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보는, 그리고 세로로 보는 만화

요즘 만화: 웹툰과 그래픽 노블

 

시대가 변하면서 만화의 모습도 달라졌다. 우둘투둘 잿빛 종이 위에 그려졌던 무채색 주인공들은 매끈한 스마트폰 위에 저마다 형형색색 개성을 입게 됐다. 칸칸이 나뉜 지문을 읽느라 지그재그로 바삐 움직이던 눈동자는 이제 화면 스크롤에 따라 위아래를 훑는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 할 수 없을 만큼 만화는 만화 그 자체로 얻는 재미가 크다. 언제라도 즐거운 만화, 그 새로운 얼굴과 마주해보는 것 어떨까?

 

 

요일별로 즐기는 한 토막의 즐거움 ‘웹툰’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한마디로 인터넷 만화를 뜻한다. 각종 포털과 사이트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즐길 수 있어 편리하다. 대개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만화의 전개가 세로로 흘러가게끔 제작한다. 플랫폼마다 웹툰을 요일별로 연재하고, 한 회당 스토리가 길지 않아 매일 짬짬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 완결된 웹툰은 종이책으로 출간되기도 하고, 인기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으로도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역사·무협 웹툰

 <검계> 투믹스/진선규 대제국 페르시아의 초석을 놓아가는 대서사시 <페르샤>를 연재한 진선규 작가의 작품. 조선의 폭력조직 ‘검계’를 배경으로 한다. 역사물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으며, 선 굵은 내용 또한 장 점이다. 사극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칼부림> 네이버웹툰/고일권 네이버웹툰의 대표 역사 웹툰이다.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 네이버웹툰에서는 인기가 높지 않지만 독자들이 작품성을 인정하는 웹 툰 중 하나다. 출판만화처럼 흑백에 포인트로 컬러를 사용해 단행본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고수> 네이버웹툰/류기운·문정후 과거 출판만화로 큰 인기를 얻었던 <용비불 패>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웹툰 무협 장르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작품이다.

 

 

순정·드라마 웹툰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네이버웹툰/하가 오페라 <투란도트>를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며, 풍부한 색감으로 찬사를 받았던 단편(총 14화) 웹툰이다. 오페라 내용을 알고 있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마지막 14화에는 배경음악이 포함돼 있어 웹툰의 멀티미디어성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작가(하가) 의 전작인 <시타를 위하여>도 찾아보자.  <카야> 카카오페이지/신일숙 <아르미안의 네 딸들>, <리니지> 등 순정 만화의 대 표 작가로 잘 알려진 신일숙 작가의 신작이다. 신 작가의 기성 작품들을 재미있게 본 이들이라면 단연 권할 만하다.  <떨림> 코미코/원수연 <풀하우스>, <매리는 외박 중> 원수연 작가의 웹툰. 앞서 소개한 <카야>의 경우 현재 연재 초반이니, 기다리는 것이 싫은 독자라면 이미 완결된 <떨림>을 추천한다.

 

 

어른을 위한 만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최근 책방 또는 인터넷 서점 등을 살펴보면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인 ‘그래픽 노블’ 장르의 책들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이 지닌 깊이 있고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만화가 지닌 시각적 효과를 동시에 즐긴다는 것이 매력이다. 촘촘히 글자가 박힌 소설책보다는 눈의 피로도 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다. 혹시 그래픽 노블을 읽는데 누군가 “다 큰 어른이 웬 만화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주자. “이건 어른을 위한 만화야!”

 

 

 

 

 

미메시스

<아버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후두 암에 걸린한 가장의 이야기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인간의 회복 능력을 묘사한다.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그림에서 아련한정서가 느껴진다. <아스테리오스폴립>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던 중년 건축가 아스테리오스에. 그에게 찾아온 인생의 위기, 그리고 이를 계기로 진정한 자아를 되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세미콜론

<리틀포레스트> 도시생활을 접고 귀촌한 이치코의 자급자족 생활기. 자연친화적인 농촌 풍경과 농부의 모습, 직접 키운 농작물로 요리하는 특별한 음식들을 소박하게 담아냈다.  <발작> 간질 발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한 가족의 고단한 삶의 여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게 한다. 병으로 인해 무너지는 한 가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시공사

<엑스마키나디럭스에디션> 히어로물과 정치 드라마가 결합한 작품이다. 우연한 사고로 모든 기계를 조종 할 수 있는 초능력을 얻은 주인공이 큰 꿈을 안고 뉴욕 시장에 출마하며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킹덤컴> 슈퍼맨, 원더우먼 등 기존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이 은퇴 후,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고전 히어로들의 화려 한 재림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지식

<렘브란트, 빛의 화가> 관습을 타파 하고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낸 천재화가 렘브란트의 일생을 그렸다. 작가는 렘브란트의 대표 작품을 자신만의 드로잉으로 자연스럽게 패러디했다. <앨런튜링> 인공지능을 최초로 생각한 천재 과학자 앨런튜링의 삶을 압축적이고도 생생하게 풀어냈다. 드라마틱한 튜링의 삶을 컬러풀한 그림과 함께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도움말 웹툰인사이트 이세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