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염가, 행복은 덤” 동작50플러스센터 ‘행복 플러스 카페’
쾌적한 공간은 머무는 사람의 몸을 편안하게 하고 아름다운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 대표적인 공간으로 카페를 빼놓을 수 없다. 큰길과 골목 곳곳에 카페가 넘쳐나고 그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옛 거리에서는 오래된 상점과 살림집을 허물어 카페를 여는 광경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산이든 물이든 풍광 좋은 곳마다 카페가 있고 거기도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카페는 점점 더 진화한 모습과 역할로 다양한 곳에 자리 잡는다. 길거리에 촘촘하게 박힌 카페 말고도 관공서와 학교, 병원, 박물관, 서점, 음악당, 영화관, 도서관 등 사람이 어지간히 모이는 실내 공간이면 거의 어김 없이 카페가 둥지를 틀고 있다. 당연히 그 카페 중 대부분은 영업 이익을 얻기 위해 들어선 것들이다. 하지만 종교단체나 복지시설처럼 공간의 주인이 금전 수익보다는 다른 것을 바라고 카페를 연 곳도 적지 않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각 캠퍼스와 센터가 운영하는 카페도 그런 곳 중 하나이다.
▲ 어르신 일자리 사업 담당 김정호 팀장과 팀원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 어르신 일자리로 자리 잡은 ‘행복 플러스 카페’
동작50플러스센터 안에는 ‘행복 플러스 카페’가 있다.
동작50플러스센터는 지난 2016년 10월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행복 플러스 카페를 열었다. 노후 인력을 양성하고 개인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카페 운영을 관장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 담당 김정호 팀장은 행복 플러스 카페가 올해로 6년째 운영 중이고 열두 명의 카페지기들이 한 번에 두 명씩 하루 세 번 교대하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한다고 소개했다. 카페지기로 참여하는 분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고 카페지기와 이용자가 모두 만족하는 등 카페가 어르신 일자리로 잘 정착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더 사랑받는 카페가 되도록 실내환경 개선과 신메뉴 개발 등 카페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행복 플러스 카페의 메뉴판.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 행복 플러스 카페에 있는 것과 없는 것
행복 플러스 카페는 센터 바깥의 카페들과는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카페는 두 개의 좁고 긴 복도를 연결하는 정사각형 공간에 있다. 센터 안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잦고 동선이 얽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 바깥의 브랜드 카페들처럼 규모가 크지도 않고 관광지 카페처럼 한적하거나 분위기가 뛰어나지도 않으며 커피 한 모금에 찻잔을 내려놓고 눈을 돌려 바라볼 멋진 창밖 풍경도 없다. 자잘한 외국어 글씨가 가득한 메뉴판이 없으니 그 밑에서 고개를 쳐들고 하염없이 고민하는 신중년도 없다.
이런 모습들이 바깥 카페와 다르다면 당연히 같은 것도 있다. 여느 카페처럼 커피 한 잔에 위로와 쉼을 얻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있으며 그들이 누리는 만족이 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고객이 주문하면 즉시 내려주는 커피가 있고 커피 한 잔에 밤을 잊는 이들을 위한 Non Coffee 음료도 있으며 브런치용 핫도그도 있다.
▲ 행복 플러스 카페의 김명희 카페지기.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 행복 플러스 카페에만 있는 것들
다른 카페들과 달리 행복 플러스 카페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있는데 우선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이 싸고 질 좋은 커피가 있다. 그리고 외국말투성이 메뉴판 대신 손쉬운 한글 메뉴판이 있다. 무엇보다 덕스럽고 넉넉한 미소로 신중년을 맞이하는 동년배의 카페지기가 있다. 그들은 커피를 만들어 건네고 작은 탁자 위에 사랑스러운 꽃을 두어 고객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센터 사람들과 카페 이용객들은 모두 60세 이상인 카페지기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무얼 가르치는 교사라는 뜻보다는 먼저 살아서 경험하며 갖게 된 것들을 나누어주는 고마운 분이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그들 가운데 지난 2017년부터 6년째 행복 플러스 카페를 지켜온 김명희 카페지기를 만났다. 그는 은퇴 후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카페지기가 되었다. 이 일을 위해 바리스타 공부를 했고 자격을 취득했다. 그리고 6년째 행복해하는 중이다. 다른 동료들도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좋아서 행복하고 카페를 찾는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하며 그들과 대화하면서 행복하다고 했다.
