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기자 사례로 풀어본 나쁜 습관 솔루션

 

사례1 | 김종억(65) 동년기자 | 건강 맹신에 대한 자기 과신

당뇨 환자에게 과도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유발해 당뇨 수치를 올린다는 교육을 받았으나 신뢰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했다. 빠르게 걷기 2만 보, 8시간이상 자전거 타기 등을 했다. 어느 날저녁식사 전 격렬한 운동을 한 뒤 확인해보니 당뇨 수치가 오히려 상승했음을 알게 됐다. 직접 실험적 수치로 확인한 뒤에야 믿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과도한 운동 습관을 고치고 건강을 자신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Solution
약을 먹고 건강하든, 먹지 않고 건강하든, 건강한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며 건강을 유지하면 온전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이있습니다. 이럴 경우, 처방약 대신 식사 조절, 운동등으로 건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검증받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결국 병이 악화하면 나중에는 약은 약대로먹고 후유증까지 남습니다. 자기 과신보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2 | 이두백(68) 동년기자 | 바둑 중독(게임 중독)
인터넷 바둑을 즐긴다.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을 지속하게 되고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한두 끼니를 거르며 몰입하기도 한다. 아내의 불평이 커짐은 물론 다음 날 잠이 부족해 나른해지고 허리도 아프고 눈도 따가워지며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맑고 차분한 심적 상태가 고갈되어 가는 것이다. 바둑의 마력과 유혹 그리고 단절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solution

인간에겐 자존감을 유지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바둑은 그 수단이지요. 또 재미가 없으면 사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는 책도, 영화도, 산책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온종일 바둑 둘 시간이 없었겠지요. 최근 바둑에 중독된 것은 예전의 활동들이 재미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게임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바깥 활동을 늘려나가면, 자연스럽게 게임 중독에서 풀려날 겁니다.

 

 

사례3 | 김미나(54) 동년기자 | 난폭운전 습관

여성스러운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운전할 때다. 바쁠 때 과속이나 무리한 차선변경을 하던 게 습관이 돼 이제는 급한 일이 없어도 난폭운전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대학 시절 진한 짝사랑의 상처를 주었던 선배가 내 차를 타게 됐다. 선배는 “너 운전 원래 이렇게 해? 운전 좀 살살 하고 다녀”라며 메마른 말을 던졌다. 이후 숙련된 난폭운전 습관이 스르르 떠나갔다. 사랑이라는 부드러운 한 방의 힘 아니었을까.

solution

난폭운전의 경우 법적인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기전까지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가령 부모님을 모실 때는 난폭운전을 삼가하겠지만 운전 습관을 고치려면 누가 옆에 있건 안전 규칙을 지켜야합니다. 그러면 화날 일이 덜 생기고, 자연히 나를 방해하는 차도 줄어듭니다. 짜증이 나면 물을 마시거나 잠깐 차를 멈춰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을 태우지 말고 때때로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

 

사례4 | 가재산(64) 동년기자 | 습관과의 GO-STOP 실천

습관과의 고스톱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나쁜 습관은 아무도 스톱시킬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습관과의 고스톱에서 이겨야 한다. 좋은 습관은 계속 고(go)해서내 습관으로 만들고, 나쁜 습관은 스톱(stop)해서 버려야 한다. 나는 20년 동안 해마다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를들으며 습관과의 고스톱 판을 만들어 휴대폰에 저장하고 자주 이것을 꺼내보면서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있다.

solution

자신과의 승부는 나쁘지 않습니다. 나와 내기를해서 좋은 습관을 이어가거나 나쁜 습관이 없어지면 스스로 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또는 주위 친구들과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그러면서로 감시하고 위로하면서 나쁜 습관을 없애고좋은 습관을 이어가게 됩니다. 실제 알코올 단절모임도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합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좋은 습관을 지닌 이들을 가까이, 나쁜 습관이 있는 이들을 멀리해야 도움이 됩니다.

 

QnA로 알아본 시니어의 나쁜 습관

 

 

Q 최명기 연구소장께서 경험한 사례 중 시니어가 고치고 싶어 하는 ‘나쁜 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니어가 고치고 싶어 하는 습관 대부분은 다른 연령대에서 고민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지혜로움도 생겨 과거에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틀릴 수도 있다고 인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소하게 여겼던 습관이 누적돼 서서히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가령 몸이 약해지면 예전에는 무마할 수 있었던 나쁜 습관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안 좋은 건강 습관을 고치고 싶어 하지요. 인간관계에서의 나쁜 습관을 발견하기도 하고 가정에서의 관계도 개선하고 싶어 합니다.

 

Q “여태 살았는데 이제 와 뭐 하러 고쳐?”라고 여겨 나쁜 습관인데도 고치려 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70대를 많은 나이로 생각할 수 있지만,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30년은 더 남은 셈이지요. 지금 고치지 않은 나쁜 습관 때문에 100세까지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나쁜 습관이 누적돼 건강, 경제, 가정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지금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큰 고통을 감당해야 합니다.

 

Q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나쁜 습관에 대해 점검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습관을 점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는 습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지적을 해줄 사람은 사실 배우자입니다. 배우자의 말을 무시하거나 잔소리로 듣지 않고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나쁜 습관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자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녀가 부모의 안 좋은 습관에 대해 말할 때 버릇없다고 여기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Q 주변 사람의 나쁜 습관을 충고할 때 어떻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요?
어떤 사람이 특정 습관을 지닌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뀌기 어렵습니다. 한 번쯤은 충고할 수 있으나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나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거부감을 갖게 됩니다. 때문에 충고하기에 앞서 진정 상대방을 위한 말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내가 편하면 남이 불편하고, 남이 편하면 내가 불편한 게 세상의 일입니다. 내가 편하게 살기 위해 상대방의 습관을 바꾸려 하면 반감만 사고 효과도 없습니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도움말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겸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걱정도 습관이다’, ‘게으름도 습관이다’의 저자) bravo_logo