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5만원권 母子이야기

 

 

 

 

 

우리나라 화폐에서 모자(母子)가 함께 지폐의 인물이 되는 영광을 가진 분은 사임당(師任堂) 신씨(申氏, 1504~1551)와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다. 율곡은 5000원권의 주인공이며 현재 발행되는 신권 중 가장 먼저 나온 지폐이다. 1972년에 선보인 5000원권은 경제개발로 인한 거래 규모의 확대와 물가 상승에 따른 고액 화폐의 필요에 따라 발행되었다. 품질 면에서도 은화와 금속선이 삽입되고 자외선 감지 요소가 인쇄되어 있는 첨단 기법이 사용된 화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5000원권은 위폐가 대량으로 나돌아 위조지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1000원 구권과 위조방지 장치가 차이가 없고 1000원권보다는 경제적으로 이익도 많다는 점이 위폐가 급증했던 이유라 할 수 있다.

 

5000원권은 그동안 5번 정도 디자인이 바뀌었지만 앞면에는 늘 율곡의 초상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폐를 자세히 보면 1972년에 발행된 최초의 5000원권과 현재의 5000원권의 율곡 얼굴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원판 기술이 없어 영국업체에 맡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5000원권과 5만원권의 율곡, 신사임당의 초상은 일랑 이종상 화백의 작품이다.

 

먼저 5000원권의 율곡에 대해 살펴보면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숙헌(叔獻), 호는 율곡(栗谷)·석담(石潭)·우재(愚齋)이다. 1536년(중종 31) 음력 12월 26일에 사헌부 감찰을 지낸 이원수(李元秀)와 사임당 신씨의 셋째 아들로 외가가 있던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1558년(명종 13) 별시(別試)에서 천문·기상의 순행과 이변 등에 대해 논한 천도책(天道策)을 지어 장원 급제했으며, 1564년(명종 19)에 실시된 대과(大科)에서 문과(文科)의 초시(初試)·복시(覆試)·전시(殿試)에 모두 장원으로 합격하여 삼장장원(三場壯元)으로 불렸다. 생원시(生員試)·진사시(進士試)를 포함해 응시한 아홉 차례의 과거에 모두 장원으로 합격하여 사람들에게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남들에게는 한 번도 어려운 과거에 아홉 번이나 장원을 했으니 타고난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율곡이 가장 사랑하였고 기쁘고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던 사람은 그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이다. 지금은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고액권인 5만원권의 모델로 가장 갖고 싶은 지폐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5만원권은 2009년 6월 처음 발행되었으며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세로형 디자인이라는 점이 또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실존 인물인 모자가 화페의 인물이 된 최초의 사례이며 세계적으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또한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인물 선정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여성단체의 양성평등 차원에서 여성 초상화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시대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현모양처이면서도 순종적이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알리며 역사 속에서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는 여성의 힘이 필요하였다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시·그림·서화에도 능했던 예술가인 사임당 신씨의 본명은 신인선, ‘사임당’은 당호이며 당호의 뜻은 중국 고대 주나라의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太任)을 본받는다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는 요순삼대(堯舜三代)를 태평시대라 하는데 하(夏)나라 우왕(禹王), 은(殷)나라 탕왕(湯王), 주(周)나라 문왕(文王)·무왕(武王)의 시대가 이에 해당한다. 주나라의 문왕은 성군(聖君)이며 성인(聖人)으로 추앙 받는데 그 까닭은 그의 어머니 태임의 남다른 태교와 자식 교육 덕분 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태임은 최고의 현모로 추앙 받아왔다.

 

사임당은 외가인 강릉 북평촌(北坪村)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어머니에게 여성으로서의 예의범절과 학문을 배워 부덕(婦德)과 교양을 갖춘 현부로 자라났다. 19세에 덕수 이씨(德水 李氏) 이원수와 결혼하였고 아들 없는 친정의 다섯 딸 중 둘째 딸로 ‘아들잡이’였으므로 남편의 동의를 얻어 시집에 가지 않고 친정에 머물렀다. 이 시기에는 여성의 지위가 남자와 동등하였으며 상속권도 차별 없이 균등하였고 일부일처제가 시행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여인들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폐 속의 인물을 살펴보면 5000원, 5만원권의 얼굴이 많이 닮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5만원권의 사임당의 얼굴은 이마가 넓고 반듯하며 길고 큰 눈은 활동가로서의 면모를 잘 나타내 준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조선시대 여인의 얼굴에서 느낄 수 없는 강함과 단아함이 들어 있다. 여성이지만 남성이 가져야 할 기상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5000원권 율곡의 초상은 강함과 부드러움이 내재되어 있으며 긴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특징적으로 그렸다.

 

우리나라 지폐 속 초상의 특징은 넓은 이마와 반듯한 콧날, 잘 발달된 콧방울을 들 수 있다. 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짐작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돈은 행복의 원천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내 손에 쥐어진 지폐의 얼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소중하게 다루고 아낀다면 좋은 기운과 함께 나에게 더 많은 얼굴들이 다가와서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

 

 

 

 박정희 혜담(慧潭) 인상코칭 연구원장 ilise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