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여전히 미숙한 인간관계
지인이 잘못했을 때 그것을 알려줘 고칠 수 있도록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까?
과거 한 박물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쉬는날을 동료들과 의논해서 결정했는데, 동료 중 한 분은 63세였고 직업이 강사였다. 일주일에 두 번 강의를 나가야 한다 해서 강의하는 날을 쉬라고 배려해줬다. 그다음 72세인 분에게 편한 날짜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자가 쉬는 날을 골라정했다. 이분들은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그동안 모임도 함께하며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기 때문에 날짜를 양보해도 뿌듯하고 좋았다.
그런데 며칠 후, 72세인 분이 쉬는 날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다른 날짜를 이리저리 검토해보았지만 마땅한 날짜가 없었다. 그러자 63세인 분에게 강의 날짜를 바꿀 수 없냐고 물었다. 당연히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분은 동료가 강의하러 가는 바로 그날 쉬고 싶어 했다. 그리고 뜻대로 안 되자 그때부터 불만을 갖더니 한 사람 강의 때문에 자신이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타러 갈 때도, 전시관에서 근무 중일 때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휴일로 선택한 날짜가 되면 꼬박꼬박 챙겨 쉬었다. 한 달 내내 그분의 불평을 듣다 보니 은근히 화가 났다. 도대체 연세가 몇인가. 포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힘들죠?” 하면서 동생 같은 동료들을 챙겨주셔야 할 입장 아닌가! 그러나 나이도 한참 많은 분이 그런 말씀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필자가 쉬는 날짜 정할 때 배려해주고 양보해줬어도 고맙다는 말씀은 전혀 없었다.
참다못해 하루는 “욕심 많고,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전시관이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언성을 높이더니 “난 그런 사람 아녜요! 맘대로 생각해요!” 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른 데로 가버렸다. 필자는 순간 당황했다. 자존심을 크게 다쳤나보다 하고 그분을 따라가면서 “제 말 좀 끝까지 더 들어보시라”고 했다. 하지만 “시끄러! 말하지 말아요! 난 들을 필요 없어!” 하며 화를 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전시회 끝나는 날까지 필자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나이가 72세나 되신 분이 어쩜 저렇게 여유가 없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가 말할 때마다 바로 투명인간 만들어버리는 그분을 보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꾹꾹 참아가며 아침 출근인사와 퇴근인사를 깎듯이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투명인간’ 대접을 받고 있다.
으이구 주책이야! 속으로만 생각할걸! 그런 말을 왜 해서는! 세 치 혀 간수 못해 지인도 잃고 마음에 큰 상처만 남겼으니 필자의 잘못이 크고 후회막심이 다. 그래도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이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절대 충고하지 말자! 그것이 지혜라면 지혜일 수 있다. 때로는 상대에게 상처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건 이후 앞으로는 누가 잘못을 해도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하기로 굳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글 김영선 동년기자 bravopress@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