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참으로 오랜 만에 강원도 월정사 선재길을 걸었다. 올해 목표로 삼았던 대회를 모두 마무리한 기념으로 찾아간 걷기 여행이었다. 그동안 주말이면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달리기 훈련이다, 마라톤 대회다 하면서 몸을 담금질했다. 걷기 여행은 이러한 내 몸에 휴식과 ‘보상’을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강원도에는 일찌감치 겨울이 찾아왔지만 불어난 계곡물을 따라가며 걷는 길은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선재길을 걷는 필자 일행

 

 

우울한 ‘젊은 노인’이 늘어난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우울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밝은 뉴스가 별로 없는 게 요즘 현실이기는 하지만 나이 탓도 있을 게다. 70대 중반인 선배는 내게 “나이가 드니까 즐거울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친구도 생기고, 누구는 치매라고 하고, 매달 받는 연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자꾸 올라가고, 그러니 우울할 수밖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수명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슈퍼 센테니얼(Super Centennial) 시대’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100세를 의미하는 센테니얼(Centennial) 시대를 넘어 100세 이상을 사는 시대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은 현재 ‘현역 80세론’(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논리)이 강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요즘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1942년의 평균 기대수명에 비해 40년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오늘의 노인이 예전의 노인은 아닌 셈이다.

작가 박완서 선생은 생전에 “요즘 사람들의 나이를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되고, 살아온 햇수에 0.7을 곱해야 한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즉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나이가 된다는 말이다. 이 계산법대로 하면 80세는 예전의 56세, 70세는 49세, 60세는 42세, 50세는 35세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오페라의 개척자로 불리는 김자경 선생은 “연세가 어떻게 되시느냐”는 질문에 “선생님과 동갑”이라는 재치 있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작고하기 전까지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나이를 잊어버린 젊은 마음과 정신이었는지도 모른다.

 

100세 이상 살려면 건강부터 챙겨야

미국 시카고대학 뉴가튼 교수는 55세부터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 세대로 구분하고 있다. 젊은 노인이라는 뜻이다. 뉴가튼 교수는 이들을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며, 액티브 시니어(ActiveSenior)라고 일컫기도 했다. 그는 75~85세를 ’올드 올드(Old Old), 85세 이상을 ‘올디스트(Oldest)’로 구분하고 있다. 영 올드 세대가 올드 올드 세대나 올디스트 세대와 구분되는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의료수준의 발달과 영양상태 호전 등으로 과거의 동일 세대에 비해 훨씬 젊다.

둘째, 건강하다. 75세 이하 고령자중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는 5% 미만이다.

셋째, 노련하다. 다양한 경험으로 편성된 풍부한 노하우와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넷째, 노인세대에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기는 하지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영 올드’는 자신을 위해, 새로운 지식습득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젊은 노인 세대에 해당되는 인구는 620만명, 전체 인구의 14%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 늙었다고 사회와 너무 단절시키기에는 이른 ‘젊은 노인’세대가 너무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노인성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울증이 늘어난다는 통계는 수두룩하다. 노인성 우울증에 걸리면 △모든 활동에 흥미나 즐거움이 없어 보이는 증상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들거나 어떤 일을 집중해서 하기가 힘든 증상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와 자책 △불면증이나 피곤하고 기력이 딸리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울증 치료, 달리기나 걷기가 특효약

‘젊은 노인’들이 100세 이상을 우울증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컨설턴트인 미야케 다카유키는 ‘내 나이에 반했다 100세 시대’라는 책에서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사고와 자립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공자의 어록 ‘60세부터 공부하라’란 구절을 인용해 창조적인 활동과 평생학습을 권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실수하기 쉬운 점. 바로 말이 많아지는 것을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남들이 하는 얘기도 그냥 듣는(Hear)자세에서 경청(Llisten)하는 자세로,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라고 제언한다.

의학박사이자 세르토닌 연구원장인 이시형 박사는 자신의 단행본 ‘행복한 독종’에서 “노인 취급에 수동적으로 당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100세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금융자산, 주택자산, 인적자산 등 3가지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특히 인적자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며, 자신의 발로 100세까지 걷고 치매가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달리기가 어렵다면 걷기라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달리기 전문 잡지 ‘러너스 월드’에서는 달리기를 시킨 실험쥐에서는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했을 때와 똑같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하고 있다. 달리기와 걷기 이외에 가벼운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아로마테라피, 독서, 온라인 프로그램 활용, 광선요법, 이완요법, 요가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전문의들이 추천하는 방법들이다.

달리기든 걷기든 요가든 뭐든지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를 꾸준히 규칙적으로 한다면 노인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행히도 나는 ‘어느 정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