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것인가 PART6]

 

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 상위 1%를 위한 프라이빗 시니어타운의 신세계를 열다

입주 100%, 만족도 200%, 삶의 여유 300%

 

 

투박하지만 솔직한 화법. 박동현(朴東炫·60) ‘더 클래식 500’ 대표의 말투가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순박한 인상 속에는 맡은 지 2년여 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수완 좋은 경영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신라호텔, 조선호텔 등을 거치며 호텔업계의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만년을 맞이하여 시니어타운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몸담은 박 대표는 최근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한 그의 행보에는 시니어 주거공간의 필요성과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꿈꾸는 의지마저 담겨 있었다.

 

 

 ▲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

 

 

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는 “시니어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시니어 사업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 어울릴 법한 야심이라면 야심이다. 하지만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도심형 시니어타운 더 클래식 500의 성공적인 런칭과 운영을 보면 그의 말이 단순한 홍보용 문구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즐겁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시니어타운의 적절한 입소 시기를 물었다. 나이가 많아 건강이 나빠진 후에 들어가려면 건강 문제로 입주가 허락되지 않아 요양원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한데 골프연습장, 당구장, 헬스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즐기고 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이라는 신세계

 

1990년대 시니어타운 초창기에는 전원 속 '나홀로 단지'의 성격이 강했지만 요즘은 도심형이 대세다. 도심형의 특징은 1차원적 주거공간이 아닌 호텔, 종합병원, 백화점 등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복합형’이다. 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도심형 노인주거복지시설인 더 클래식 500은 실버타운이 아닌 ‘시니어타운’으로 명칭지어져 있다. 실버라는 말보다는 시니어라는 말이 더 듣기가 좋더라는 박 대표의 생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실버타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산골짜기로 들어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실버타운으로 각광받는 게 도시형입니다. 처음에 실버타운 개념이 나왔을 때 삼성도 뛰어들었었는데 결과적으론 실패했습니다. 아는 것, 깨닫는 것,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하죠. 아는 것만으로 실행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단순히 ‘자연 속에서 깨끗한 공기와 함께 지낸다’는 게 시니어타운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신이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 입장에서, 사회로부터 은둔된 실버타운으로 가면 고립된 느낌을 받게 되고 생활 면에서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박 대표는 과거 실버타운들의 실패 사례를 토대로 더 클래식 500을 ‘액티브 시니어들이 사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콘셉트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광진구에 위치함으로써 가지게 된 교통, 쇼핑, 문화시설 등 주변의 인프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도시 생활과의 연계점들을 마련하여 사회와 동떨어진 느낌을 받지 않도록 고려했다. “외국은 시니어타운이 대학교 주변에 많아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게 시니어들의 멘탈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합니다. 우리도 그런 시도를 해서 다행스럽게 성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봐요.”

 

 

그 무엇보다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더 클래식 500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하우스키핑, 컨시어지 서비스와 같은 생활 지원 서비스,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한 체계적인 의료 지원 서비스, 문화 및 여가 생활을 위한 커뮤니티 여가 지원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주거 단지 내 시니어들을 위한 모든 생활 편의 환경이 갖춰져 있으며 일주일에 두 번씩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의 서비스가 이뤄져서 여성층의 만족도가 높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시니어는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된 전문 메디컬 서비스를 받으며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어려움이 없게끔 했다. 또한 29개의 동호회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서로 소통하며 배움의 열의를 갖게끔 설정했다. “그런 것들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여타 실버타운과 다를 게 없죠.”라는 박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90세가 넘으셨는데도 건강한 분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우리 직원들의 친절성과 정직도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저희는 핵심가치가 네 가지인데 합쳐서 ‘HEAD’라고 불러요. Honesty(정직), Excellence(탁월함), Accuracy(정확), Differences(차이)가 그것입니다. 병원도 호텔도 우리보다 나은 데들이 있는데 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2009년 6월 개관한 더 클래식 500은 '프라이빗 시니어 소사이어티(Private Senior Society)' 콘셉트의 시니어 레

 지던스다. 호텔식 주거공간, 메디컬서비스, 컬처&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있다. 반경 500m 내에 건국대학병원, 스타