# 행복은 전염성이 매우 높다
동작50플러스센터는 동작 평생학습관 등 다른 세 개 기관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데 네 기관의 직원과 이용자들이 행복 플러스 카페를 함께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카페 이용객의 나이와 직업도 다양하다. 특별히 요즈음 들어 센터 바깥에서 찾아오는 젊은이도 부쩍 늘었다. 지역 특성상 취업준비생들이 많은데 그들이 싸고 질 좋은 음료를 찾아 행복 플러스 카페에 오기 시작한 것이다.
김명희 카페지기는 동년배 신중년을 대할 때는 물론이고 젊은 고객을 만나는 것이 참 즐겁다고 했다. 젊은이를 대할 때는 엄마의 마음이 되고 노년을 대할 때는 친구의 마음이 된다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커피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하니 표정이 밝고 더불어 성격도 밝아지다 보니 마주 대하는 고객들도 행복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카페를 다시 둘러보니 센터를 이용하는 신중년 고객들이 행복 플러스 카페에서 행복을 맛봄직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일부러 찾아가지 않더라도 선뜻 들어서기 쉬운 자리에 카페가 있어서 좋다. 굳이 어려운 메뉴판을 보며 진땀 흘리지 않아도 되니 좋다. 무엇보다 친구 같은 동년배 카페지기가 맞아주니 좋다. 그들의 행복한 표정에 함께 행복해지니 참 좋다. 정말이지 행복은 전염성이 높다. 그걸 행복 플러스 카페가 입증하는 듯하다.
▲ 행복 플러스 카페의 이날 당번 카페지기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 커피는 염가 행복은 덤
취재를 위해 행복 플러스 카페를 방문한 날 카페에는 다양한 연령대 손님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젊은이와 신중년이 한 카페 공간을 당연한 듯 공유하는 광경이 브랜드 카페에서라면 다소 이색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행복 플러스 카페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렇게 손님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명희 카페지기는 저렴한 가격과 수준급의 맛 그리고 청결 때문일 거라고 대답했다. 행복 플러스 카페의 커피 값은 저렴하다. 그러나 커피의 맛과 향 그리고 커피잔에 실려 보이지 않게 오가는 행복은 저렴하지 않다. 원래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행복 플러스 카페에서 오가는 행복에도 가격표가 없다.
# 6년째 쌓아가는 행복 통장
김명희 카페지기는 많지 않은 수입이지만 따로 통장을 만들어 카페에서 매달 받는 사례비를 관리하는데 잔액이 조금씩이기는 해도 6년째 계속 늘고만 있다고 한다. 카페지기로 번 돈만은 차마 찾아 쓸 수 없었다며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더라고 했다. 긴요하게 찾아 쓸 일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통장 잔액을 카페에서 쌓아가는 행복과 동일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쌓아가되 덜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 김명희 카페지기가 손님에게 커피를 건네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 영화처럼 행복한 마음을 건네는 카페
카페에 앉아 카페라테를 한 잔 마시다가 문득 영화 한 편이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일본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 ‘무지개 곶의 찻집’과 이 소설을 각색해 만든 영화 ‘이상한 곶의 이야기’ 속에서 따뜻한 카페지기 에스코는 손님에게 커피를 건네기 전에 잔을 꼬옥 감싸 쥐고 주문을 외운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 신비한 주문에 커피 맛은 상승하고 대부분 상처 입고 찾아온 손님들은 커피와 함께 행복을 맛본다. 김명희 카페지기가 부지런히 손을 놀려 커피를 내리고 정갈한 잔에 담아 감싸 쥐고 손님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다가 이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마도 현실에서 만난 카페지기와 영화 속 주인공 에스코가 커피에 행복한 마음을 담아 손님에게 건네는 모습이 많이 닮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쓰다듬는 행복 플러스 카페
행복 플러스 카페는 창업 목적대로 노후 인력을 양성하고 개인 경제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며 성공한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그러나 카페의 매대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건 지폐와 커피만이 아니다. 동작50플러스센터의 행복 플러스 카페는 팔고 사는 커피에 덤처럼 행복을 주고받는다.
얼마 전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오늘 본 행복 플러스 카페 안의 풍경은 분명 사람의 의식을 지배하는 공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안에 스며든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행복으로 쓰다듬는 모습이었다. 취재를 시작할 때 가졌던 “카페 이름에 ‘행복’이라는 수식어가 합당한가?”라는 질문이 취재를 마칠 무렵 답을 얻었다.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행복 플러스 카페가 언제까지든지 행복한 모습으로 거기 있기를 기대한다.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cbsann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