만, 강화도의 지리적 위상과 역사적 의미를 담은 압축된 일일 답사코스를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1. 구한말 방어요충지 광성보
광성보는 나라를 지키는 중요한 성곽 요새다. 1658년 설치되었고 1871년 신미양요 때 통상을 요구하며 강화 해협을 거슬러 올라오는 미국 극동함대를 물리친 곳이다. 이 전투에서 조선군은 몇 명의 중상자를 제외하고 전원이 순국하였다. 당시 파괴된 문루와 돈대를 1976년에 복원하였으며, 전사한 무명용사들의 무덤과 어재연(魚在淵) 장군의 전적비 등이 있다. 강화도에는 5개의 진, 7개의 보와 53개의 돈대가 있다. 진(鎭)은 공격과 방어를 함께 하는 지형적으로 중요한 시설, 보(堡)는 공격보다 방어에 중점을 둔 시설을 말한다. 진과 보는 3~5개의 돈대를 담당하는데 돈대(墩臺)는 접경지역이나 해안지역의 감시 초소이며 안에는 포를 설치하였다.
2. 선사 시대 문화유산
강화를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인 고인돌은 약 160여기가 중북부 지역 고려산 능선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 현존하는 것은 청동기 시대의 탁자식 고인돌 형태가 대부분이다. ‘강화 부근리 지석묘’와 ‘강화 부근리 점골 고인돌’을 포함한 5개의 강화 고인돌 군은 고창, 화순의 고인돌 유적과 함께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3. 도심에서 만나는 문화유적
‘강화 원도심 스토리워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2021~2022년 한국 관광 100선’에 들어있다. 원도심에서는 ‘고려궁지’를 비롯해 철종 임금이 살았던 ‘용흥궁’, 폐직물 공장을 리모델링한 ‘소창체험관’, 근대식 방직공장이었던 ‘조양방직’, 동서양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등 감성 넘치는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4. 현대사 진행형, 통일을 기다리며
강화평화전망대는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육안으로 북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방 약 2.3㎞ 해안을 건너 예성강이 흐르고, 좌측으로는 황해도 연백평야, 우측으로는 개풍군이 자리를 잡아 북한 주민의 생활 모습과 선전용 위장마을, 개성 송수신 탑, 송악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5. 시간이 멈춘 교동도
평화의 섬이라 일컬어지는 교동도는 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으로 검문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북한과의 거리가 2.6km 정도에 불과하다. 주요 유적지로는 교동읍성, 교동향교(우리나라 향교 가운데 가장 먼저 창건된 곳), 연산군 유배지(중종반정으로 폐위되어 유배되었다가 죽은 터)가 있다. 대룡시장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머문 듯 영화 세트장 같은 60~70년대 거리와 추억의 전통시장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매스컴을 타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주목받았으나 서울 망리단길, 송리단길 등이 한때 반짝하고 점차 기억에서 멀어진 것처럼 낡고 퇴락해 이제는 찾는 이도 많지 않다.
수난과 저항의 역사를 웅변하는 강화도. 역사 현장에서 조그마한 교훈이라도 얻고자 한다면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역사문화 기행을 추천한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과 공사로 인해 휴관하는 곳(현재 강화평화전망대, 소창 체험관, 연산군 유배지)도 있으니 사전 정보를 알고 가는 것이 좋다.
강화행 교통편은 신촌, 영등포 등지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가 있고 강화도 터미널에서는 강화도 전역으로 가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운행 시간과 간격 등을 잘 살펴야 하는 관계로 당일 답사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승용차가 편리하다.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4기 정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