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무 승진자를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세대별 차이점을 얘기하던 중에 “여러분에게 성공의 기준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한 상무님께서 이렇게 대답했다. “대기업에서 상무 정도 됐으면 성공한 것 아닌가요?” 맞는 얘기다. 실제 30대 기업 기준으로 평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이 될 확률은 0.87%(2014년 남자 기준)이다. 임원이 되기까지는 평균 22.1년(2014년 사무직 대졸 신입사원 기준)이 걸린다. 대졸 신입 1000명 중 7명만 임원이 된다.
대졸 신입사원의 임원승진 소요 기간(단위: 년)
*출처: http://news.donga.com/3/01/20141102/67609438/1
각 세대는 서로 다른 생애주기 만큼이나 열심히 일해서 얻고자 하는 것에도 차이가 있다. 전통세대는 자택을 소유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했다. 전후 가족의 터전과 기반을 다지기 위해 주로 1차 산업에 종사하면서 불철주야 일했다. 베이비붐 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부와 명예였으며 직업의 안정성도 중요했다. 전통세대나 베이비붐 세대는 공통으로 소유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을 선호하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보유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른다. 60%대의 X세대나 50%에 못 미치는 밀레니얼 세대와 비교된다.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산업구조의 변화
X세대가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선배 세대와 좀 다르다. X세대는 한창 취업할 시기에 IMF 위기를 겪으면서 고용의 질이 좋지 않았다. 최근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타격이 큰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세대이다. X세대 중에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많다. 2000년대 부동산이 폭등할 때는 혜택을 못보고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내 집 마련도 좋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부를 축적하기보다는 적당히 여가를 즐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일을 통해 자유, 유연성, 성취감을 얻기 원한다. 교육제도의 변화와 부모의 교육열 때문에 학창시절을 스펙 관리하느라 자유를 누리지 못한 영향이 크다. 또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능력에 대한 인정 욕구와 그로부터 느끼는 성취감 때문이다. 기성세대처럼 직장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고, 성장을 위해 여러 직장을 경험하고자 한다. 특히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 중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프리랜서 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1인 창업이나 프리랜서 근로자 비율이 9%에 이르며 그 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세대 별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인터넷 검색 창에서 ‘국가별 중산층의 기준’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를 비교한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부채 없는 30평 이상의 아파트 소유,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급 중형차 이상, 예금액 잔고는 1억 원 이상, 해외여행은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니는 것 등이다. 반면 프랑스는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고, 남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할 수 있고, '공분' 에 참여하며,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 등이다. 우리는 성공의 기준이 물질적인 가치에 치중된 경향이 있다. 압축성장의 결과일 수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국민성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가치 외에도 보이지 않는 가치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인 중산층의 기준
국가별 중산층의 기준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30/2017083000826.html
다행히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일간지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20~35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은 큰돈을 벌지 못해도 충분한 여가를 갖고 교우 관계, 여행ㆍ레저, 취미 등을 즐기는 삶을 '성공한 삶'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응답했다. 또 그들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23.3%),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삶(16%)을 성공의 잣대로 생각한다. 고소득, 명예를 중시한 기성세대와 분명 차이를 보이는 특징이다. 똑똑한 밀레니얼 세대가 성공을 재정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대별로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사뭇 다르다. 세대 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기성세대는 밀레니얼 세대가 업무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고 요령을 부린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 입장에서는 기성세대의 물질주의나 업무 중심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세대 간 일하는 이유가 다른 것은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다. 각 세대는 시대를 닮아 다른 특성을 보일 뿐이다. 기성세대는 과거의 경험에 갇히지 않고 후배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의 태도가 필요하다. 후배 세대는 선배 세대를 욕하면서 닮아가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얘기다.
<요즘 것들> 저자, (주)데이비스스톤 대표이사 허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