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들은 아침마다 어떤 텐트를 치나”

70대 초반인 선배님이 달리기를 같이 하는 일행들에게 말을 꺼냈다. 나는 속으로 ‘갑자기 왜 텐트 얘기를 꺼내시지?’라고 생각했다. 일요일 새벽 달리기 정모(정기모임)가 막 시작된 시간이었다. 그날은 한강 달리기코스를 따라 좀 멀리까지 뛰기로 한 날이었다. 스무 명 정도의 일행이 두 줄로 맞춰서 천천히 달리기를 막 시작한 참이었다.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이자 맨 앞에 서 있던 선배님이 꺼낸 얘기에 나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했기도 했지만 내게 건넨 말이 아니라 다른 남자 회원들에게 농담 삼아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바로 뒤에서 따라 달리던 50대 남자 회원이 말했다.

“텐트라뇨?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요즘도 매일 아침마다 A텐트를 치는데 자네들은 어떤가 싶어서…”

뒷줄에 서 있던 일행들은 그제야 선배님의 말귀를 알아듣고 킥킥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알아들었다. 50대 남자 회원도 눈치를 채고는 “저는 뭐, 스트레스 때문에 텐트 자주 못 칩니다”하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새벽부터 야한(?)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달리기 코스는 웃음바다가 됐다. 여성 회원들도 있었으니 성희롱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평소 점잖은 70대의 선배님이 곧바로 달리기의 장점을 설명하셨기 때문이다.

 

달리기 효과는 발기부전 치료제 원리

성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겠지만 ‘텐트’는 발기를 뜻한다. 매일 새벽 텐트를 치는 것은 그만큼 남성적으로 힘이 넘친다는 증거다. 속설에도 “새벽에 텐트 못 치는 사람에게는 돈도 빌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A텐트는 각도를 의미한다. 70대 초반인데 매일 A텐트를 친다면 대단히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70대인 선배님은 20여 년 전 50대가 넘어서 남들보다 늦게 훨씬 늦게 마라톤에 입문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10㎏ 이상을 감량했고 지금도 기회만 되면 하프코스(21.0975㎞)를 뛴다. 기록은 젊은 시절만 못하지만 몸이 가벼운 덕분에 무난하게 완주한다. 젊을 때는 병치레를 자주 했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크게 아파본 적이 없다. 그 덕분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매일 아침 A텐트를 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다른 자리에서 나온 얘기지만 50대 초반에 달리기를 시작한 또 다른 회원은 부인이 가장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부부관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제가 그걸 확연히 느끼는 걸요. 집사람도 당연히 느끼지 않겠습니까? 처음에는 일요일 새벽에 나간다고 잔소리하더니 이제는 저보다 더 달리기 예찬론자가 됐어요.”

실제로 달리기가 정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례는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달리기는 천연 정력 강화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게 되면 심장이 강하게 펌프질하면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혈관의 탄력성이 커지게 된다. 또 온몸에 엔도르핀이 돌면서 성욕도 살아난다고 한다. 달리고 난 다음 날 아침에 발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란다.

 

튼튼한 허벅지는 정력에도 좋아

과학적으로 봐도 달리기는 천연 비아그라로 불리는 산화질소(NO)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화질소는 해면체 주위 근육을 이완시켜 피를 해면체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원리와 거의 같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산화질소 농도가 4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한방에서는 달리기가 정력에 좋은 이유를 ‘튼튼한 허벅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허벅지 근육 힘이 바로 양기를 발생시키는 근원이라고 한의학자들은 말한다. 반대로 허벅지 근육이 줄어들면 발기부전 등의 노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허벅지 근육은 정력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덴마크에서 평균 50세 남녀 2800명의 신체 사이즈를 재고 12년 동안 심장병이 어떤 사람들에게 잘 생기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허벅지가 굵은 사람이 가는 사람보다 심장병 위험이 절반으로 줄었다. 허벅지 둘레가 두꺼운 사람일수록 당뇨병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내 놓은 적이 있다.

달리기는 이외에도 중년 이후에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춰준다. 성장호르몬은 어린이에게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성인에게는 근력을 키우고 지방을 분해하는 기능을 주로 한다.

허벅지를 포함한 근육은 30세를 정점으로 1년에 1%씩 줄어든다. 80대가 되면 젊은 시절 근육의 절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몸의 근육은 하체에 집중돼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허벅지 근육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80대에도 40대처럼 젊고 활기차게 살기 위해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

달리기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비아그라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스 이그나로 교수의 사례를 보자.(이그나로 교수는 비아그라 개발의 단초가 된 산화질소(NO)를 발견해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41년생인 그는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해서 강연 끝에 마라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말했다.

“저는 환갑이 넘어서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자, 이 사진들을 보세요. 나이가 들수록 뛰는 거리는 늘어나는데 표정은 점점 밝아지죠?

“60대 이후에 마라톤을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늙었다고 섣불리 운동하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라는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