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늘 돌이라도 무거울까/늙기도 서럽거늘 짐조차 어이 지실까”
조선 선조 때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강원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노인공경을 권장하기 위해 지었다는 훈민가(訓民歌) 중의 하나다. 옛날에도 늙는 것을 서럽다고 표현했다. 근래 미국, 유럽 등에서도 연령차별 및 제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걸 보면, 노년기가 외롭고 고독한 생활임은 동서고금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웹페이지를 통해 나이를 기준으로 노인들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호주 땅에서 출범한 거국적 연령차별 반대 운동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11일 호주 시드니에서는 연령차별에 반대하는 거국적 범국민운동 시민단체로서 EveryAGE Counts(모든 세대가 중요하다) 운동본부가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 브라이언 브라운의 사회로 전국에 생방송 되었다. 호주 내 영향력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지도자급 인사들이 발기인으로 참석한 연령차별 종식을 위한 캠페인 발족식에는 로버트 티크너 박사(호주연방 장관, 호주 적십자사 총재 역임)와 케이 패터슨 박사(연령 차별반대 시민단체 회장)가 공동대표로 선출되었고, 참석자 모두가 ‘연령차별의 종식’을 선언하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이날 연령차별을 직접 체험했던 1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로버트 티크너 공동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우리가 모두 나이를 먹어갈 수밖에 없는 이상, 연령차별은 미래의 자기 자신을 스스로가 차별하는 것”이라면서, 호주 정부의 경제적, 사회적, 보건 의학적, 환경개선을 위한 모든 정책의 초점이 노인 편익에 맞춰져야만 하며, 이 같은 주장에 노령층이 더욱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각 부처의 모든 정책과제가 노령층에 맞춰져서 국민의 일평생을 책임질 수 있는 포트폴리오 속에서 정책이 집행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동대표 케이 패터슨 박사는 이날 청중들에게 “호주 역사상 지금처럼 50대, 60대를 지나서도 젊고 활기찬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장수 시대가 없었다.”라면서 “ 앞으로 2055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현재의 2배 이상 더 많아질 것이며, 노인들의 경험을 활용하면 엄청난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호주 사회 내의 노령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편견이 노인의 사회적 경제적 기여를 방해함으로써 기회를 재앙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터슨 총재는 호주인권위원회가 연령차별 불만창구에서 접수한 사건사례 가운데 3분의 2가 직장 내에서 발생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호주인력개발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호주 내 직장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50세 이상의 직원 채용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선단체 연합회 집행이사이자 연령차별반대 캠페인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커스티 노우랜씨는 “노인들은 흔히 연금이나 의료보험의 수혜자로서, 또는 사회보장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서만 취급받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EveryAGE Counts 운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왜곡된 편견들은 노인들의 귀중한 경험들을 평가 절하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이고 건강한 노인들의 다양한 사회참여 열의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노우랜씨는 말했다.
<EveryAGE Counts의 연령차별 반대운동 발대식에 참석한 인사들>
EveryAGE Counts 캠페인의 최종적 목표는 모든 호주인이 참여하여 사회의 변화를 체득하게 하는 데 있다. 이 캠페인에 동참한 조직과 개인은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연령차별을 인지하면 곧바로 바로잡도록 행동할 것을 권한다.
“ 이 운동에 참여한 모든 조직과 개인들은 이 캠페인이 바로 자기 자신들을 위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문제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머지 않는 장래에 노령이 될 자신에게 닥칠 문제라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패터슨 공동대표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캠페인은 모든 호주 국민 개개인이 캠페인 웹사이트인 everyagecounts.org.au를 방문해서 연령차별을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비디오를 통한 교육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그 자신이 겪은 연령차별 경험담을 가족 친지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하도록 권유한다.
회원가입 때 서명하는 서약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는 모든 사람이 연령에 상관없이 평가받고 존중받으며, 자기 몫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또한 노인들이 우리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차별받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것을 적극 지지하며 행동할 것을 약속한다.”
everyagecounts.org.au.는 또한 회원들에게 “우리는 호주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령차별 현상을 사례별로 수집하여 연령차별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사회 전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당신이 겪은 연령차별 현장의 사례를 제출해 달라. 이 사례 모음은 앞으로 호주에서 연령차별을 없애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동할 것이다.”는 설득 문구와 함께 비공개리에 자신이 차별받았던 경험담을 수집하고 있다.
연구팀과 정책팀이 협동하여, 사회를 바꾸는 혁명운동
EveryAGE Counts가 주동이 된 연령차별 반대운동은 “나이와 건강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서로 연대하여 존경받고 귀히 여겨지는 사회”를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호주 내에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게 하겠다는 장기적 캠페인이다. 이를 위해 EveryAGE Counts 본부는 조직 내에 연구팀과 정책팀을 두고 있다.
연구팀은 호주 내 각 분야에 현존하고 있는 연령차별의 실태와 원인 및 개선방안 등에 관해 6개 분야별로 나누어 엄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보고서를 작성한다.
정책팀은 호주에서 장수 시대가 초래할 국가적 재앙에 대한 대책을 모색한다. 출산율은 줄어들고 장수 부부는 늘어나는 결과 노동인구 감소와 노령인구의 증가가 초래할 사회적 부담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결책 모색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EveryAGE Counts 운동본부는 정부, 정당,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동 협력하여 현재의 노인과 미래의 노인, 즉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노령화 국가 건설을 위한 정책 아이템 개발에 진력한다. 이를 위한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면서 노인의 건강관리, 노인 간호, 주택공급, IT 교육, 복지기금 등등을 놓고 웹사이트 회원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다. 또 정책 채택을 위해 정치권 내에서는 선거나, 입법운동, 대정부 청원 등을 활용하는 한편 호주 내 모든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풀뿌리 사회운동도 함께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용자료
1. https://issuu.com/seniors_newspaper/docs/seb_05-11-2018 anti-ageism
2. https://everyagecounts.org.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