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문화읽기
[도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 <김광석과 철학하기> 김광식 저·김영사
“철학의 본래 자리는 삶”이라 강조하며 삶을 위한 일상 철학 강연을 펼치고 있는 서울대 김광식 교수의 신간이다. 서울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 KBS <TV 특강>, MBC라디오 <세상을 바꾸는 생각> 등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2016년, 김광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이 책은 김광석의 명곡과 우리네 인생철학을 함께 담아 옛 노래를 추억하고 삶의 행복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문화철학자’라 불리는 그는 자신과 이름도 비슷한 고 김광석을 ‘노래하는 철학자’라 표현한다. 김광석의 노래 속 철학적 화두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롤스까지 고대·근대·현대의 철학자 12명의 사유와 비교해 설명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할 만큼 애절한 사랑을 하이데거의 ‘죽음’에 대한 철학과 함께 이야기하고,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라는 문장을 남몰래 쓰는 슬픔을 ‘혁명’의 철학자 마르크스와 연결 짓는다.
저자는 서두에 “몸의 아픔을 고치지 못하는 의술은 소용이 없듯이,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는 철학은 아무 소용없다”는 에피쿠로스의 명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용기를 주는 따뜻한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김광석의 말을 근거로 들며 <김광석과 철학하기>를 통해 노래와 철학으로 아픔을 치유하고자 한다고 썼다. 그는 “왜 김광석이냐?”는 물음에 “슬프니까”라고 답한다. 슬퍼서 오히려 마음속 슬픔이 차분히 가라앉는다는 것. 곧 슬픔이 슬픔을 치유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이듦 수업> 고미숙 외 5명 저·서해문집
고전인문학자 고미숙,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 심리학자 김태형, 물리학자 장회익,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단장 남경아, 사회복지사 유경 등이 ‘나이듦’에 대한 주제로 풀어낸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노인 문제’가 아닌 ‘노인 존재’에 대해 집중한다.
<나는 별일 없이 늙고 싶다> 다비드 구트만 저·청아출판사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되새기는 심리치료기법인 로고테라피(logotherapie)를 바탕으로 노년을 행복하게 살아갈 내면의 힘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중년 이후의 독자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지적 흥미를 돋우고 실용적 지침을 깨우치게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잡화점> 쿠리모토 히토시 저 ·페이퍼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한국과는 지구 반 바퀴가 차이 나지만 뜻밖에 비슷한 점이 많은 곳이다. 인간미가 넘치고, 밤 문화가 발달한 이곳의 형형색색 잡화점들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아울러 패션, 레스토랑, 카페, 음악, 문화 등도 엿볼 수 있다.
200만 여성들의 편지 속에서 찾아낸 인생의 기술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 박금선 저·갤리온
22년간 MBC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를 이끌어온 방송 작가 박금선의 첫 번째 에세이다. 200만 통에 이르는 청취자의 사연 가운데 일, 사랑, 결혼, 육아 문제로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인생의 교훈 50가지를 추려냈다. 그녀 역시 30년간 엄마로, 아내로, 직장인으로 살며 깨달은 점들을 딸에게 들려주듯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담았다.
[Interview]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저자 박금선 작가
책을 펴낸 계기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쓰게 되었는데, 제안을 받고 후배들이 어쩌다 물어오는 몇 가지 질문들을 글로 담아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터에서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도 싶었고요.
‘다시 서른 살로 돌아간다면 바로잡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는데,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타임머신을 탄다면, 기왕이면 고등학생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틀에 맞춰만 살았는데, 좀 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고 싶으니까요. 서른 살로 돌아간다면, ‘조바심’과 ‘후회’, ‘실망’을 조금만 하고 싶습니다. 좋은 엄마일 수 있을까, 좋은 아내일 수 있을까, 이대로 밥벌이는 계속할 수 있을까, 다른 일을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왜 이리 못났을까, 나는 왜 능력을 키워놓지 않았을까, 그런 조바심과 후회, 실망을 내려놓고, 좀 더 즐겁게 살아볼 것을 말이죠. 후회하고 실망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아요.
중년 이후 여자로서 ‘나’를 느끼게 하는 것은?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 자신을 찾아 헤매며 평생을 산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일도 하고, 여행도 하고, 책도 읽고, 문화센터에 가서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것 아닐까요? 저 역시도 저를 찾고 있습니다. 오늘도 자아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당신과 제가 우연히 만나거든, 자아를 찾는 동지끼리 하이파이브나 한번 할까요? 내 안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내가 있음을 믿기에, 일터와 가정에서, 거리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은 계속 될 것이며,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딸과 또래의 독자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한 가지를 각각 꼽는다면?
제 딸에게는 ‘마음 튼튼’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또래의 독자들에게는 부탁할 게 없어요.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고수는 재야에 있다”는 것을 <여성시대>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철학자, 진정한 작가, 진정한 봉사자 등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분은, 분명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 계실 테니까요.
<여성시대>는 어떤 존재인지
‘커다란 학교’같은 존재이자 ‘세상을 향한 창’입니다. 배우고 익히고 생각하게 하고 뛰어놀게 하지요. 또 그 어느 뉴스 프로그램보다 더 생생하게 현실을 알 수 있는 시간이라 세상을 알게 하는 창이지요. 또한 다른 직장인들처럼 ‘밥벌이의 고단함을 실감하는 일터’이기도 합니다.
20여 년간 받은 편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
기억에 남는 사연은 많지만, 몇 가지를 들기가 어렵네요. 경중을 따지기가 어렵고, 매일 비워내는 것도 저희의 일이라서요. 최근에는 취업준비생인 20대의 젊은 친구들이 부모님께 죄송해하고 좌절하는 편지가 많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또 자영업 하는 분들이 힘들어하는 사연도 요 몇 년 사이 많이 오는 사연이라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여성시대>청취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아마 독자들도 경험하셨겠지만, 저 역시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소위 세계명작들을 나이 들어 다시 읽으면서, ‘세상에! 그게 이런 내용이었어? 이런 의미였어?’ 하고 놀라곤 합니다. 작년에는 헤르만 헤세를 다시 읽었는데,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독자와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으로 딱 한 권을 들라면,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이 어떨까요? 읽을 때마다 새롭고도 경이롭습니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