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문화읽기
[영화]
‘손녀 바보’ 할머니와 수상한 손녀의 예측불허 동거 <계춘할망>
제주를 배경으로 해녀 할머니 계춘과 손녀 혜지의 특별한 동거를 그렸다. 할머니와 손녀라는 신선한 인물 구도로 페이스북 ‘무비패밀리’ 페이지의 네티즌이 뽑은 ‘2016년 상반기 가장 기대되는 만남’ 투표에서 1위(윤여정·김고은 커플 55.9%)에 등극하기도 했다. 다른 후보들(임수정·조정석, 한효주·유연석 등)은 남녀 커플이라는 점에서 두 여배우의 만남이 기대를 모은다. 제작 초반 단계에서 중국 리메이크 판권이 사전 판매됐다.
개봉 5월 19일 장르 드라마 감독 창감독 출연 윤여정, 김고은, 김희원, 신은정, 양익준, 최민호 등
신뢰가 무너진 노부부의 갈등과 사랑 <45년 후(45 Years)>
결혼 45주년 파티를 준비하던 부부에게 남편의 첫사랑 시신이 발견됐다는 편지가 배달되면서 생기는 갈등을 담았다. 첫사랑 이야기에 예민해진 아내 케이트 역의 샬롯 램플링과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제프 역을 맡은 톰 커트니는 제65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노부부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더불어 1950~1960년대 추억의 팝송들을 담아 중·장년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개봉 5월 5일 장르 드라마, 로맨스 감독 앤드류 헤이 출연 샬롯 램플링, 톰 커트니, 제라르딘 제임스, 돌리 웰스 등
청년 비틀스의 재기발랄한 하루 <하드 데이즈 나이트(A Hard Day’s Night)>
1960년대 인기 밴드 비틀스를 주인공으로 한 최초의 영화로, 1964년 영국 개봉 이후 국내에서는 첫 개봉이다. 리처드 레스터 감독의 승인을 받아 디지털 해상도를 복원하고, 사운드 트랙도 리믹스 및 리마스터링했다. 어설프지만 자유분방했던 비틀스의 초창기를 담아, 당시 풋풋했던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틀스의 명곡도 함께 감상할 기회다.
개봉 5월 5일 장르 코미디, 뮤지컬 감독 리처드 레스터 출연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존 전킨 등
<동경가족(東京家族)>
자식만 생각하는 부모와 자신만 생각하는 자녀들의 모습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속 핵가족화된 일본 사회의 한 평범한 가정은 우리네 가족의 거울과도 같다.
개봉 2014년 7월 장르 가족, 드라마 감독 야마다 요지 출연 하시즈메 이사오, 요시유키 카즈코, 츠마부기 사토시, 아오이 유우 등
[Review]
시골 노부부의 생애 마지막 도쿄 나들이 <동경가족>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가족제도의 모습을 담아냈던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감독의 <동경 이야기(1953)>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감독 야마다 요지(山田洋次)는 자신의 영화 인생 50주년을 기념해 <동경가족>을 제작했다.
노부부가 느끼는 소외감, 외면하는 자식들
작은 섬에 살던 한 노부부가 도쿄(東京)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세 자녀를 보기 위해 상경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식과 손주를 볼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큰아들네 집에 온 부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들이 불편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도쿄 구경을 시켜준다던 의사 큰아들은 환자 때문에 약속을 미루고 손주들도 영 데면데면하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둘째 딸은 바쁘다는 핑계로 남편에게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 달라 부탁하지만, 사위 역시 어렵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내색을 보인다. 결국 막내아들과 도쿄 나들이를 떠나지만 이렇다 할 직장도 없이 살고 있는 막내 걱정에 마음이 불편한 노부부다. 둘째 딸은 “부모님을 호텔에 모시면 생각보다 돈도 얼마 들지 않고 부모님도 즐거워하실 거다”라고 말한다. 결국 도쿄의 한 호텔에서 2박 3일을 머무르게 된 노부부. 아들·딸의 기대처럼 즐거운 모습은 아니다. 1박 2일 만에 호텔을 나와 다시 딸의 집으로 향하는데, 그런 노부부에게 딸은 “집에 손님이 와서 오늘 밤은 재워드릴 수 없다”며 돌아선다. 결국 다시 섬에 돌아가고자 마음먹은 부부는 도쿄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기 위해 각자 잘 곳을 찾아 떠난다.
돌아보는 자식들, 홀로 남은 남편
남편은 친구 집에서, 아내는 막내아들 집에서 하루를 신세 지기로 한다. 하지만 며느리 눈치가 보여 재워줄 수 없다는 친구의 말에 갈 곳을 잃은 남편은 그동안 끊었던 술까지 마시며 한탄한다. 매정한 자녀들을 이해하면서도 못내 서운하다. 막내아들에게로 간 아내는 앞치마를 입고 빨래와 청소를 시작한다. 오매불망 막내 걱정에 노심초사하던 그녀에게 아들은 결혼할 여자를 소개한다. 철부지 아들을 이해하는 여자 친구를 보고, 남편과 만난 아내는 “이제 막내아들은 안심”이라며 미소 짓는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계단에서 쓰러진 아내는 의식을 잃고 만다. 위독한 상태임에도 자식들은 “당장 어떻게 되겠어?”라며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결국 어머니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뜨고 만다. 세 자녀는 눈물을 쏟고 통곡하지만, 이내 침착한 마음으로 장례를 치른다. 장례를 치르면서도 유품을 가지고 티격태격하는가 하면 홀로 남은 아버지의 거처를 두고도 입씨름을 한다. 이에 아버지는 “섬에는 친척도 있고 이웃도 있으니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될 거다. 자식들 신세 안 진다”라며 자식들을 돌려보내고 아내 없이 섬 생활을 시작한다. 이는 도쿄의 자식뿐만 아니라 서울의 자식들, 일본의 부모뿐만 아닌 한국의 노부부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본다면, 자식 세대와 손주 세대는 철없던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고, 부모 세대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찬찬히 내다보게 될 것이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