 시티 쇼핑몰, 롯데백화점, 이마트, 영화관 등 편의시설 및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시니어 사업, 연륜의 힘이 필요하다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등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호텔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박동현 대표는 시니어 사업의 CEO로 일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깨닫는 점이 많았다고 말한다. “제가 올해로 60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옛날에 불효했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시니어 사업의 CEO는 인생을 경험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남자가 출산의 고통을 안다고 말해도 실은 몰라요. 여자가 아니고 겪어보질 못했으니까. 마찬가지로 연세 드신 분들과 함께하려면 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젊은 경영자라면 해결하기 어려운 게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의 운영에 있어 보다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설립된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는 약 50여 회원 기관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상호간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 클래식 500 취임 후 2년 여만에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 것이야말로 그가 회장으로 뽑힌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 사회는 완전한 고령화 추세입니다. 우리 협회가 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인식을 바꾸고 사회 제도를 바꾸는 일 말이죠. 최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중인데 현실을 너무 몰라요. 정책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어요. 안타깝습니다.”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노인복지법에 노인 주거복지시설이 주거복지시설과 복지주택의 두 종류로 나뉘어 있다. 그렇게 분류되어 있는 이유는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복지시설은 요양보호사 등의 필요 법적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시설은 그런 필요 법적인원을 요구하는 반면 복지주택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거복지시설로 신청하여 사업을 시작했다가 주택복지로 바꿔서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사실상 둘은 같은 것인데, 법제가 이원화되어 불필요한 행정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책에 답답함 느껴

 

박 대표는 요우커(遊客) 유입에 따른 대기업들의 호텔 건축도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 호텔은 포화 상태예요. 재앙이 될 겁니다.” 흔히 관광업에서는 요우커의 증가 추세를 객실 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그러나 그것만 따지는 건 잘못된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요우커들은 하이 클래스에는 안 들어가요. 십만 원 안쪽 비즈니스 호텔에 주로 들어가죠. 그리고 그들은 일단 도착한 다음에는 쇼핑하느라 바빠요.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호텔 점유율이 80% 이상이었으나 요즘은 50% 안팎밖에 안 됩니다. 많아야 60% 내외예요. 그런데 또 짓는다고 하니….”

 

박 대표는 직접 통계를 보이며 설명을 이었다. 2014년에 내한한 요우커는 약 613만 명이고 2015년에는 598만 명으로 20여만 명가량이 줄었다. 그런데 서울만 봤을 때 2012년도의 호텔 수는 151개에 객실 수가 2만 5710개였는데 2015년에는 295개 호텔에 4만 2444개의 객실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군다나 이 통계에는 일반 숙박업인 모텔이나 여관, 게스트하우스 등의 시설들은 빠져 있다. 소비 대비 공급 과잉의 이러한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호텔을 이용하는 수치는 올라갈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 위기감 느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시의 사업 수행 계획을 보면 호텔 184개를 추가함으로써 객실 수는 2만 8926개가 늘어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대로 하면 2019년에 서울에는 479개 호텔에 7만 1370개의 객실이 생기게 된다. 가히 ‘호텔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될 막대한 숫자다. “그러다 보니 가격 인하 정책을 남발하게 되고, 당일 ‘땡처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되는 거죠.”

 

지나친 호텔 포화 상태에 대한 대안으로 박 대표는 호텔 건축에 있어 객실을 150실 정도로 줄이고 시니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 자체로 사회적 기여도 되고 새로운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정치인들은 싸우고만 있어서…. 사람이 없으면 소비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고령화 문제는 국가 존립의 문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모두가 다 연결되는 문제인데, 답답합니다.”

 

박 대표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으로서 3년 임기동안 반드시 하고 싶은 4가지 일을 강조했다.

 

“첫째, 시니어 세대가 검증된 노인 주거복지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둘째, 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비효율적, 비현실적인 규제를 발굴하여 개선하겠습니다. 셋째, 한국의 첨단 IT기술과 접목한 노인 주거관리시스템 및 고령친화 IOT 개발에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넷째, 국내 노인 주거복지시설들의 해외 시장 교류 확대와 발전을 위해 주력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시니어 세대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해 전문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하고자 주력하겠다고 한다. 또한 입주 100%·만족도 200%·재입주 94%를 달성한 더 클래식 500 시니어 타운에서 쌓아온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시니어 라이프 트렌드’를 리드하는 삶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라이프 케어를 넘어 체계적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로

 

이처럼 고령화사회로 인한 문제 발생, 그리고 수요 발생에 대비하여 더 클래식 500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저희 나름대로의 비즈니스 벨트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수평적으로는 부산, 인천, 대구, 울산, 대전 등등 일곱 군데 정도에 수평적 벨트를 구축하는 겁니다. 수직적으로는 여기 계신 분들이 몸이 더 안 좋아지시면 갈 수 있는 다음 장소를 마련하여 그야말로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노년의 삶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인식의 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시니어타운 사업을 하면서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서비스는 항상 어제보다 나아지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항상 계속적으로 나아지는 서비스를 위해 아이디어 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요.”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