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가을비 내리는 길상사에서 만난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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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꽃무릇이라고 불리는 석산화는 얇은 연초록 꽃대 끝에서 붉은 꽃이 피고, 꽃이 진 뒤에 선 모양의 잎이 난다. 꽃은 잎을 만나지 못하고, 잎은 꽃을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으로 꽃잎 속내에 한이 담겨 있는 듯하다. 꽃은 유난히 짙은 붉은색으로 누군가를 향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길목에서 단풍보다 먼저 붉디붉은 고혹한 빨강을 자랑하듯 피어난다. 고창 선운사를 비롯하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 국내 사찰 주변에서 꽃무릇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요즘은 사찰뿐만 아니라 자연 휴양림, 공원 등 다양한 곳에서 선홍빛을 발하는 꽃무릇이 유혹하며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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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함이 느껴지는 붉은 꽃무릇 꽃

 

멀리 지방을 가지 않아도 서울 도심에서 꽃무릇을 볼 수 있는 사찰이 있어서 방문해 보았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성북 02번을 타고 길상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바로 앞에 일주문이 보인다. 뜨거웠던 여름과 안녕을 알리는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물방울이 맺힌 꽃잎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 자연이 주는 선물을 느껴본다.

 

길상사는 2010년 타계하신 법정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스님이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 곳이다. 대원각 소유주가 무소유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시주하여 사찰로 탈바꿈하게 되었다고 한다. 템플스테이, 미술대회,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도심 속 문화공간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던 곳이었다. 코로나19로 다양한 행사는 잠시 쉬어가는 중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주문 안에서 체온 체크, QR 체크인으로 코로나 방역지침도 지키며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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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과 꽃무릇

 

꽃무릇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사진으로 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길상사를 방문한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은 사찰 경내에서 마주한 풍경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일주문 기와를 배경으로 피어있는 꽃무릇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준다.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누군가에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힘겹게 땅을 뚫고 올라왔을 꽃을 생각하니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짧은 기간 피었다가 지는 꽃이지만, 꽃무릇은 화려함을 보여주고 사라진다. 사찰에서는 이 꽃의 뿌리에 있는 독성을 이용해서 불화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해 왔다.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꽃무릇이 유독 사찰 근처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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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각으로 향해 가는 길

 

길상사 극락전을 지나 법정스님의 진영(眞影)을 모시고, 스님의 저서 및 각종 유품을 전시한 진영각으로 향해 가는 길이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좋은 글귀를 읽으면서 잠시 마음의 쉼을 느끼며 걷는다. 마음을 비우고 걷는 시간 또한 치유가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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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과 사찰의 가을 산책길

 

절에 불공을 드리러 온 젊은 처자에게 마음을 뺏긴 스님의 상사병 이야기를 품고 있는 꽃무릇에 필자도 마음을 뺏기는 순간이다. 가을비 내리는 사찰의 운치와 빗물을 머금은 꽃무릇은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했다. 우산 속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진영각에 들어서니 법정스님이 기다리며 반겨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영각 한쪽에는 법정스님의 유골을 모셔 놓은 곳이 있다. 유골은 송광사 불일암과 길상사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가을의 문턱에서 짧은 기간 볼 수 있는 꽃무릇과 도심 속 사찰에서 잠시 쉼과 여유를 느껴보았다. 화려한 붉은 빛을 품은 꽃무릇을 보며 가을 산책길에서 사색에 잠겨보는 시간이었다. 꽃무릇이 지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가을 색으로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단풍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고즈넉한 정취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반겨주는 가을 여행지로 길상사를 추천한다.

 

 

50+시민기자단 김미선 기자 (yjwj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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