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의 로망 “나도 연주 한번 해볼까?”

 

중·장년층 대상 음악교실 인기…우쿨렐레·오카리나 등 수업도 다양

 

 

▲우리마포복지관 기타 중급반 수업 모습. 악기를 다루는 회원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한국 사람들은 중산층이라 하면 보통 30평대 아파트나 중형차를 떠올린다. 물질적인 것으로 기준을 삼는다. 같은 질문을 유럽인들에게 한다면 어떨까? 그들은 외국어 하나 또는 악기 하나쯤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중산층이라 한다. 맹목적으로 그들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자세는 배워야 할 것이 아닐까.혹시 어린 시절 소망했던 악기가 있었다면, 이제라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음악을 배운다는 것 혹은 악기를 익히는 것을 막연히 생각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게 여겨질 지 모른다. 하지만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우 쉽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찾아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니어를 위한 음악교실은 각 지역의 복지관이나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악기 하나쯤 다루고픈 시니어들이 늘면서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크고 작은 학원이나 마을 동아리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하는 악기도 다양해져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기타나 색소폰 수업이 가장 활발하지만, 최근에는 우쿨렐레, 오카리나와 같은 다소 생소한 악기의 수업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마포복지관의 김원이 팀장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시니어들의 욕구가 높은 편이라고 이야기한다.

 

“마포구뿐만 아니라 다른 구에서 일부러 특정 악기나 강사의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반장님과 강사님이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배려에 신경쓰는 편이고요. 이런 수업이 시니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다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니까요.”

 

보통 초급반으로 시작해 중급반을 거쳐 동아리로 정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꾸준하게 수업을 병행하면서, 동아리 형태로 친목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개관 때부터 다닌 회원들도 적지 않다. 또 연습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1층 광장에서 매달 연주회도 갖는다.

 

이곳에서 만난 기타 중급반 반장 김호영(72)씨는 음악이 주는 활력소는 기대 이상이라고 이야기했다.

 

“교직생활을 마치기 직전 심장마비 때문에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체력이 떨어졌었는데, 회복하는 데 음악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치매센터나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연주 봉사활동을 통해 또 다른 보람을 찾게되기도 했고요. 주저하지 말고 일단 나오시길 권합니다.”

 

5만원 내외의 저렴한 수강료가 복지관의 매력 중 하나라면, 동네 학원의 매력은 전문성과 시설에 있다. 시니어 음악교실이 활성화된 학원 중 하나인 남주희음악연구소의 이승준 차장은 교육기관을 선정할 때 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건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규모 있는 학원의 장점은 다양한 악기들을 확보해 놓고 있다는 점과 방음실을 맘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악기가 아닌 실제 드럼이나 피아노를 갖춘 곳은 많지 않거든요. 수업이 없는 음악실에서 편안하게 연습할 수 있는 것도 회원들이 선호하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 소그룹으로 운영돼 보다 전문적으로 강습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죠.”

 

 

▲색소폰은 시니어들이 배우고 싶은 악기로, 학원에서도 수강신청이 많은 편이다. 

 

 

이런 대형 학원의 수강료는 월 12만~15만원선. 특징 중 하나는 노래방처럼 여러 개의 작은 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밖에서 불러도 잘 들리지 않는 구조. 때문에 얼마 전 안산의 한 학원에서 난 화재는 19분만에 9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화재시설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학원에서 만난 9개월차 수강생 한상기(76)씨는 “나이가 많아지면 대화해 주는 사람이 없어 쉽게 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혼자 노래를 듣는 것보다 직접 연주하고 부르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작지 않죠. 취미를 위해선 경제적 여건 등이 받쳐주어야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배워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