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커뮤니티 앱이 있다.익명으로 직장생활의 애환을 공유하는 곳이다.사내 게시판이나 인트라넷을 통해서는 올리기 힘든 글을 이 앱에망설임없이 올리는 것이다.심지어 폭로성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이 앱을 활용하는 사람은 기성세대보다는 젊은 세대가 많다.조직에서는 대부분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젊은 세대가익명성을 무기로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 앱을 통해서 조직이 처한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 갈등의 다양한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적잖은 조직이 세대 간 갈등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세대 간이해가부족하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할 때세대 간 공감과 소통의 문이열리는 것이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갈등유형을 상황과 함께 정리해본다.다른 특성을 가진 세대 간의 입장을 읽어보자.

 

 

상황1.[의무감 vs. 특권의식]“왜 청소를 제가 해야 하죠?”

최근 입사한 최 사원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하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화장실 청소를 맡게 되어 불만이다.김 차장은 으레 청소는 막내가 해오던 전통이라 맡긴 건데 투덜대는 최 사원이 이해가 안 된다. 최 사원을 설득해서넘어가기는 했지만,상황을 이 팀장에게 살짝 귀띔해줬다.이 팀장은김 차장의 말에 공감한다. “그러게 우리 때는 당연히 허드렛일은 우리 몫이라고 생각했잖아?시키면 군소리 안하고 했는데 말이야.” 기성세대는 신입사원 때청소같은 허드렛일을 맡게 되면 의무감으로 받아들였다.하지만특권의식이 있는 젊은 세대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허드렛일부터차근차근일을배워야한다고생각하는기성세대와는입장이사뭇다르다.

 

상황2. [서열주의vs. 평등주의]“식사 순서를 꼭 지켜야 하나요?”

팀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퓨전음식점을 회식 장소로 정했다. 주문한 메뉴들이 하나둘 테이블에 놓였다. 이 사원은 가장 먼저 포크를 들고 음식들을 차례로맛본다. 성격 좋은 박 차장은 이 사원이 먼저 식사하는 모습이 내심 불편하다. 괜스레 싫은 소리해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얘길 하지는 않는다. 식사 때 예의를 지키지 않는 후배직원들을 보는 기성세대 선배 직원의 마음은 왠지 낯설다. 서열주의 문화에 익숙한 대부분 기성세대에게는 예의라는 마음의 잣대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후배 직원이라도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좋은 평판을 얻기 쉽지 않다. “일은 잘하는데 싹수가 없군.”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기 일쑤다. 평등주의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될 수 있다.

 

상황3.[주인의식 vs. 협력의식]“왜 대충해오지?”

김 차장은 이 주임이 매번 작업해오는 아웃풋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이 주임이 깔끔하게 스스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니 갈수록 피드백을 하는 횟수도 잦아진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주임이 해야 할 업무도 김 차장이처리하는 경우까지생긴다.하지만 이 주임의 입장은 좀 다르다.아무리 노력해도 정해진 시간 내에 아웃풋의 품질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처음부터 김 차장이 업무지시를 정확하게 해주고 중간중간 업무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이다.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일처럼 하기를 바란다.하지만젊은 세대는 선배 직원이 협력의식을 발휘하여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황4. [행동 vs. 설명]“비합리적인 지시도 따라야 하나요?

금요일 오전 11시 영업팀조 팀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장에게 보고할 영업실적 내용을 수정하라는 지시였다.팀원들의 주말 계획을 대충 알고있던 터라 어떻게 얘길 꺼내야 할지 고민이다.팀 회의를 소집하여 윗선에서지시한거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띄웠다.주말여행을 계획했던 이 대리는 “합리적이지 않은 지시인데 자꾸 이렇게 따라야 하나요?”라며 불만이었다.이 대리 입장에서는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는 생각했지만,문제는 착한 조 팀장이 애 둘러 말하는 게 싫었다. 솔직하게 “오늘 밤새워서 빨리 끝내고 주말에는 쉬자”라고했으면 한 것이다.이렇듯 기성세대는 이유야 어떻든 업무 지시에 대해 일단 행동에 옮기려고 한다면,젊은 세대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고 싶어한다.

 

상황5. [질책 vs. 칭찬] “제가 왜 그런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어야 하죠?”

“요즘 문서작성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 필자가 팀장일 때 후배 직원에게 던진 한마디였다. 그 후배는 마음이 불편했던지 잠깐 대화를 하자고 했다. 열심히 했으면 하는 마음에 무심코 툭 내뱉은 말이었는데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몇 시간 동안 왜 그렇게 얘기를 했는지 설득하는 대화를 해야 했다. 칭찬을 못 할망정 질책이라니. 그 후로 후배 직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때는조심스러워졌다.기성세대는 선배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은 좋지 않아도 성장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기성세대일수록 칭찬보다는 질책에 더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학창시절을 추억해봐도 그렇다.선생님께 칭찬받은 기억보다는 꾸중 듣고 매 맞은 기억이 훨씬 많다.기성세대는 성장을 위해 따끔한 피드백과 질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질책보다는 칭찬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되도록칭찬받고 싶어 한다.

 

다섯 가지 유형을 통해 직장 내에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의 지점을 살펴보았다.요약하면 의무감과 특권의식,서열주의와 평등주의,주인의식과 협력의식, 행동과 설명,질책과 칭찬이 세대 간 갈등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특성이다.세대 간 특성이 다른 것은급속한 산업화와 핵가족화,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전혀다른 시대 환경 속에 살았기 때문이다.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생애주기 경험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생긴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함께 하는 선후배들과 갈등이 있는가?그렇다면 왜그런지 다섯 가지 특성에 비춰 이해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다.

 

 

 

<요즘 것들>저자, (주)데이비스스톤 대표이사 허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