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이 드디어 2월 4일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본격 실시되었습니다. 이 우리나라도 합법적으로 임종에 직면한 말기 환자가 4가지 치료, 즉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를 거부할 있게 됐습니다. 비록 외국처럼 안락사는 아니지만 품위 있는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저도 조만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제출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연명 치료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확률로 며칠 혹은 잘해야 살기 위해 온몸에 덕지덕지 도관을 꽂은 기계로 호흡하고 피를 거르며 만신창이가 상태에서 항암제 부작용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죽음의 자기결정권이란 측면에서 우리는 아직도 매우 보수적입니다. 이미 2002 네덜란드를 비롯해 스위스, 벨기에, 미국의 뉴욕과 캘리포니아 7 ,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는 안락사까지 합법화했습니다. 단순한 치료 중단이 아니 적극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삶을 독물 등을 통해 마감할 있도록 허용한 입니다. 독일과 영국은 말기 환자뿐 아니라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에 대해서도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안락사는 아니지만 말기 환자가 고통을 잊도록 수면유도제를 이용해 잠을 재울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모두 불법입니다. 연명치료를 중단할 있지만 아무리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해도 심장이 멎을 까지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합니다. 저는 죽음의 자기결정권 존중이 거스를 없는 세계적 추세임을 감안할 우리 종교계도 열린 마음으로 문제에 다가가주길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죽음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때라고 생각합니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얼마 비온뒤 스튜디오에서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님과 인터뷰를 적이 있습니다. 연명치료 중단의 학문적 기틀을 마련한 분입니다. 인터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말기 환자들이 원하는 여생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그의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요란한 버킷리스트를 연상했습니다. 그동안 못해본 해외여행이나 공연 감상, 음식점 탐방 등등.

그러나 수천 명의 말기 환자의 마지막을 지켜본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일상의 경험을 원했다는 것입니다. 주부라면 집에 돌아가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을 만들어 먹여주고 싶어 했고 학생은 학교로 돌아가 친구들과 공부하며 놀고 싶어 했습니다. 교사 준비생은 임용고시를 보고 시간이라도 학생들과 수업을 해보고 싶어 했습니다. 임종 직전까지 병실에서 녹음기에 입을 갖다 대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딸이 아빠가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올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가 그리울 것이라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당부합니다. 품위 있는 죽음을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버킷리스트를 바로 지금 실천하십시오. 죽음은 의외로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과 기아, 전염병과 추위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암을 비롯한 질병으로 숨집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불치병에 걸리면 그때 가서 인생을 정리하면 된다고 믿는 것입니다. 가령 말기 진단을 받으면 그때 가서 버킷리스트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생을 마감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말기 암의 고통을 모르는 비현실적 생각입니다. 말기 진단을 받으면 극심한 고통은 물론 기력의 쇠락으로 걷거나 대소변 가리는 등의 일상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때가 되면 하고 싶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훨씬 일찍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엔 하나의 중요한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급증하는 심장병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심장병이 2년 전부터 뇌졸중을 누르고 사망 원인 2위까지 올라왔습니다. 해마다 3만여 명이 심장병으로 숨지고 있습니다. 심장병의 가장 문제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을 정리할 여유를 조금도 주지 않습니다.

얼마 지인 분은 페이스북에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 사진을 올리고 먹고 싶다는 내용을 포스팅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함께 먹으러 가자고 제안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남편이 심장병으로 숨졌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황망한지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암은 개월이라도 죽음을 준비할 최소한의 여유를 줍니다. 그러나 심장병은 대단히 잔인합니다. 얼마 전까지 바로 앞에서 웃고 이야기를 나누던 분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집니다. 용케 살아나도 반신불수나 사지마비 몸을 움직이지 못한 년이고 통나무처럼 자리에 누워 있어야 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오면 우리가 여생을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죽음에 대비해야 합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거나 해야 일이 있다면 건강할 미리 하시라는 뜻입니다.

연명치료 중단이나 안락사 등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각자 평소 철학대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하시려면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마십시오.

당신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입니까?

 

 홍혜걸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