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문화읽기

 

[영화]

 

 

 

겨울의 끝에서 피어난 따뜻한 가족의 사랑 <철원기행 (End of Winter)>

 


철원공고 교사로 일한 아버지의 정년퇴임식에 아내와 두 아들, 며느리가 철원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았다. 허무하게 지나간 퇴임식을 마치고, 온 가족이 중국집에 모여 식사를 하던 중 아버지는 갑작스레 이혼을 선언한다. 가족들은 철원을 떠나려 하지만, 때마침 내린 폭설로 인해 버스 운행이 중단돼 꼼짝할 수 없게 된다. 철원에서 2박 3일을 보내며 가족 간 쌓인 오해를 풀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훈훈하게 그렸다.


개봉 4월 21일 장르 가족, 드라마 감독 김대환 출연 문창길, 이영란, 김민혁, 이상희, 허재원 등

 

 

 

 

아픈 영혼을 위로하는 피아노 선율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이름을 알린 배우 에단 호크(Ethan Hawke)가 감독으로 나선 영화다.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은 그이지만, 실제로는 무대 공포증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우연히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Seymour Bernstein)을 만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친구가 된다. 감독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삶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담아냈다. ‘제3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64회 멜버른국제영화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등에 초청작으로 선보였다.


개봉 4월 7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에단 호크 출연 세이모어 번스타인

 

 

 

 

‘조선의 마음’을 부르고 싶었던 한 여인 <해어화(解語花)>

 


1940년대 경성. 가수를 꿈꿨던 한 기생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목의 ‘해어화(解語花)’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이자 예인을 일컫는다. 정가(正歌)의 명인이 되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노래해 온 한 여인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를 만나며 대중가수를 꿈꾸게 된다. 순진하던 그녀는 그가 작곡한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얻기 위해 점점 도발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1940년대 음악과 어우러져 듣는 즐거움을 더한다.


개봉 4월 7일 장르 드라마 감독 박흥식 출연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박성웅, 장영남, 이한위 등

 

 

 

 


 

 

 

 

<와일드(Wild)>


인생을 포기할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코스를 걸으며 지난날의 후회와 현재의 소중함,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실제 도보여행 코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야생의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담아 눈을 즐겁게 한다.


개봉 2015년 1월 장르 드라마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토마스 새도스키, 가비 호프만, 미치엘 휘즈먼 등

 

 

 

[Review]

4285km를 걸으며 깨달은 진정한 인생의 의미 <와일드>

 

 

셰릴 스트레이드의 자서전 <와일드(2012)>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26세, 인생의 모든 것을 잃은 셰릴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4285km의 도보여행 코스로 평균 152일이 걸린다. 일명 ‘악마의 코스’라고도 불림) 코스를 걸으며 지난날의 아픔을 치유하고 삶의 희망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우연히 비행기에서 이 책을 읽고 감동한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은 저자를 찾아가 직접 영화 판권을 따내며 제작과 주인공을 맡게 됐다.


걸으면서 비워내는 배낭과 가벼워지는 마음
처음 도보여행을 결심한 주인공은 어깨에 메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무거운 배낭을 싼다. 그 무게와 부피가 엄청나 ‘몬스터’라고도 불린 그녀의 배낭은 길을 걸으며 점점 가벼워진다. 톱이나 카메라 조명 등 쓰지도 않았던 물건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너무 많이 가져온 반창고도 몇 개만 남겨두기로 한다. 그렇게 그녀는 배낭의 짐을 덜어내며 마음의 짐까지 털어낸다.

 

지난날의 고통을 비워낼수록 채워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다. 그녀가 먼 여정을 떠나게 된 이유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딸로 다시 태어나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 살았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일출과 일몰은 매일 있으니 네가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어. 너도 아름다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어”라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인생의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먼저 지나간 여행자들이 코스 중간마다 방명록에 적어둔 글귀는 외롭고 고단한 그녀의 여정에 큰 힘이 된다. ‘몸이 그댈 거부하면 몸을 초월하라’, ‘나는 발걸음이 느립니다. 그렇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습니다’,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으로 무엇을 할 작정인가요?’ 등의 글을 읽으며 그녀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놓는다. 방명록에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는 글도 있지만 그녀는 여행하는 내내 “언제든 포기해도 된다”며 자신을 위로한다. 오히려 그런 마음가짐이 그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든다.
 

“흘러가게 둔 인생은 얼마나 야성적이었던가!”


<와일드>라는 제목은 주인공이 극복해야만 하는 현실이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의식 없이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한 후회를 뜻하기도 한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목표한 지점에 도착해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도 모두의 인생처럼 신비롭고 돌이킬 수 없는 고귀한 존재다. 진정으로 가깝고, 진정 현재에 머물며, 진정으로 내 것인 인생. 그동안 흘러가게 둔 인생은 얼마나 야성적이었던가!” 셰릴은 이러한 깨달음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고 새로운 인생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